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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색시가 고우면 처갓집 외양간 말뚝에도 절한다.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21-08-05 조회수3,706 추천수1 반대(1) 신고

 

우리나라 속담에 색시가 고우면 처갓집 외양간 말뚝에도 절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 속담만 생각하면 초등학교 때 에피소드가 생각납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의 일입니다. 그때 초등학교용 속담사전이 있었습니다. 우연히 이 속담이 나와 있었습니다. 예화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각 속담에 대한 해설이 있고 각각 용례가 있었습니다. 우연히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제가 이 속담을 선생님께 말씀드린 일이 있었습니다. 선생님 심부름을 했던 것입니다. 그때 제가 심부름을 하면서 나름 선생님께 어떤 물건을 전달하면서 공손하게 전해드렸습니다. 선생님이 조금 감동을 하신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입니다. 선생님이 그자리에서 말씀하시지 않고 다음날 칭찬을 해 주셨습니다. 그때 저도 그만 이 속담이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무심코 이 속담을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던 것입니다. 

 

사실 선생님이 이 속담이 가진 뜻을 모르실 리가 있겠습니까. 하나가 좋으면 모든 게 다 좋아보인다는 뜻이지 않습니까. 저는 이런 뜻으로 선생님께 말씀을 드린 것인데 선생님도 뜻은 아시지만 왠지 색시가 나오는 바람에 포복절도를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말은 어디서 들어서 아느냐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속담사전에 나와서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선생님은 그때 어제 있었던 일은 선생님이 아마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하시면서 재미난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신 기억이 지금 납니다. 아마 지금쯤은 할머니가 돼 있으시겠죠. 오늘 갑자기 이 속담이 또 생각났습니다. 본당에 한 자매님을 자매님 댁 근처를 지나다가 제가 보고 자매님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인사를 했습니다. 제가 마음으로 무척이나 좋아하는 자매님이십니다. 여러 차례 제가 이분에 대해 글을 올렸던 그분이십니다. 오늘은 일흔이 넘으신 연세에 지금까지 보지 못한 염색을 하셨더군요. 모르겠네요. 

 

그냥 잠시 하시고 주일에는 오실 때 다시 원래의 색으로 염색을 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하면서 그냥 모른 척했습니다. 사실 놀라웠습니다. 그분 스타일에는 그런 염색을 하지 않으실 것 같은데 하셨더군요. 근데 참 잘 어울렸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시선이 발 아래로 향했습니다. 일반 샌들이 아니고 여성용 샌들이 있잖습니까? 여름용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만 샌들 사이로 발을 보았습니다. 발모양도 참 이뻐보였습니다. 그렇게 대화를 조금 하다가 자매님 폰으로 전화가 와서 그냥 자매님 들어가세요 하고 헤어졌습니다. 헤어진 후에 제가 문자를 하나 보내드렸습니다. 염색이 빨간 계통인데 어떤 색깔이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색깔로 염색을 하셔도 잘 어울리신다고 하면서 제가 무지무지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기분 좋은 내용으로 문자를 보내드렸습니다. 

 

근데 왠 문자가 자매님으로부터 왔습니다. 000 안녕이라고 왔습니다. 땡땡땡은 자매님의 존함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인지 한참 고민을 했습니다. 왜 존함이 있고 안녕이라고 하셨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어서 제가 두 시간 후에 문자를 보냈습니다. 무슨 뜻인지 고민을 하다가 아마도 그냥 안녕히 잘 지내라는 뜻인데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이 자매님이시다는 그런 뜻으로 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랬는데 30분쯤 후엔가 전화가 왔습니다. 제가 보낸 문자에 대해 자매님께서 보내주신 문자 내용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오늘 폰을 바꾸셨다고 합니다. 자매님은 문자를 보내실 때 어떤 경우는 한자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오늘 아무튼 이런저런 그런 기능을 점검하시면서 변경된 폰으로 다른 기능을 점검하면서 제게 그만 그게 잘못 전달된 모양이었습니다. 그걸 말씀하시려고 전화를 주셨던 것입니다. 같은 분의 목소리이지만 오늘도 느끼는 것이지만 전화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실제 만나서 듣는 음성보다 말로 표현을 하기가 힘들지만 목소리에 애정이 듬뿍 담긴 목소리입니다. 그러면서도 감미롭다고 생각합니다. 이해가 잘 되지 않으실 겁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제 마음이 어땠을 것 같습니까? 마음은 참 행복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난 게 이 속담이었습니다. 

 

평소에 이분을 신앙 안에서 좋아하는 분이라서 그런지 오늘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전화로 통화를 한 후에 뭔가 모를 행복한 느낌이 드니 제가 자매님 사시는 댁 방향으로 성호를 그으면서 화살기도를 한 번 했습니다. 속담처럼 절은 하지 않았지만 성호를 긋는 게 마치 제가 절을 한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은 그런 것 같습니다. 사람이 어디에 아주 호감이 간다든지 아니면 좋은 모습이 많이 있어서 언제나 그립고 사랑스런 사람이 있다면 그냥 그 사람 모든 게 다 좋게 보여진다는 게 확실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얼마 전에도 이분과 관련해서 이런 묵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를 생각해봤습니다. 

 

사람이 좋고 또 인간으로서 순수하게 인간대 인간으로 나눌 수 있는 순수한 사랑이 더해진다면 그 사랑에 눈이 멀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바로 그 사랑에 점차 자신도 모르게 중독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그러면 모든 게 중독된 사람의 눈에는 다 좋게 보이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도 마치 이와 같은 마음으로 우리를 바라보시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많은 죄를 지으면서 하느님을 따라가도 우리와 같은 마음이 아니시기 때문에 또 다시 사랑스런 마음으로 자비를 내려주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이 자매님을 생각하면서 하느님의 마음을 어찌 저 같은 사람이 알 수 있겠습니까마는 모르긴 몰라도 이분을 통해서 하느님의 마음을 아주 조금이나마 어렴풋이 이런 마음이지 않으실까 생각해봅니다. 자매님을 통해서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는 하루가 된 것 같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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