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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22.당신 여종의 비천함을 굽어 보셨기 때문입니다. - 양주 올리베따노 이영근신부
작성자송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8-12-22 조회수1,404 추천수0 반대(0) 신고

 

 

루카 1, 46-56(대림 3주 토)

 

오늘 우리는 참으로 아름다운 노래를 듣습니다. 오늘 <1독서>는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가 주님께 청을 드려 얻은 자식에 대한 감사의 예배노래요, <화답송>은 그때 드린 한나의 기도요, <복음>마리아의 노래는 자비의 노래입니다.

이 노래는 하느님께서 베푸신 자비를 크게 드러내는 노래요, 동시에 하느님의 자비가 우리의 운명을 바꾼다는 노래입니다. 한편으로는 하느님의 자비가 우리 안에 살아 있다는 찬미의 노래요, 또 한편으로는 하느님의 자비가 우리의 삶을 바꾼다는 혁명의 노래입니다.

이 노래에서, 마리아는 당신 영혼이 주님 앞에서 용약하며 기뻐하는 이유를 참으로 아름답게 노래합니다.

내 마음이 내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당신 여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루카 1,48)

 

이는 마리아의 관상을 표현해줍니다. 곧 마리아가 관상한 하느님은 작고 보잘 것 없고 비천함을 결코 무시하거나 거들떠보지 않으신 하느님입니다. 아니, 오히려 그런 자리를 눈여겨보시고 다정하게 굽어보시는 하느님이십니다. 마리아는 바로 그런 자리로 하느님께서 즐겨 들어오심을 노래합니다. 곧 그 작고 비천한 자리에 들어오시기 위해, 당신보다 더욱 더 작아지고 보잘 것 없고 비천해지신 하느님을 노래합니다.

그렇습니다. 마리아는 자신보다 작은 주님을 만나셨습니다. 그리고 작고 보잘것없는 자기 안에 들어오시기 위해, 자기보다 더 작아지신 하느님의 놀라운 신비 앞에서 기뻐 용약합니다. 자신의 작고 비천함을 부끄러워하거나 부인하기는커녕, 바로 그 작고 비천함이야말로 비로소 하느님을 만나게 해주는 유일한 자리요, 복된 자리임을 알아듣고 어찌할 수 없는 기쁨이 차오른 것입니다. 이것을 알아보는 것이 바로 마리아의 관상이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마리아의 기쁨의 진원지였습니다.

이는 세상의 낮고 어둡고 보잘것없는 자리, 변방(邊方)’이야말로 하느님과 그분 영광의 자리라는 사실을 밝혀줍니다. 반대로, 세상의 빛나고 높고 큰 자리, 중심(中心)’은 하느님의 자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드러내줍니다.

이처럼, 이 노래는 변방의 하느님의 현존을 우리 앞에 열어줍니다. 당신 자신을 낮추신 하느님의 현존, 곧 당신 자신의 크심을 아낌없이 내려놓으시고 아주 작고 보잘것없고 허약한 모습으로 나타나신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십니다. 그것은 나보다 더 작은 모습으로 계신 하느님이요. 뿐만 아니라 있는지도 없는지도 그 존재를 잘 알아차릴 수도 없을 만큼, 마치 아무것도 아닌 모습으로 계시는 분으로서의 현존입니다.

우리가 이런 하느님을 만나게 되면, 우리도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어도 되는 충만한 기쁨을 맛볼 것입니다. 그것은 뭔가가 되거나 뭔가를 이루어 내서 존재의 가치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있는 그대로의 사랑의 충만함에서 오는 기쁨입니다. 이는 진정, 자신보다 작아진 주님을 만나는 데서 오는 기쁨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기 자신들보다 작아진 주님을 체험해 본 적이 있는가?

나보다 작은 하느님을 만난 적이 있는가?

 

그렇습니다. 하느님이 낮아지고 작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사랑하는 이 앞에서는 낮아지고 작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사랑하는 우리 앞에 작은 자의 모습으로 오시지 않을 수가 없으신 것입니다. 그러니 하느님의 사랑을 만난 사람은 자신보다 작아진 하느님을 만나게 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이것을 보는 눈이 바로 나보다 작아진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관상입니다.

사실, 진정 자신이 누군가의 앞에서 그렇게 작아져 본 적이 있다면, 우리는 우리 앞에서 그토록 작아진 하느님을 알아 볼 것입니다. 진정 사랑해 본 이라면, 곧 사랑한 이 앞에서 작은 자가 되어 본 이라면, 자신 앞에 사랑으로 작아진 하느님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마리아처럼 말입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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