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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우리안의 도성을 바라보며-
작성자김기환 쪽지 캡슐 작성일2018-11-21 조회수1,616 추천수0 반대(0) 신고
T. 평화를 빕니다. 
지금으로부터 29년전 제가 초등학교3학년 
때였습니다. 제가 살던 곳은 대구 월촌이라는 
시골 동네였고 동네 한가운데에는 월촌못이
라는 저수지 하나가 있었고 그 주변에는 논과 
밭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도시 개발이라는 명분하에
논과 밭이 밀리고 월촌못이라는 저수지의 
물이 빠지고 있었습니다. 전 여느때와 같이
학교를 마치고 저수지 둘레로 걸어서 집으로 
가는 도중에 어떤 젊은 남자분이 물을 빼고 
있는 저수지 옆에서 공사현장 사람들과 실랑
이가 붙어서 싸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분은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울고 있었습니다. 전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본
저는 어린나이에 별 이상한사람이 대낮부터
미친듯이 울고 있는가 싶어서 구경이라도 난
듯이 보고만 있었습니다. 그러다 그 남자분이
보고있는 저를 향해 "야 너 뭘 봐 이 XX야"
라고 욕을 하는데 저는 무서워서 집으로 뛰어 
갔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전 성인이 되고 나서도 그 남자분이 
정신나간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뜻이 있어 수도원에 들어오게 되었고
종신서원을 하고 난 후 밀양 송전탑 어르신들
과 함께 연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연대를 하면
서 주 임무는 바로 한전 직원들과 경찰들에게 
농성장을 빼앗기지 않는 것이었었는데 왜냐
하면 농성장이 있는 자리에 송전탑이 들어설 
자리이기 때문에 탑이 들어서지 못하게 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농성장을 빼앗기지 않아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2014년 6월11일 행정 대집행이 진행
되었고 수천명의 경찰들이 들이닥쳐 농성장을
지키고 있던 저와 수녀님들 그리고 활동가들을
모두다 끌어 내었습니다. 단 30분만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끌려나오신 어르신들은 땅
바닥에 주저앉아 한없이 울기 시작하셨고 경찰
들과 한전 직원들에게 욕을 하기시작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저는 문득 떠오르는 것이 하
나 있었습니다. 바로 초등학교때 월촌못 저수지 
옆에서 도시개발로 인해서 물을 빼고 있는 공사
현장 사람들과 시비가 붙어서 땅바닥에 주저 앉
아서 울고 있었던 그 남자분이었습니다. 

수십년이 지나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밀양 
어르신들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계신 모습
을 보고서야 그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 남
자분은 정신나갔던분이 아니라 아름다운 논과
밭과 정겨운 월촌못의 저수지가 도시개발이라는
이름하에 기계들에 의해서 사라지는것에 대한 
아픔의 눈물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도 예루살렘 도성을 보시며 
눈물을 흘리십니다. 어떻게 우셨는지, 그 남
자분처럼 아니면 밀양 어르신들처럼 땅 바닥
에 주저 앉아서 울었었는지는 알길이 없지만
예수님께서도 예루살렘 도성을 보시며 먼 훗
날 파괴될 도성을 생각하시며 눈물을 흘리십
니다. 

눈물을 흘리시는 예수님의 마음이 아마도 땅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셨던 그 남자분의
마음과 그리고 밀양 어르신들의 마음과도 별
반 다를것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가 눈물을 흘려야 할 때
입니다. 하느님을 모시고 있는 우리는 우리의 
마음은 하느님의 도성 예루살렘입니다. 
하느님의 성령을 모시고 살고 있는 우리의 
마음과 영혼이 도성 예루살렘입니다. 

우리의 세속적 가치와 세상이 주는 기쁨, 
그리고 하느님을 잊은체 우리만을 생각하는
그 모든것들이 우리안의 도성 예루살렘을
파과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우리의 
도성이 허물어져가고 있다면 지금 하느님과
함께 하고 있는 때를 알지못해 우리의 도성
이 조금씩 허물어져가고 있다면 이제 우리
안에 있는 도성 예루살렘을 두고서 울어야 
할 때입니다. 

우리안의 도성이 어떠한 모습인지는 우리 
스스로의 기도와 묵상안에서만이 알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 누구도 알려줄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우리의 도성 예루살렘을 
잘 살펴보며 허물어져가고 있다면 다시 재건
할수 있는 은총을 하느님께 청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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