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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저 안개꽃 한 묶음 비석 앞에 놓아드리고자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6-04-14 조회수770 추천수13 반대(0) 신고
4월 15일 예수 부활 대축일 부활 성야-마르코 16장 1-7절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 그래서 여기 계시지 않는다.”



<그저 안개꽃 한 묶음 비석 앞에 놓아드리고자>


유다인들에게 있어 안식일 규정은 목숨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안식일에 얼쩡거리다가는 큰 봉변을 당하기 십상이었습니다. 특별히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후 맞이한 첫 번째 안식일은 유다인들의 여러 축제 가운데 아주 중요한 축제였던 과월절이었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한편 예수님 살아생전 가장 극진히 예수님을 보필했던 세 여인-마리아 막달레나,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 살로메-은 안식일 내내 안절부절 했습니다.


그 어느 곳 하나 성한데 없이 그리도 처참하게 돌아가신 예수님이었지만, 안식일 때문에 제대로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덤에 묻히신 것이 그리도 안타까웠던 세 여인이었습니다.


몰래 예수님의 무덤에 가서 시신을 수습해볼까 생각도 했었지만, 그 일은 일 중에서도 아주 중요한 일이었기에, 안식일 규정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었기에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이 너무도 안타까웠던 세 여인은 안식일 내내 복받치는 슬픔을 참지 못해 한없이 울었을 것입니다. 통곡에 통곡을 거듭한 나머지 눈물마저 다 말라버린 여인들이었습니다.


드디어 지옥 같이 지루했던 안식일이 지나갔습니다. 밤을 꼬박 샌 여인들은 동이 트기 전에 벌써 준비를 완료했습니다. 예수님의 몸에 발라드리려고 준비한 향료를 챙겨들고 예수님의 무덤으로 향했습니다.


당시 유다인들의 무덤은 봉분이 아니었습니다. 야산이나 언덕 같은 곳에 적당한 크기의 굴을 팝니다. 그리고 염을 마친 시신을 동굴 안에 안치합니다. 그리고는 굴 입구를 큰 바위로 막았습니다. 그래서 여인들은 “누가 그 돌을 무덤 입구에서 굴려 내 줄까요?”라고 걱정하면서 길을 갔던 것입니다.


여인들의 걱정과는 달리 무덤 입구를 막았던 돌은 이미 치워져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시신을 감쌌던 수의 역시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습니다. 혼비백산한 세 여인은 두렵기도 두려웠지만, ‘누군가가 예수님의 시신을 탈취해갔구나’ 하는 마음에 미친 듯이 무덤 안팎 이곳 저 곳을 살펴보았습니다.


그 순간 흰옷을 입은 천사가 나타나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음을 그들에게 전합니다.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 그래서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예수님의 부활 사건, 참으로 놀라운 일인 동시에 신비스런 일입니다.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기묘한 일입니다. 인류 역사상 그 누구도 체험하지 못한 대 사건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부활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혼란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분의 부활을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으로 갈라지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과 오랜 기간 동고동락했었던 제자들에게 있어 예수님의 부활 사건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자신들의 눈으로 발현하신 예수님을 직접 확인했던 동시대 사람들에게 있어 예수님의 부활 사건은 그리 문제 될 것이 없었습니다. 부활사건의 목격자들로부터 직접 사건의 전말을 전해들은 초대교회 사람들 역시 예수님의 부활을 있는 그대로 확신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벌써 2,000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아무리 특별한 사건이라 할지라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지 않는 이상, 직접 듣지 않은 이상 예수님의 부활 사건을 있는 그대로 믿기란 어렵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부활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고민거리로 다가갑니다. 믿자니 확신이 안서고, 안 믿자니 손해 보는 것 같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 부활에 대한 믿음은 그리스도교 신앙 안에서 가장 중요한 신앙의 진수입니다. 결국 그리스도교 신앙은 부활 신앙입니다. 세례를 받고, 신앙인으로 살아간다하더라도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않는다면, 반쪽짜리 신앙인일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부인한다는 것은 그리스도교 신앙 전체를 부인한다는 말과 동일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이제 종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과 통교하십니다. 육으로 접근하지 않으시고 영으로 접근하십니다. 귓가를 울리는 음성으로 대화하지 않으시고 우리의 영혼과 직접 대화를 나누십니다. 시공을 초월하십니다. 그 어느 곳이든 존재하십니다.


당신의 부활을 믿는, 그래서 당신을 향해 마음을 활짝 여는 사람이면 그 누구라도 기쁘게 다가가십니다. 그들의 마음 안에서 자리한 죄와 죽음, 두려움과 슬픔을 완전히 몰아내십니다. 어둡고 부정적인 모든 요소들이 사라진 그 자리에 부활하신 주님께서 주시는 생명과 사랑, 기쁨과 평화로 가득 채워주십니다.


회한과 눈물로 농축된 새벽안개를 가르며 조용히 다가온 부활의 새벽,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저 안개꽃 한 묶음 비석 앞에 놓아드리고자,

핏빛 무덤을 향수로 희석시키고자 무덤을 찾았습니다.

또 다른 부재가 너무나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구르는 마리아,

그녀의 가녀린 어깨 뒤로

감미로운 주님의 음성이 귓전을 울립니다.

마리아야,

이게 꿈입니까, 생시입니까?

정녕 주님이십니까?

꿈에 그리던 주님이십니까?


부활하신 예수님은 당신을 찾는 누구에게나 영광스런 당신의 모습을 나타내 보이실 것입니다. 우리가 주님을 향해 마음을 열면 열수록 더 가까이 다가오실 부활 예수님이십니다. 열렬히 찾으면 찾을수록 더욱 확연히 당신의 모습을 드러내실 부활 예수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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