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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겉모양새와 속마음이 따로 놀면-판관기41
작성자이광호 쪽지 캡슐 작성일2007-11-30 조회수429 추천수7 반대(0) 신고

겉모양새와 속마음이 따로 놀면-판관기41

 <생명의 말씀> 
 이스라엘 사람들이 기드온에게 청하였다. "당신이 우리를 미디안 사람들의 손에서 구원해 내셨으니 당신과 당신의 자자손손이 우리를 다스려 주십시오." 기드온은 "내가 그대들을 다스릴 것도 아니요, 내 자손이 그대들을 다스릴 것도 아닙니다." 하며 그들의 청을 거절하였다. "그대들을 다스리실 분은 야훼시오." 기드온이 말을 계속하였다. "그대들에게 한 가지 청할 것이 있소. 각자 전리품 가운데서 고리 하나씩을 내 놓으시오." 적군은 이스마엘 사람이었기 때문에 금고리가 있었던 것이다. "드리고 말고요" 하면서 사람들은 저마다 전리품 가운데서 고리 하나씩을 기드온이 펴 놓은 겉옷 위에 던졌다. 그의 요청대로 들어 온 고리의 무게는 금 천 칠백 세겔이나 되었다. 그 밖에도 목걸이뿐 아니라 여러 가지 고리가 있었고 미디안 왕들이 입던 붉은 옷과 낙타 목에 두르는 사슬도 있었다. 이 모든 것으로 기드온은 에봇 하나를 만들어 자기가 사는 성읍 오브라에 두었는데, 이스라엘이 그 에봇을 섬기며 음란을 피웠다. 그것이 기드온과 그 집안에 올가미가 되었다 (판관기 8:22-27)

<말씀의 길잡이와 실천>

13만 5천명의 미디안 대군을 단 3백 명으로 물리친 기드온에게 이스라엘 사람들은 기드온과 그 후손이 자자손손 왕이 되어 이스라엘을 다스려 달라고 청합니다. 당시의 이스라엘은 야훼 하느님께서 직접 이스라엘의 왕이 되시는 신앙을 가진 공동체였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기드온에게 왕이 되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사실은 당시 사람들의 신앙과 실제적 삶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해 줍니다. 개념적으로는 야훼 하느님께서 자기들의 왕이라고 생각할지는 몰라도 실제적으로는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그래서 자기들을 언제나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 주는 인간 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기드온은 이스라엘 사람들의 이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해 버립니다. 이스라엘을 다스리는 것은 나도 내 자손도 아니고 오직 야훼 하느님이라고 하면서 왕위에 오르는 것을 거절합니다. 그 대신 전리품 중 하나씩을 내놓게 해여 에봇이라는 제사장의 의복을 하나 만들어서 자기가 사는 성읍 오브라에 두게 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 에봇을 섬기며 음란을 피워서 그것이 기드온과 그 집안에 올가미가 되었다고 판관기 저자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왕이 되어 달라는 요청을 거절했고 그 대신 하느님을 섬기는 제사장의 의복을 전리품을 거두어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그 에봇을 섬기며 음란을 피우고 결국 그게 기드온 집안의 올가미가 되었다는 사실은 뭔가 우리를 상당히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습니다.

왕이 되어 달라는 요청을 거절하고 제사장 의복을 만든 기드온의 겉모양은 하느님을 인정하고 공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드러난 결과로 보면 그 실제 마음은 하느님을 공경하기보다는 자신의 영광을 추구하고 싶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후 기드온의 행적을 보면 하느님께서 받으실 영광을 가로채어 자신이 받으려 했던 마음과 내심 왕이 되고 싶었던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기드온이 이후에 얻은 아들의 이름을 '아비멜렉'이라고 지었는데 그 뜻은 '나의 아버지는 왕이다'라는 의미입니다. 기드온은 사실 왕이 되고 싶은 마음이 많았고 실제로 왕이 되지는 않았지만 전리품으로 에봇을 만들어 자기 성읍에 둠으로써 전승(戰勝)의 영광을 하느님을 이용해서 자신이 누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지도자 기드온의 그 마음은 온 백성에게 물이 스며들듯이 전해져서 사람들이 제사장 의복인 에봇을 섬기며 음란을 피우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전리품 중 금으로 만든 그 화려한 제사장 의복 에봇은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도구가 되기보다는 전승(戰勝)의 영광을 기억하며 인간이 자신들을 높이는 일종의 우상이 되었던 것입니다.

겉모양새는 하느님을 공경하는 것 같지만 실제 속마음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하느님께 모든 영광을 돌리고 나 자신은 낮추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실제적으로는 그게 그렇게 생각처럼 쉽지 않은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든 내가 돋보이고 잘나 보이고 싶은 게 사람이니까요. 고난 받는 동안 하느님께 신실했던 사람들도 영광의 순간이 오면 나 홀로 무대 위에 서서 모든 영광 독차지하고 싶은 것이고, 그러다 보면 결국 첫 마음의 지향과는 영 엉뚱한 곳에 다다르게 됩니다.

겉모양새와 속마음이 따로 노는 사람이 주도하는 공동체는 겉으로 표현되는 의미와는 정반대되는 일들이 마구 벌어지는 장소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드온의 공동체가 겉으로는 하느님을 섬기는 체 했지만 결국에는 우상 숭배와 음란의 장소가 된 것처럼 말입니다.

내가 영광 받고 싶어서 칭송 받고 싶어서 하느님을 요식행위로 이용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없는지 성찰해 보아야 할 일입니다. 하느님은 결코 우리에게 이용당하실 분이 아닙니다. 다만, 우리의 깨달음과 깨우침을 위한, 하느님께서 주시는 고난의 길을 가야 할 뿐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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