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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79) 이러다간 아무래도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6-04-27 조회수646 추천수5 반대(0) 신고

 

며칠전 친정 어머니가 다니러 오셨는데 함께 사는 큰 남동생 내외가 근래 들어 성당에 다니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큰 동생댁이 원래 천주교 신자인데 시댁이 유교집안이어서 결혼 이후엔 성당에 나가지 않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일이었습니다. 불교든 기독교든 종교가 없이 기제사나 대대적인 시제사같은 제사만 받들어 모시는 전형적인 유교집안이었던 관계로 천주교도 우리에겐 먼 종교로만 생각하고 살았던 집안입니다.

 

어머니는 우연히 들었다고 하시면서 "베드로란다" 하고 말씀하시는데 난 쿡하고 웃음이 나왔습니다. 노인네가  베드로라는 이름을 말하는게 신기하고 이상해서였습니다. 큰 동생 세례명이 베드로랍니다.

사실 천주교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더욱이 연세가 팔십이 넘으신 노인네가 낯선 외국 이름인 베드로를 어떻게 외우셨을까 싶더라구요.

나이들면 또랑물 건너다가도 잊어버린다는데, 그 어렵고 낯선 외국 이름 베드로를 잊지 않고 딸에게 전해주려고 얼마나 애를 쓰셨을지, 웃을 일이 아닌데도 자꾸만 웃음이 나오데요. 저러다가 어머니도 곧 성당에 가시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구요.

 

우리 집안에 처음으로 천주교를 들여 온 사람은 셋째 남동생이었습니다. 그 동생이 고1이 되던 해에 난 결혼하여 친정을 떠났고, 동생은 사관생도 시절부터 기숙사 생활에 계속 객지로만 돌며 살았고 저역시 아이 낳아 키우느라 친정에 자주 가지도 못했으니 동생과 일년에 추석과 설날 두어번 만나는게 고작이어서 동생이 스무살적부터 천주교신자였던 걸 몰랐습니다.

과묵하기 그지없는 동생이어서 전혀 그런 말을 들어보지 못했지요.

 

셋째 동생이 천주교 신자인 걸 안 건 동생의 결혼식 때였습니다.

신부님이 천주교 예식으로 하는 결혼식을 했기 때문입니다.

단 한 번도 성당에 가 본 일도 없고 천주교에 대한 상식이 전혀 없던 저는 그 날 결혼예식을 하는 중에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 일을 반복하는 예식이 정말 낯설고 이상했더랬지요.

 

그리고는 6년 쯤 후인 91년도에 저는 천주교 교리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심한 병에 걸려 위안을 받고자 찾은 곳이 성당이었습니다.

그때도 동생이 천주교 신자라는 건 의식하지 못했습니다.

늘 멀리 살고 있는 동생이어서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내마음이 가는대로 찾은 것이 천주교였을 뿐입니다.

세례를 받고도 열심히 다니지 않았고 6년동안 냉담까지 했더랬습니다.

그래도 우리 6남매 중에서 제가 두 번째로 세례를 받은 것입니다.

 

그런데 2001년부터 열심히 성당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우리 남매들 간에는 이상한 일이 생기는 것입니다. 막내 남동생 가족이 세례를 받은 것입니다. 딸아이 둘은 어린이 성가대도 하고 지휘자도 한답니다. 그런데 작년 가을쯤 둘째 남동생 내외가 성당에 나갈거라고 하더니 생각지도 않은  큰 동생이 베드로가 되었다네요.

아마 둘째 동생내외도 지금쯤 교리를 받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머니가 천주교 신자가 아니어서  드러내놓고 얘기를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둘째 동생댁과 큰 동생댁은 동서지간이 무지 돈독한 사이여서 아마 종교도 따라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보니 여동생과 어머니만 신자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어머니도 아마 대세정도는 받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언젠가 제가 엄마도 성당에 나가보는게 어떠냐고 했더니  아무 것도 모르는 늙은이가 새삼스럽게 이것 저것 배우려면 그게 더 스트레스 받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러니 대세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동생도 지금 암투병 중이라서 신앙을 가져보는게 어떻겠냐고 슬쩍 비춰보긴 했습니다만 그렇지 않아도 몸이 아픈 사람에게 스트레스 될 것 같아서 강요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종교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을 보고 따라가는 경향도 있는것 같고 사람과의 관계에 의해서도 그러는 것  같습니다.

왜 막내동생이 천주교를 택했을까에 대해서 생각해보니 막내는 어릴 때부터 유독 바로 위의 형인 셋째를 믿고 따랐거든요. 그래서 아마 종교도 따라간 것 같습니다.

큰 동생이 세례를 받은 건 아내를 따라간 것이겠고, 둘째가 그러는 건 형 내외를 따라가는 것이겠구요.

 

할아버지는 한학을 하시고, 서당을 앉히시고, 아버지는 아무 종교도 갖지 않아 대대로 종교와는 멀기만 했던 우리 형제들이 이렇게 하나 하나 천주교 신자가 되어 간다는게 정말 이상하고 신기하기만 합니다.

성당이라고는 평생 가 본 일이 없었던 제가 나이 들어 순전히 자의에 의해 천주교 신자가 된 것도 보통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30년 전에 셋째 남동생이 입문을 한 이래 서서히 하나 둘 이렇게 천주교 신자가 된다는 것이 예삿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형제간에 아무도 종교에 대해서 강요하지도 않는데 저절로 그렇게 되어가니 말입니다.

 

금년 부활절에 쓸 계란에 스티커 붙일 때의 일입니다. 계란 60개를 삶아놓고 너무 피곤하여 잠들었다가 새벽 세시에 잠이 깨었습니다. 서둘러 가스불을 켜고 물을 끓이는데 그때까지 컴퓨터 하느라고 자지 않던 아들이 나와서 스티커를 끼워주는 거였습니다. 덕분에 저는 계란을 끓는 물속에 넣었다 꺼내는 일만 하였더니 아주 일이 쉽게 끝났습니다. 아들과의 합동작업이었지요.

그런데 아들이 3년 전 논산훈련소에서 한달간 훈련받을 때 세례 받았다는 걸 지난달에서야 들었습니다. 이 무슨 운명인지요. 교제하는 여자친구는 어릴때 세례받은 천주교 가족이라 하구요. 뭔가 착착 맞아 돌아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여동생을 입문시키는 건 아무래도 저에게 주어진 미션인 것 같습니다.

이러다간 아무래도  온집안이 다 천주교 집안 되고 말겠습니다. 알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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