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건달산에서도 길은 엇갈리고...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6-04-14 조회수708 추천수12 반대(0) 신고

 

 

신학교 뒷산, 솔잎이 푹신하게 깔려있는 오솔길을 따라갑니다

일반인들은 거의 올 수 없는 곳이지만

이만큼의 넓이만한 발길은 있었다는 뜻이겠지요

 

 

 

가파른 길입니다.

얼마정도 올라와서 내려다보고 찍었는데

내려가는 길인지 올라가는 길인지 사진으로는 모르겠네요

 

하기야 사람이 저 편하자고 방향을 정하는 것이지

길이야 오르막과 내리막이 따로 구분이 있을까요?

 

올라오는 사람과 내려오는 사람을 구별하지 않고

다 받아들이는 !

 

 

 

 

진달래 꽃이 피기 시작한 봄의 숲속에서

진달래빛 숄을 두르고 멋을 내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지만

혼자 찍는 사진이 익숙치 않아 촛점을 못맞춰서

여러번 헛방 끝에.. ^^  겨우 한장을 건졌답니다

 

촛점 잘 못맞춰 엉뚱하게 헛방을 날린 것이 어디 그뿐일까요?

하하.... 그날도 거기서 그런 짓 하느라고

저곳에다 안경을 벗어놓고는 깜빡 잊어버리고 그냥 산을 올라갔지요.  ㅋㅋ

 

 

 

옆으로 새는 샛길이 평탄하고 가지런해보인다고

함부로 탐을 내서는 안되죠. 

저곳은 무덤입니다.

 

아무리 편안해보여도 무덤은 닫혀진 공간.

열려진 길은 아니랍니다.

 

우리 인생길도 비슷하겠지요.

남의 것은 쉬워보이고 좋아보이고 편안해보이지만

그곳은 오래 머물 곳이 아닙니다.

자신의 안식처는 아닙니다.

 

 

 

 

안경을 찾으러 내려오느라고

다시 두번이나 올라가야했던 깔딱(?) 고개.

건달산처럼 완만한 산에도 서너군데는 밧줄을 매어둔 곳이 있으니

이곳도 그중 한곳입니다.

 

 

우리네 삶도 그렇겠지요?

누가 봐도 경사 완만해보이는 인생이라 할지라도

서너군데 밧줄을 잡고 몸을 의지해야하는 

실벼랑과 미끄러운 계곡을 감추고 있을것입니다.

 

어떤 산도 가볍게 보아서는 안되듯이

그래서 어떤 인생도 존경스럽습니다

 

속으로 읊조리던 기도를 저절로 토해내게 만드는 이런 곳에선

무조건 고통의 신비 4단을 하며 올라가야 격에 맞습니다.

 

 

 

 

 

십자가 지고 올라오는 길에서도

잠시 앉아 숨을 돌리기에 딱 알맞는 너른 바위는 있습니다.

 

그 바위 위에서 바라보이는 산비탈이지요.

정상은 이제 불과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

 

 

밑으로 쏟아져내리는 나무들의 갈피 어느 곳에선가

뾰르르르....  찌르르르....

부부 새인듯, 이쪽 저쪽에서 계와 응^^을 주고받네요

 

새들의 화답송을 들으며 산들바람에 땀을 닦고

혹시 싸가지고 온 과일이라도 있다면 한입 베어물어도 좋으련만...

 

 

봄을 타는지 하도~ 하품이 나길래 졸음을 쫓을겸

도서관에서 읽던 책을 그대로 들고 곧장 올라왔으니

산에서는 하나 쓸모없는 책과 연필과 돋보기뿐.

 

아까부터 걸리적거리는 이런 것들은

인간의 갈증을 해갈하는데는 결정적으로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이곳에서 실감나게 깨닫습니다. ㅎㅎ

 

 

 

 

드디어 정상을 돌아 능선을 따라 내려가는 길.

성황당에서나 볼 수 있는 돌탑들이 신학교 뒷산에서도 간간 눈에 띄죠.

 

어떤 님들이 무슨 소원을 빌며 탑을 쌓았을고?

칠성님께 빌었을까?

천지신명께 빌었을까?

 

나도 잠시 돌하나 얹어놓고

비는 마음이 되어봅니다.

 

원래는 비우는 마음이 되게 해달라고 

"비나이다" 한다는데

장난으로도 나는 무엇이 되게 해달라고, 무엇을 달라고 빌고 있습니다.

덕지덕지 욕심을 쌓아 올리고 있습니다.

 

 

 

어느 신학생, 아니면 어느 교수 신부님이 만드셨을까요?

수풀 사이로 간간이 눈에 띄는 조촐한 십자가의 길.

다른 처들은 어디에 숨었는지 보이지 않고

오늘따라 유난히 크게 눈에 띄는 처.

 

 

13처. 예수님 십자가에서 내리워지다.

 

 

무엇이 되겠다고, 정상을 밟겠다고 

숨을 헐떡이며 비지땀을 흘리며 

산 꼭대기로 올라가는 동안

 

계곡 낮은 곳에서는 

그분이 자기를 송두리째 비워 십자가에 못박아놓고도.

땅에 묻히시려고  내리워지고 있었습니다

 

 

그분은 늘 내려가고...

나는 늘 올라가고...

 

 

2006. 4월 성주간을 앞에 둔 건달산에서도

나는 주님과 엇갈린 길을 걸었습니다

 

 

 

 

핸폰으로 찍은 사진이라 화질이 좋지 않네요.

음악은 황미숙 소피아^^님이 올리신 것을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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