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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모님, 우리대모님! / 강길웅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21 조회수809 추천수9 반대(0) 신고

 

 

 

                        대모님, 우리대모님!



   도시 본당에서의 일이다.

   하루는 갓 세례받은 자매님이 상기된 얼굴로 찾아와서는 자기가 면접 때 책정했던 교무금 월 5만 원을 2만 원으로 내려야겠다는 것이었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본인이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한 일이기에 “혹시 무슨 일이 있었느냐?” 하고 물었더니, 대모님 땜에 못 살겠다는 것이었다.


   세례받은 그 이틑날 대모님이 축하의 뜻으로 점심을 사준다기에 중국집에 따라 갔더니 음식을 주문하신 대모님이 불쑥 “교무금은 얼마로 정했느냐?”고 묻더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얼마로 정했다고 대답을 하니까 대모님이 성을 내면서 “교무금이란 매년 올라가는 것인데 왜 처음부터 높이 정했느냐?” 면서 나무라더라는 것이었다. 그래도 자매님이 자기가 좋아서 책정한 일이라고 설명을 했지만 “당신 하나 때문에 여러 사람 피해를 보니까 아뭇소리 말고 당장 가서 내리라”고 위협(?)을 하더라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참 이상할 때가 많다. 자기가 못 하는 좋은 일을 남이하면 본 받고 배워야 하는데 그런 것이 아니고 오히려 욕하고 비난하면서 깍아 내리려 한다. 도대체 신앙인들마저 잘못된 아집에 사로잡혀 헤어나오지 못하고 다른 사람마저 그 구렁텅이로 끌고 들어가려 하니 민망스럽기도 하고 한심스러울 때도 있다.


   “믿음이 뭔지 모르겠어요.”

   새 신자가 한 말이지만 정작 모르는 것은 새 신자가 아니다. 한번은 어떤 자매가 레지오에 입단할 것을 굳게 약속해 놓고는 첫 주회가 열리는 날 오전에 찾아와서 불쑥 한다는 말이 “못 하겠다”는 것이었다. 아니, 본인이 시간도 있고 또 신앙도 배울 겸해서 자청한 일인데 “어쩐 일이냐?”고 했더니 대모님이 하지 말라고 한다는 것이었다.


   그 대모는 원래가 ‘희생’이라는 것은 전혀 모르는 분이었다. 조금이라도 손해 보는 일은 하지 않으려 하며 그런 그의 신앙을 누가 살짝 건드려 고쳐 주려고 하면 “내 신앙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 것이 그의 고집이었다. 그리고 더 묘한 것은 신부님 말씀은 쉽게 어길 수 있어도 대모님 말씀만은 결코 어길 수 없다는 대녀들의 대답이었다,


   대모가 잘못이냐, 신부가 잘못이냐? 말할 것도 없이 본당신부의 잘못이요 책임이지만, 양들이 목자를 믿지 못하고 따라 주지 않을 때 심사는 착잡해지고 영 괴로워진다.


   며칠 전의 일이다.

   어떤 자매님이 찾아 와서는 자기 대모 좀 성당으로 인도해 달라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냐?” 했더니, 대모가 자기를 성당으로 인도해서 세례를 받게 해놓고는 대모는 안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대녀 돈을 얼마 빌어가서 약속 기일이 훨씬 지났는데 돈도 안갚고 성당에도 안 나온다는 것이었다. “무슨 대모들이 얼어 죽을 상마귀들이냐?” 했더니 ‘신부님도 욕하세요?“ 하면서 깔깔깔 웃는다.


   “대모님, 신부 좀 살려줘요!”



        - 낭만에 초쳐먹는 소리 중에서 / 강길웅 요한 신부(소록도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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