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절망의 잿빛 아침에 다가오신 분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4-21 조회수629 추천수6 반대(0) 신고

4월 21일 부활 팔일축제 내 (금)요일 (요한 21, 1-14)

 

 "얘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들은 "아무것도 못 잡았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요한 21, 5)

 

2년 전 부활팔일 축제기간에 올렸던 글입니다.

 

무슨 일을 해도 다 헛일이라 괴롭다. 이것은 오늘 날 많은 이들을 괴롭히는 체험이다. 좌절하고 실망한다. 아무 의미가 없다. 무엇 때문에 더 애써야 한단 말인가? 우리는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허무감은 삶의 에너지를 좀먹고 우리를 병들게 한다.

 

성서는 여러 곳에서 헛됨에 대한 체험을 말하고 있다. 욥은 만사가 헛됨을 경험하고 자신이 헛되이 애쓴다고 한탄했다(욥기 9, 29). 친구들의 위로도 공허했다. 아무것도 그를 위로하지 못했다.

 

 "그날밤에는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요한 21, 3). 모든 것이 헛되다. 캄캄한 밤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어둡고 무의미하다. 배는 그들을 점점 더 깊은 밤으로 몰고 갔다.

 

헛수고와 절망의 잿빛 아침에 예수께서 나타나신다. "어느덧 새벽이 되었는데 예수께서 물가에 서 계셨다" (요한 21, 4). 간밤의 헛수고에 괴로운 자는 아침을 애타게 기다린다. 하기야, 어찌 아침이라고 다 위안일 수 있으랴. 하루를 사는 것이 무의미하여 차라리 일어나고 싶지 않은 절망의 잿빛 아침도 있지 않은가.

 

그래도 호숫가에 예수께서 서 계시다. 제자들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들과 관계를 터신분은 예수였다. 그분은 "얘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 하고 물으신다. 예수께서는 그들을 "아이들" 이라 하셨다. 그들은 아직 아둔하다. 노련한 어부들이긴 하지만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

 

그들의 수고는 정말 헛되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애쓴다. 삶이 진실로 성공적이려면 애당초 다른 길을 택했어야지. 자신이 아이임을 인정할 때, 비로소 그들은 새 길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대는 살면서 언제 헛되다는 경험을 하게 됩니까? 언제 모든 것이 부질 없고 헛되다 느끼십니까? 자녀들을 위해 부질없는 수고를 너무 많이 하셨는지도 모르겠군요. 그 아이들은 생판 딴 길로 갑니다. 그 길이 그대에게는 어긋진 길처럼 보이겠지요.

 

그대 하는 일이 허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성공은 막막합니다. 그대는 다른 사람이 되보려고 노력해 보지만 그것도 헛일입니다. 늘 제자리걸음입니다.

 

만사가 헛될 때는 "얘들아, 먹을 것이 없느냐" 하신 예수의 말씀에 기대십시오. 정말 먹을 것이 하나도 없습니까? 잿빛 아침, 호숫가의 예수께서는 그대 삶이 헛되지 않도록 그대에게 말 건네십니다. 오늘 그대 삶은 이루어질 것이며 허망하지 않고 온전할 것이라고.

 

                    <부활의 기쁨 백배 맛보기/ 안셀름 그륀> 편집

 

 

예수님께 의탁하지 않았을 때의 공허감을 잘 묘사해 주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헛된 것에 집착하였던 결과가 무위로 나타나는 경험들이 떠오릅니다.

 

십여년 전 연수를 받을 때, 한 강사가 "아파트 평수 줄여서 아이들에게 과외시켰는데 3년 재수하여 지방대학에 들어갔다." 며 허탈해 하는 모습이 기억납니다. 더우기 대학교수인 그분으로서 자존심도 많이 상하는 일이었으리라는 것을 짐작 할 수 있었습니다.

 

한 예에 불과 하지만 이와 같이 저도 헛된 것들에 매달려 헛수고를 하는 삶을 어찌 그리도 많이 살아왔는지요.

 

제 삶을 허망하지 않고 온전하게 이끌어 주시려고 호숫가에 서 계신 주님, 제가 당신께 기댑니다. 잿빛 아침을 환하게 밝혀 주실 당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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