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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손내밀어주시는 주님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6-05-04 조회수982 추천수17 반대(0) 신고

5월 4일 부활 제3주간 목요일-요한 6장 44-51절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이끌어 주지 않으시면 아무도 나에게 올 수 없다.”



<손내밀어주시는 주님>


형제들과 함께 지금까지 걸어온 각자의 성소여정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가볍게 시작한 대화였는데, 점점 진지해지더니, 나중에는 눈시울이 뜨거워질 정도였습니다.


세상의 모든 젊은이들이 다들 걸어가는 넓은 길을 굳이 마다하고, 이 좁디좁은 길을 택해서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 후배들의 모습에 짠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젊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나름대로 꽤 많은 영적진보를 이뤄냈다는 마음에 대견스럽기도 했습니다.


한 형제는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과 신앙, 하느님과의 관계를 총정리 하는 영적 자서전을 써나가면서 평소에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강렬한 하느님의 이끄심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리 길지 않은 인생길이었지만 굽이굽이, 요소요소에 하느님께서 늘 함께 하셨음에 감사의 눈물이 나왔다고 합니다.


가야할 길이 너무도 막막해서,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높아서, 주저앉아 울고 있을 때, 심각한 성소의 위기 상황 앞에 섰을 때, 하느님께서는 형제들로 변장하고 나타나셔서 자신을 이끌어주셨다는 것을 이제야 알겠노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돌아보니 저 역시 별반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죄로 기울어져 정신 못 차리고 있을 때, 오랜 방황 속에 허덕일 때, 깊은 수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할 때는 몰랐는데, 조금 빠져나와서 바라다보니 손을 내밀어주시던 하느님이 계셨습니다. 늦게나마 그분의 손길, 그분의 자취를 하나하나 기억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둔감해서, 우리가 너무 육적으로 살아서 잘 감지하지는 못할지라도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우리와 동행하셨음을 고백합니다. 손 내밀면 언제라도 잡아줄 수 있는 지척의 거리에서 우리와 함께 걸어오셨음을 인정합니다.


늘 손내밀어주시는 하느님, 언제나 격려와 지지를 보내시는 하느님께서 이제 최종적으로 우리를 당신 아들 예수님께로 인도하십니다. 왜냐하면 그분 안에 영원한 생명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우리를 선으로, 생명으로, 구원으로 인도하시는 하느님을 떠올리면서 이제 더 이상 근심하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더 이상 걱정하지 않기로 다짐합니다. 더 이상 괴로워하지 않기로 약속합니다. 왜냐하면 그분의 자비와 선하심은 우리의 죄와 부족함을 훨씬 능가하기 때문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영원한 생명의 빵으로 이끄시는 하느님께 감사하며 이제 우리에게 남아있는 과제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하신 것처럼 우리 역시 이웃들을 생명의 빵에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은혜롭게도 하느님께서는 부족한 피조물인 우리 인간을 당신의 도구로 활용하십니다. 부족한 우리를 통해 당신 구원사업을 계속하십니다.


입교에 열심인 한 형제님을 알고 있습니다. 오로지 전교에 목숨을 건 형제님이십니다. 틈만 나면 주변 사람들에게 예비자 교리반에 들어가기를 권합니다. 만만치 않은 일일 텐데, 아마도 형제님 내면에 강렬한 하느님 사랑의 체험이 있었던가봅니다.


몇 년 사이에 수십 명의 예비자들을 성당으로 인도했고, 거의 다 세례를 받게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거기서 끝납니다. 그러나 이 형제님을 그렇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인도한 사람들의 명단을 늘 품에 고이 간직하고 다닙니다. 그들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판공성사 때만 되면 단 한번 도 빼먹지 않고 일일이 판공성사 봤는지 여부를 확인합니다. 영명축일 때는 일일이 전화를 걸어 축하인사를 전하고, 작은 것이지만 선물을 전합니다. 적어도 일 년에 한번 정도는 모두 한 자리에 모여 피정 비슷한 것도 합니다.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대부님으로부터 그런 극진한 관심과 사랑을 받은 대자들은 이제 전국 각지로 뿔뿔이 흩어져 살지만, 대부님의 모범을 언제나 기억하고, 또 다른 대부님이 되어 또 다른 이웃들을 예수님께로 인도합니다.


오랜 세월 자상한 하느님의 인도를 받아온 우리입니다. 이제 우리가 나설 때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이 진 꿀보다 달기에, 그분의 향기가 너무도 향긋하기에, 그분의 인품이 너무도 매력적이기에, 그 맛을 모르는 세상 사람들을 향해 이제 우리가 나설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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