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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수호천사'에게 한번 더 기회를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21 조회수848 추천수7 반대(0) 신고
                           

 

                  '수호 천사'에게 한번 더 기회를



 기도시간이었다. 생각이 오락가락 분심이 들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선희씨 수술비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식도 협착증으로 위장이 쪼그라들어 물 한방울 못 넘기는데….'


 기도하려고 들어온 성당에서 식구들 걱정만 하고 있으려니 하느님께 괜스레 미안했다. 선희씨 때문이다. 선희씨는 이제 마지막 방법으로 대장을 잘라 식도와 위장을 이식연결하는 대수술을 해야 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다. 


 가족들 걱정이 이래저래 태산같다. 구호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는 중환자가 발생하면 정말 난감하다.


 그 순간 구호병원에서 환자 간병을 하는 홍철씨가 성당까지 찾아와 나를 불렀다. 홍철씨 얼굴을 보는 순간 가슴이 '쿵'하고 내려 앉았다.


 "돌아가신 거예요?"


 "아뇨. 중환자실에 있는 손수호씨가 수녀님을 급히 뵙자고 합니다."


 가족들 가운데 암 말기로 임종이 얼마 남지 않은 할아버지가 한분 계신다. 나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줄 알고 깜짝 놀랐다.


 나는 '수호씨가 왜 날 보자고 하지'라며 병원으로 급히 뛰어갔다.


 결핵 후유증으로 폐기능이 다 손실된 수호씨는 코에 산소호흡기를 꼽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호씨는 숨을 헐떡이며 입을 열었다.


 "수녀님, 내 죽기 전에 소 알로이시오 창설 신부님 유해가 모셔져 있는 필리핀에 한번 가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수호씨는 갖고 있는 전 재산이라며 통장 하나를 내밀었다. 소년의 집 아이들 공부시키는데 쓰라는 말과 함께.


 그러나 그 통장을 받을 수 없었다. 수호씨는 매일 특별 간식과 전복죽, 개소주를 먹는 중이라 당분간 수중에 돈을 갖고 있어야 했다. 그래서 "착한 마음만 받을게요"라며 사양했다. 


 수호씨는 "그럼, 이 부탁은 들어주시겠지요"라며 손도장을 찍은 유언장을 내밀었다. 그리고 "창설 신부님께 드릴려고 두달 동안 준비한 영적선물"이라며 '묵주기도 2175단'이라고 적힌 종이를 내 손에 꼭 쥐어주었다.


 나는 감격했다. 코에 산소호흡기를 꼽고 숨을 헐떡이며 드리는 수호씨 기도는 정말 겟세마니 동산의 기도였다.


 수호씨는 병약한 몸이었지만 입원 전까지는 잠시도 쉬지 않고 기도하며 일했다. 직원들이 퇴근하고나면 구석구석 둘러보며 시설을 점검하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폐품도 차곡차곡 묶어 정리해 주었다. 가족들 빨래도 해주곤 했다. 


 이렇듯 매사를 자기 집처럼 아끼고 챙기던 천사 같은 수호씨였다.


 '주님, 우리 수호씨에게 한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김경숙 수녀/ 마리아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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