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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누구나 한 번쯤은 열병에 / (두 영혼의 해변) 류해욱 신부님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4-24 조회수880 추천수17 반대(0) 신고

토요일에는 고충도 들어줄겸 점심이나 함께 하자고 약속한 후배 원장님으로부터 오히려 도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친구 도우려다 자기가 치유받는다." 는 말씀을 해주신 분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아픈친구를 낫게 해주려고 기도회에 함께 왔다가 데리고 온 사람도 치유를 받게 됨을 일컬은 말입니다. 후배 원장님이 "숲생태탐방"을 함께 가지고 하여 지양산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나무의 이름들을 알려주기보다는 나무를 한 번 껴안아보고, 새소리도 들으면서 "새는 왜 울까? 몇가지 종류의 새가 우는 걸까?" 그리고 하늘도 한 번 쳐다보면서 느껴보게 하는 교육을 지향하는 모임이었습니다.

 

죽은 나무가 어떻게 보면 쓰레기같지만, 딱따구리와 수 많은 생물들이 그 나무를 먹고 살아가게 된다는 것, 그리고 나무의 높이 재는 방법, 은행으로 목걸이 만들기, 풀친구들 만나기, 나무를 바꿔 등등의 활동을 실제로 해보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활동을 마치고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저는 인생을 배우는 것 같습니다. 나무가 너무 붙어 있으면 부대껴서 잘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 (나무들끼리도 가지 끝에 홀몬이 있어서 옆에 다른 나무가 있는 것을 알게 된답니다.) 을 통해 사람들과의 사이도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라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마침 이와 관련된 류해욱 신부님의 좋은 글이 있기에 나누고자 합니다.

 

 

 

두 영혼의 해변


그때 알미트라가 말을 이었다.

“스승님, 결혼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그가 이렇게 대답했다.

너희는 함께 태어났나니, 언제나 한결같이 함께 하리라.
죽음의 천사가 흰 날개를 펄럭이며
너희 이승의 삶을 마감하려고 다가올 때도
너희는 함께 있으리라.
그렇다. 신의 고요한 기억 속에서조차
너희는 함께 있으리라.
그러나 너희의 함께 있는 단란함 안에도 공간이 필요하니
하늘 바람이 너희 둘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의 이름으로 서로를 구속하지 말라.
오히려 너희 두 영혼의 해변을 오가는 파도가 되게 하라.
서로의 잔을 가득 채워주되 한 잔으로만 마시지 말라.
서로의 빵을 나누되 한 빵만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각자 홀로 머물게 하라.
마치 하나의 음률을 내는 악기의 현이 각기 홀로 있는 것처럼.

그대들의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을 지니려고 하지는 말라.
오직 생명의 손길만이 그대들의 가슴을 지닐 수 있나니.
함께 서 있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나니.


  이미 강은교 씨도 번역을 했고, 류시화씨가 이 부분을 따로 떼어 자기가 엮은 책에 넣은 이래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중에서 ‘결혼’에 대한 부분입니다. 제가 굳이 다시 번역하여 여러분들과 나누는 것은 어느 지인의 부탁으로 이 시의 한 부분을 번역한 것이 계기이지요. 저는 칼릴 지브란의 이 시에 꼭 결혼을 하는 사람들에게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 마음에 두어야 할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수 양희은씨과 이은미씨가 부른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란 노래가 있지요.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는 이 세상도 끝나고
날 위해 빛나던 모든 것도 그 빛을 잃어 버려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 번
잊지 못할 사랑을 만나고 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이 노래를 들으며 사람들에게 사랑이 왜 쓸쓸한 일로 느껴질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지요.
문득 우리가 사랑을 하면서 쓸쓸함을 느끼는 것은 우리가 진정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열병’과 사랑을 혼동하지요. 누구나 한번쯤은 열병에 걸려 보지 않은 분은 안 계실 겁니다. 열병에 걸리면 모든 것이 혼미해지고 한번 움켜잡은 손을 놓으려 하지 않지요. 그러나 어떤 것도 내가 잡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나면, 말할 수 없는 쓸쓸함이 밀려오게 마련이지요.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라는 노래 제목은 ‘열병, 그 쓸쓸함에 대하여’로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 열병이 아닌 진정한 사랑은 서로 간에 자유의 공간을 마련하여 주는 것, 칼릴 지브란의 표현대로 “하늘 바람이 둘 사이에서 춤추게 하는 것‘이지요.
  연인뿐만 아니라 친구 사이에도 오랫동안 좋은 사랑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잡으려 하지 않고, 놓아 주는 것, 너무 가까이 서 있으려고 하지 않고 바람이 지나갈 수 있는 거리를 두는 것’이 꼭 필요한 일이고, 그렇게 할 때, 오히려 쓸쓸함이 아니라 오랫동안 따뜻함이 느껴지게 되지요.
  열병은 지나가는 것, 그러나 사랑은 영원히 남는 것. 우리 서로 간에 하늘 바람이 춤출 공간을 주면서 참 사랑을 나누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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