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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15) 소신학교 시절의 꿈 / 임문철 신부님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01 조회수760 추천수7 반대(0) 신고

7월 첫째주 연중 제13주일 한국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교황주일 

"사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

 (마태 10,17-22)

 

 

                  소신학교 시절의 꿈

 

                                                                                                        임문철

 

                                                                      제주 중앙주교좌성당 주임신부

                                                                                

 

소신학교 시절 우리 학생들은 모두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전기를 읽으며 사제의 길을 준비했다.

방학이면 부산까지 기차를 타고 와서 다시 배를 타고 제주까지 와야 했는데, 열네 시간 동안 거친 풍랑 위에서 지독한 뱃멀미를 견뎌야 했다.

그럴 때면 나와 같은 열다섯 나이에 일엽편주로 망망대해를 건너고 중국 대륙을 횡단하여 마카오까지 걸어갔다는 신부님을 연상했다.

 

조그만 돛단배를 집어삼킬 듯 엄청난 파도가 밀어닥치는데도, 신부님이 돛대에 성모님 상본 하나 붙여 놓고 "이분이 바로 우리 선장님이시다."하며 어디 가는 지도 모르고 그저 신부님 명이니 따라와 잔뜩 겁에 질려 있는 사공 아닌 사공들을 격려하는 그림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특히 새남터에서 자신의 목을 치려는 희광이들에게 "이렇게 하면 칼을 치기가 쉽겠느냐?" 하면서 자세를 고치셨다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큰 위로를 주었다.

 

김대건 신부님의 이런 열정과 용기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신부님은 순교를 앞두고 교우들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에서  막비주명(莫非主命), 곧 "주님께서 명하시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가르침을 주신다.

 

"막비주명이라, 박해도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바이니 기쁘게 참아 받을지어다."

 

혹독한 탄압으로 양떼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그 와중에 부친은 순교하고 모친은 비렁뱅이가 되어 거처도 막연하고, 자신도 모진 고문 끝에 처형을 앞두고 있는 마당에 그 무지한 조정에 대한 원망과 하느님 섭리에 대한 항변이 하늘을 찌른대도 이해될만한데, 이 모든 것이 다 하느님 사랑의 섭리라며 달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그 믿음, 참으로 신부님은 믿음의 인간이었다.

 

의주 변문을 몰래 통과해 눈 덮인 벌판을 헤쳐 나가다 기진해 쓰러져 잠이 들었을 때 "일어나 걸어라." 는 성모님의 음성을 듣고 깨어나 교우들과 만날 수 있게 되었다고 신부님은 고백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 만리타향에서 어머니의 품이 그리울 때마다 성모님을 생각하며 위로와 힘을 받았던 성모님 사랑의 체험은 다시 성모님을 선장으로 모시고 거친 바다로 뛰어들 수 있는 용기를 이끌어낸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희광이들이 자신의 목을 칠 칼을 가는 가운데에도 모여든 구경꾼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는 참된 진리를 가르쳐 주겠노라며 설교하시는 신부님의 당당한 모습에 비하면, 신자들이 조금만 불평을 해도 내 뜻을 몰라준다며 섭섭해하고, 조금만 어려운 상황을 만나면 하느님의 뜻이 아닌가 보다 하고 쉬운 길을 찾는 나는 얼마나 초라하기만 한지.

커서 김대건 신부님처럼 되고자 했던 소신학교 시절을 그리워하며 다시 그 꿈을 꾸어본다.

 

" 세상 온갖 일이 막비주명이요, 막비주상이라. 고로 이런 군난도 역시 천주의 허락하신 바니 너희 감수 인내하여 위주하고 오직 주께 슬피 빌어 빨리 평안함을 주시기를 기다리라.

내 죽는 것이 너희 육정과 영혼대사에 어찌 거리낌이 없으랴.

그러나 천주 오래지 아니하야 너희게 내게 비겨 더 착실한 목자를 상 주실 것이니 부디 설러 말고 큰 사랑을 일워 한몸같이 주를 섬기다가 사후에 한 가지로 영원히 천주 대전에 만나 길이 누리기를 천만천만 바란다. 잘있거라."

          <교우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의 추신>

                            출처 : 가톨릭 다이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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