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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자신만의 시간으로 차분한 준비를 / 12월 21일[성탄 4일전]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12-21 조회수1,364 추천수0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사무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는 처음부터 끝까지 '기다림'밖에 없다. 부랑자 두 사람은 나무 아래에서 하염없이 고도(Godot)’를 기다린다. 누구인지, 또 언제 올지 모르면서도. 구원자일 거라는 추측만하나 단정은 없다. 그들은 그가 오지 않자 나무에 목을 매려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끈이 끊어져 실패했다. 그때 한 사람이 내일 목을 매자기에, 다른 이가 "만일 온다면?"하고 묻는다. 그러면 그때에는 "구원되는 거지."라고 답한다. 그들은 간절히, 더 오랜 기간 구원해 줄 고도같은 이를 기다렸단다.

 

이처럼 인간은 나약하고 불안한 존재이다. 때로는 그 어려움이나 고통을 되도록 겉으로 드러내지 않도록 서두르는 것 같다. 자신의 고통을 다른 이에게 드러내는 것을 약한 모습이라고 여기기에. 그래서 가끔 있는 고통도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힘든 일을 남에게 드러내지 않고 혼자 감당할 경우, 어떤 때는 자신에게 더 큰 상처를 안기리라.

 

그 무렵 마리아는 길을 떠나, 유다 산악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 그리고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다. 그때 엘리사벳의 태 안에서 아기가 뛰놀았다. 그녀는 성령으로 가득 차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이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39-45 참조)’

 

이렇게 마리아는 엘리사벳을 찾았다. 늦둥이를 잉태한 그녀와는 달리 남자도 모르고 아기를 잉태한 처지이다. 기쁨은커녕 불안과 초조함으로 숨도 크게 쉬지 못했으리라. 그런 마리아를 그녀는 따뜻하게 위로한다. 두 여인은 자신들에게 일어난 이해하기 힘든 일을 서로 위로하면서 시간을 보냈을 게다. 서로를 버텨 주고 용기를 주는 새로운 삶의 버팀목을 찾으려는 우애로운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 얼마나 다정한 위로인가?

 

앞날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에 찬 마리아에게 엘리사벳은 큰 힘이 되었을 게다. 사실 내가 어려울 때, 누군가 내 곁에 있어 주면 얼마나 큰 힘이? 우리도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격려해 주어야만 할게다. 고통과 슬픔, 병이나 연약함은 혼자만이 짊어져야 할 짐이 아니다. 다른 이에게 힘을 주는 존재라면, 나는 더 큰 힘을 받으리라.

 

우리도 때로는 삶에 지친 몸을 이끌고 조용한 곳을 찾아보자. 그곳에서 묵상하며 자신만의 시간을 갖자. 누군가가 그리워 질 때, 그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자. 이렇게 오늘을 사는 우리는 가끔은 자신을 되돌아보도록 하자. 지난 일들을 묵상해보고 다가올 일들을 차분히 준비하는 시간을 꼭 만들자.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시려고 인간의 몸을 취하시어, 우리에게 오시는 기쁜 성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마리아,즈카르야와 엘리사벳,유다 산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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