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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회심하는 인간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5-04 조회수697 추천수14 반대(0) 신고

 

 

 

 

 

 

 

회심하는 인간

 

 

회심이 단순히 윤리적인 것이라고 한다면 회심할 것이 별로 없을 것이다. 사실 평범한 삶을 사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죄를 지으면 얼마나 짓겠는가. 흔히 우스갯소리로 "사는 게 다 죄지." 라고 한다.

 

그런데 참회는 참으로 묘한 것이어서 삶을 더 성실히 살고 정직하게 살려고 할수록 죄스런 것이 더 많이 발견된다. 고소호엔 선사는 20년 참선을 한 후에야 비로소 수치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교부 테르툴리아노는 한평생을 회심하는 마음으로 살았는데, 그는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은 죽는 날까지 회심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리스도인이었던 윤동주는 윤리적인 죄를 지으려야 지을 수도 없던 감옥에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 했다." 라고 쓰고 있다.

 

세속에서 산다면야 수많은 유혹들이 도사리고 있고 또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죄를 짓게 되지만, 감옥에 갇힌 상태에서 어찌 그러한 일들이 가능하겠는가? 하지만 윤동주 시인은 하느님 앞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보았던 것이다.

 

그런가하면 바오로 사도는 자신의 무기력과 비도덕성을 다음과 같이 고백하고 있다. "나는 내가하는 일을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일은 하지 않고 도리어 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과연 비참한 인간입니다. 누가 이 죽음의 육체에서 구해줄 것입니까?" (로마 7, 15-24)

 

로마서는 바오로 사도가 마지막으로 쓴 편지로 간주된다. 그러니 바오로의 이 고백은 수행과 덕을 쌓으면서 오랜 시간 신앙의 길을 걸어온 원로로서 하는 고백이다.

 

왜 삶을 더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려는 사람에게 참회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일까? 그것은 마치 투명한 보석에 티끌 하나만 묻어도 크게 눈에 띄는 것과 유사하다. 어항 속 물은 방안이 어두울 때는 무척 깨끗하게 보인다. 하지만 햇빛이 그 어항을 비추면 어항물에 떠다니는 무수한 찌꺼기들이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 마음이 어두울 때는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느님의 빛이 비추면 우리안에 자리잡고 있는 죄악들을 보게 되는 것이다.

 

엄밀히 애기해서 우리가 회심한다는 것은 우리가 저지른 죄스런 행위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우리가 행위하도록 만든 내면 속의 경향, 무지, 그리고 두려움도 포함된다.

 

신약시대에는 죄란 ''표적을 잃는 것'' 으로 정의 되었다. 하느님이라는 궁극적인 표적을 잃어 버리고 자기 자신이나 세상 사물에 기울어져 있는 것, 그것이 죄인 것이다.

 

                  

                     - 회심하는 인간/ 송봉모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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