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너무 쉬운 답이다 보니... (이찬홍신부님 강론글)
작성자조경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4-27 조회수758 추천수8 반대(0) 신고

너무 쉬운 답이다 보니...

 

                                 

 

현대 사회는 복잡하고 전문화된 시대입니다.

그러다보니, 쉽고 단순한 것보다는 어렵고 힘든 것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으려

할 때가 많습니다.


또한 아무리 귀하고 좋은 물건이라 하더라도, 생각보다 가격이 낮으면,

사람들에게 ‘가짜다.’ ‘믿을 수 없다.’는 편견을 갖게 해 버립니다.


전에, 광양 성당에서 함께 생활하였던 양 영수 신부님께서 효돈 성당을

건립할 때의 일입니다.


벌써 15년이 더 지난 일이네요.

성당 짖는 데 조금이라도 보태려고 제주산 토종 벌꿀

(제주에서는 ‘청’이라고도 합니다.)을 소주 대병에 담아갖고

서울 모 본당에 가서 판매를 했습니다.

미사 강론 중에, ‘안녕하십니까? 제주 효돈 성당에서 온 양영수 신부입니다.

성당을 건립하는데, 어려워 토종 벌꿀을 팔러왔습니다.

가격은 15000원입니다.’ 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분들에게 시음을 권하며 팔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신자 분들은 물건을 보지도 않고,

그냥 가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몇몇 신자 분들은 시음을 해 보고는, ‘맛은 괜찮은 것 같은데, 가짜 같다.’

는 말을 하며 가버렸습니다.


‘이상하다. 서울 분들은 벌꿀을 싫어하나? 토종인데...’

라며 고민하던 신부님께 그 본당 사목회장님께서 다가와 이런 말씀을 해 주셨답니다.


‘신부님! 소주 대병들이 벌꿀을 15000원이라고 하면, 아무도 안 삽니다.

한 5-6만원 이라고 하십시오.’


그 말을 들은 신부님은 의아해 하시며,

‘원가가 만원이 채 안되는데, 그렇게 받아도 됩니까? 라고 말하자,

사목회장님께서는 ‘15000원이라고 하니, 사람들이 가짜라며 보지도 않고

그냥 가버리는 겁니다. 제 말대로 6만원 해 보십시오. 금방 팔릴 것입니다.’


신부님은 양심의 거리낌은 있었지만, 사목회장님의 말씀대로 해보니,

과연 말씀하신 그대로였답니다.


교중미사가 끝나자마자, 갖고 갔던 벌꿀을 모두 다 팔고 내려올 수 있었답니다.


작년에 이 말씀과 함께 성당 건립하며 웃고 울었던 이야기를 새파란 후배이자,

보좌였던 저에게 말씀해 주시던 신부님의 모습이 눈에 선 하네요...^^


제가 이 자리에서 이 말씀을 드리는 것은 그 때,

벌꿀을 사신 서울 신자 분들을 욕되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리석다. 제 꾀에 제가 속아 넘어가 만 오천 원짜리를 6만원에 샀다.’

며 비웃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그분들이 속은 것이 아닙니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간 것이 아닙니다.

알고도 속아준 것이요, 거룩한 하느님의 성전에 더 많은 도움을 주려고

그렇게 한 것입니다.


이 자리에서 그분들의 도움으로 효돈 성당이 하느님을 모시기에 합당하게

지어졌다고 양 신부님을 대신해 감사를 드리는 것입니다.


다만, 생각한 것보다 물건 가격이 낮아버리면, ‘가짜다.

진짜면 그렇게 쌀 수가 없다.’는 생각이 모든 사람에게 만연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었던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양 신부님의 체험을 통해 우리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에

익숙하다보니, 아주 쉬운 진리와 답을 우리에게 제시되어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거나, 알아듣지 못하여 쉽게 넘어가 버리는 잘못을 범할 수

있다는 것을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복음에, 예수님께서 “아버지께서는 아드님을 사랑하시고 모든 것을

그분 손에 내 주셨다. 하느님을 믿는 이는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쉽고도 당연한 진리는 이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 갈 수 있는 답은 이것 하나입니다.

바로, “하느님과 그 외 아드님을 믿는 자는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

“예수님을 믿는 자는 하느님을 믿는 것이고, 그럼으로써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

는 이 진리를 받아들이고 믿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쉬운 진리를 알려주셨음에도.. 모두가 이해 할 수 있는 답을

알려주셨음에도... 너무나 쉽게 이 진리와 답을 외면해 버릴 때가 많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믿음으로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 하기보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얻으려 할 때가 많습니다.

비단, 이는 영원한 생명에 국한 된 말씀이 아니라, 기쁨, 행복, 평화 등

많은 것까지도 포함됩니다.


‘에이, 구원받기가... 영원한 생명과 기쁨과 행복을 얻기가 그렇게 쉽나?’

라며 넘어가 버립니다.


믿음만 있으면 되는가? 삶이 따라주어야지...

라며 많은 노력과 활동에 치우칠 때가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물음 또한 중요하고,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나, 교회가 가르치는 믿음은... 우리가 얻으려 노력하는

믿음은 단순한 믿음이 아니라, 행동이 따르는 믿음이기에 당연한 모습입니다.

사실, 우리도 우리가 지니려는 믿음이 이러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삶이 뒤따라 주는 믿음을 지니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쉽게 지나쳐 버리거나, 잊어버리지 맙시다.

우리에게 알려준 명백한 진리는... 하느님 나라에 가기 위한 쉬운 답은

“하느님께서는 아드님을 사랑하시어 모든 것을 그분 손에 내 주셨다는 것”

을 믿어야 함을 말입니다.


그 아드님에게서 우리는 사랑을 받고, 돌보심을 받고, 하느님을 알게 될 뿐만 아니라,

바로 그분을 통해서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 제시된 쉬운 답임을 말입니다. 아멘


                      ♡ 이찬홍 야고보신부님 ♡

 

 

                          

가톨릭성가 173번 /  사랑의 주여 오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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