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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이 너무 괴롭고 귀찮아서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6-04-25 조회수862 추천수18 반대(0) 신고
4월 25일 성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마르코 16장15-20절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복음이 너무 괴롭고 귀찮아서>


저희 수도원에서는 매일 ‘복음나누기’가 생활화되어 있습니다. 가끔씩 행사가 있어 복음나누기를 빼먹기라도 하면 그렇게 허전할 수가 없습니다. 저 같은 경우 끼니는 걸러도 괜찮은데, 복음묵상을 빼먹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뻔한’ 내용 가지고, 제한된 울타리 안에서, 매일 반복되는 단조로운 생활 분위기 안에서, 매일 보는 똑같은 얼굴들과, 매일 나눌 것이 뭐가 있겠냐고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나누면 나눌수록 더욱 풍요로워지는 복음입니다.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더욱 심오해지는 복음입니다. 마음만 열면 매일 새롭게 다가오는 복음입니다.


‘수도회의 꽃’이라고 불리는 수련자 형제들은 복음 안에서 삶의 지침을 찾습니다. 복음을 통해 생활의 이정표를 세웁니다. 복음나누기를 통해 희망을 나누고 미래를 설계합니다. 결국 복음은 저희 같은 구도자들에게 있어 밥보다 중요한 생명의 양식입니다.


그러나 늘 한 가지 아쉬움으로 남는 것이 있습니다.


매일 복음에서 길어 올리는 삶의 진리들이 머리에서 가슴까지는 잘 내려옵니다. 그러나 가슴까지 내려온 복음이 다리까지, 손끝까지 내려오기가 그렇게 힘듭니다.


복음이 진정한 복음이 되기 위해서는 행동하는 복음이 되어야겠지요. 복음이 생각이나 마음에서 머물지 않고 에너지가 되고, 비타민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실망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복음을 위해 순교하셨던 마르코 복음사가 역시 한때 복음이 너무 귀찮아서, 복음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복음으로부터 멀리 달아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르나바의 사촌이자 베드로의 제자로 추정되는 마르코는 한때 복음전도 여행이 너무나 힘들고 또 목숨을 건 모험이 두려워서 중간에 배신을 때리고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버렸습니다(사도행전 13장 13절 참조).


이러한 마르코의 모습에 바오로 사도는 크게 실망했고 분노했습니다. 그래서 제2차 전도여행을 함께 준비하던 바오로와 바르나바는 마르코로 인해 큰 의견충돌을 일으키게 되었고, 서로 갈라지게 되었습니다. 바르나바는 마르코를 제2차 전도여행 팀에 참여시키려 했는데 바오로는 그것을 거부했습니다. 그래서 전도여행팀이 갈라지게 되었습니다. 바르나바는 마르코를 데리고 키프로스 섬으로 떠났고, 바오로는 실라와 함께 소아시아로 떠나게 된 것입니다.


자신으로 인해 야기된 이 불미스런 사건으로 인해 마르코는 오랫동안 괴로워했습니다. 많이 힘들어 했고 자책감에 사로잡혔습니다. 자신의 소극성을 크게 뉘우친 마르코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열렬한 사도로 변모하게 됩니다. 그리고 훗날 다시 바오로의 최측근이 됩니다. 언젠가 바오로가 에페소에 투옥되었을 때도 마르코는 항상 따라다니면서 충실하게 옥바라지를 했습니다. 바오로에게 있어 마르코는 가장 든든한 오른팔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복음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게 됩니다.


마르코의 생애를 바라보면서 우리 역시 희망을 가져야겠습니다. 오늘 비록 우리의 태도가 지극히 소극적이고 자기중심적이어서 자주 복음을 외면하고, 복음을 귀찮게 여길지라도, 언젠가 주님께서 우리를 변화시켜주시고, 진정한 복음 선포자로 거듭나게 도와주실 날이 있을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보다 담대하게, 인생 전체를 걸고 주님의 말씀을 선포하게 될 것입니다.


마르코의 스승이었던 바오로 사도의 말씀들이 오늘 하루 우리들 삶의 양식으로 삼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복음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람의 환심을 사려고 복음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살피시는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려고 말하는 것입니다.”


“나는 그들과 같이 복음의 축복을 나누려고,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무슨 일이라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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