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단 식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22 조회수555 추천수1 반대(0) 신고

        

 

 

                                 단   식



   우리 본당 신자들은 대부분 가난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이렇게 연로한 분들이 무너진 성당을 짓기 위한 기금을 마련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웬만한 신앙심이 아니고선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본당신자들을 지켜보면서 사목자인 내가 이 성전을 짓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성전은 천주님께서 지어주시는 것이기 때문에 '회개'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목자로서 회개와 신자들을 위한 보속으로 '단식'에 들어갔다. 이렇게 시작한 단식이 만 3년째다. 4년전에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도 있고, 당시 다친 머리쪽 상처가 여전히 아물지 않고 있다. 이런 몸으로 물과 소금만 먹고 50여일씩 1년에 3차례씩 단식을 하고 있다.


  나는 단식을 시작할 때마다 우리 순교자들의 죽음을 묵상한다. 죽어야만 천주님 안에서 살 수 있는 우리이기에 단식은 천주님 안에서 내 자신을 봉헌하는 기도이다. 단식을 해도 본당 사목일과 성전 건축 감독일을 놓을 수 없어 몇배 힘들다. 허기가 져 지쳐있는 내 모습을 보고 신자들은 금세 내가 단식을 다시 시작한 것을 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이고 단식 너무 좋아요. 밥 할 수고도 덜고, 설거지 하지 않아서 좋고, 그렇잖아도 교통사고로 장이 좋지 않은데 화장실 문제도 해결돼 좋습니다. 저는 감사할 따름 입니다" 하고 먼저 너스레를 떤다. 신자들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어서다.


  단식 때문에 벌어지는 갖가지 에피소드도 많다. 소금과 물을 먹은 후 반드시 30여분 운동을 해야 하는데 그 때 반응(?)이 온 것이다. 사방이 온통 논밭이어서 화장실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아니 온통 화장실이었다.


  급한 김에 아무데나 가서 볼일을 봐야겠지만 명색이 신부인데 노천에서 실례를 해서야 …. 그래서 문 있는 화장실에서 큰 것을 해결했다. 비닐하우스에서 막 나오는데 주인 아주머니하고 눈이 마주쳤다. 순간 나는 "죄송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줄행랑을 쳤다.


  나는 이 성전을 짓는 데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일이라도 기쁘게 할 수 있다. 성전만 지어진다면 나는 천주님께 어떤 경우도 감사와 찬미를 드릴 것이다.


  "주님! 우리 신자들의 단 하나 희망인 성전을 짓는 데 희망을 주십시오. 당신의 권능을 드러내소서."



                               - 정경수 신부( 광주대교구 전 벌교본당 주임 / 현: 안식년)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