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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의 말씀을 하신다' - [유광수신부님의 복음묵상]
작성자정복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4-26 조회수543 추천수6 반대(0) 신고

<하느님의 말씀을 하신다.>(요한 3, 34)

 "아드님을 믿는 이는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 그러나 아드님께 순종하지 않는 자는 생명을 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진노가 그 사람 위에 머무르게 된다."

예수님은 계속해서 같은 말씀을 하신다. 즉 나를 믿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는 것이다. 오늘뿐만 아니라 어제도 같은 말씀을 하셨다. 어떻게 보면 복음 전체는 바로 이 말씀만 하신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이 말씀만 하시는 것일까? 그것이 예수님이 우리에게 알려 주시고자 하시는 것이요, 우리에게 주시고자 하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속해서 그리고 반복해서 말씀하신다. 참으로 이상한 것은 예수님이 그렇게 반복해서 말씀하시는데도 그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거나, 놀라거나, 기뻐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냥 '오늘도 똑같은 말씀을 하시는구나. 응 이거 들었던 말씀이야. 새로운 것이 없네.' 하고 오늘도 이 귀중한 말씀을 듣고 그냥 흘러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우리의 현실을 보시고 예수님은 한마디로 "아무도 그분의 증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씀하신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럼, 나는 어떠한가? 그분의 증언을 받아들이는가?
왜 아무도 그분의 증언을 받아들이지 않는가? 그 이유는 좀 더 근본적인 데 있다.

 "세상에서 난 사람은 세상에 속하고 세상 것을 말하는데, 하늘에서 오시는 분은 모든 것 위에 계신다. 그분께서는 친히 보고 들으신 것을 증언하신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났고 세상에 몸을 담고 있으며, 그동안 쭉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에 대해서 교육을 받아 왔다. 그리고 우리가 세상에 살아남으려면 그리고 출세를 하고 나의 삶을 보장해주는 안전하고 편안한 생활을 하려며는 끊임없이 세상에 속하여 있어야 하고 세상 것에 대해 말해야 한다. 그것이 몸에 베어있고 익숙해져 있다.

 

그런데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것은 세상 이야기가 아니라 하늘에 관해 보고 들으신 것을 증언하신다. 어떻게 보면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고 우리의 현실과는 맞지 않는 이야기이다. 또한 내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한번도 보고 듣지도 못한 것에 대해 말씀하시기 때문에 잘 알아들을 수도 없다.

 

어떻게 보면 예수님은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만 하시는 것 같다. 그러니 듣기는 듣지만 확신이 없고 뜬 구름잡는 것 같고 긴박한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요,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과는 거리가 먼 세상에 속하여 살고 세상 것을 말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다 세상 것에 관심이 있고 세상의 것에 매달려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자연히 세상 것에 어울리게 되는 것이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의 현실이다.

우리의 몸은 세상에 속해 있고 신앙적으로는 하늘에 관한 것을 믿어야 하기 때문에 살면서 많은 갈등을 겪게 된다. 아침에 눈을 뜨고 잠자리에 들기까지 우리는 늘 세상 것에 매달려야 한다. 세상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고, 세상의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고, 나의 삶을 보장받을 수 있다. 우리의 삶의 구조가 세상 것과 함께 어울려 돌아가게 되어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하늘에 관한 예수님의 이야기는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나?
예수님은 제일 처음에 복음을 선포하실 때 "때가 차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 15)고 하셨다. 즉 회개하고 복음을 믿을 것을 요구하셨다. 그러면서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르 8,34)고 하셨다.


세상에 살면서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회개"가 전제 조건이다. 회개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방식을 버리라는 것이다. 삶의 방향을 바꾸라는 것이다. 이제부터 선포되는 복음에 의한 새로운 삶을 시작하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를 버려야 하고, 자기를 버리기 때문에 따르는 십자가를 지라는 것이다. 이것이 실현되지 않으면 아무리 예수님이 영원한 생명에 관해서 말씀하셔도 소에 경 읽는 것이 되고 말 것이다.


따름은 선택이다. 선택은 다른 것을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한쪽은 미워하고 다른 쪽은 사랑하며, 한쪽은 떠받들고 다른 쪽은 업신여기게 된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마태 6,24)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우리가 신앙인이면서 또 봉헌의 삶을 사는 사람이면서도 계속해서 세상에 속하고 세상 것을 말하면 점점 더 세상에 속하고 세상 것을 말하게 되겠지만 예수님께 속하고 하느님께서 보내신 하느님의 말씀을 귀담아 듣고 깊이 깊이 묵상하며 복음을 생활화 할려고 노력한다면 점 점 더 하느님의 사람이 되어 갈 것이다.

 

즉 복음을 통해서 깨달은 것을 알아듣게 되고 보게 되고 말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믿는 이의 삶이요, 영원한 생명을 얻는 길이다. 반대로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께서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도 순종하지 않는 이는 생명을 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진노가 그 사람 위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예수님은 오늘도 "아드님을 믿는 이는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 그러나 아드님께 순종하지 않는 자는 생명을 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진노가 그 사람 위에 머무르게 된다."고 말씀하신다. 이 말씀은 믿을 수 없는 인간의 이야기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께서 하시는 하느님의 말씀이시다.

하느님의 말씀을 하느님의 말씀으로 들을 줄 아는 것, 이것이 하느님께 드리는 예배이다. 오늘도 하느님의 말씀을 웃웁게 듣는 사람들과 세상 한 가운데에서 생활하는 모든 신앙인들 특히 봉헌의 삶을 사는 이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하느님의 말씀으로 증언하는 은혜로운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유광수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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