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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독서자는 어디에 절을 하는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0-07-06 조회수6,132 추천수0

[하느님 백성의 예배] 독서자는 어디에 절을 하는가?

 

 

“미사의 말씀전례에서 독서자가 독서대로 나아갈 때 어디에 절을 해야 합니까?” 하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여기에 답하려면 ‘독서자와 그 임무’ 그리고 전례 동작으로의 ‘절’에 대하여 먼저 이야기하여야 한다(본문 가운데 괄호 안의 숫자는 2008년 “로마 미사 경본”에 실린 총지침의 항목 번호이다).

 

 

독서자와 그 임무

 

미사 중의 독서는 직수여식을 통하여 독서직을 받은 독서자의 고유한 직무이며, 그는 복음을 제외한 성경을 선포한다. 본당에서 직무 독서자가 없을 때에 다른 평신도에게 성경 봉독을 수행할 임무를 맡기는데(101), 이런 이들이 거의 대부분의 경우 본당에서 전례부의 일원으로 독서를 봉독하는 독서자이다. 그러면 미사 중에 독서자가 수행해야 할 임무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먼저 입당 행렬을 한다. 사제와 독서자를 포함한 모든 봉사자는 지정된 예복을 입고 행렬을 하여 제대 앞으로 나아간다(120). 독서자는 제대에 이르러 다른 봉사자들과 함께 깊은 절을 하고(122) 자신의 자리로 가는데, 독서자의 자리는 제단 안에 위치하며 성직자석과는 구별되면서도 독서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곳, 곧 독서대 근처여야 한다(195, 310).

 

부제가 없을 경우 독서자는 부제를 대신하여 ‘복음집’을 조금 높이 받쳐 들고 갈 수 있는데(194), 이 경우에는 다른 봉사자들과 함께 걷지 않고 사제 바로 앞에 서서 가며, 제대에 이르러서는 절을 하지 않고 곧바로 제대 위에 ‘복음집’을 안치한 뒤 깊은 절을 하고 제단 안 독서대 근처에 마련된 자신의 자리로 간다(173, 195).

 

독서할 때가 되면 독서자는 바로 독서대로 가서 말씀을 선포하고, 독서가 끝나면 곧바로 제단 위에 있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다(196). 전례가 끝나고 제대에서 물러갈 때에는 다른 봉사자들과 함께 제대에 깊은 절을 하고 행렬하여 나온다(169).

 

 

 

제대는 성당의 중심이며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사제와 봉사자들은 미사의 시작과 끝에, 곧 입당 행렬을 하여 제대로 나아갈 때와 퇴장 행렬을 하여 제대를 떠날 때 제대에 깊은 절을 한다. 만일 제단에 있는 감실에 성체가 모셔져 있다면 입당과 퇴장 때에 제대를 향하여 하는 절이 무릎 절로 바뀌지만(274), 한국 교회에서는 무릎 절을 깊은 절로 대체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할 경우 외양상 아무런 차이가 없다.

 

미사가 거행되는 중에는 제대 주변에 머물며 그리스도이신 제대를 섬기므로, 제단의 감실에 성체가 모셔져 있다고 하더라도, 따로 제대에 절을 하지 않는다. 보통 분향 전후에는 분향하는 대상에 절을 하지만 이 경우에도 제대에는 절을 하지 않는다(277). 한편, 제단 밖의 다른 곳에 성체가 모셔져 있을 경우는 그 앞을 지나는 모든 사람이 절을 해야 하지만, 이때도 행렬을 해서 지나가는 경우는 절을 하지 않는다.

 

결국, 미사를 시작하고 마칠 때에 각각 제대에 절을 하는 외에, 미사가 거행되는 동안에는 사제와 봉사자들이 제대에도 제단에 있는 감실에도 다시 절을 하지 않으며, 제대 주변에 머물며 제대를 섬길 뿐인 것이다. 독서자는 입당과 퇴장 때에 제대에 절을 하는 외에는 다시 절을 하는 법이 없이, 때가 되어 독서대로 가서 독서를 하고 독서가 끝나면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면 된다.

 

여기서 고려해야 할 또 한 가지는, 복음이 아닌 다른 성경 독서와 구별되는 복음 선포에 대한 경의이다. 복음 낭독 전에 주례 사제는 복음을 낭독할 부제를 축복하며(175), 주교가 집전하지 않는 미사에서 사제가 복음을 선포할 때에는 자신이 직접 제대 앞으로 나아가 몸을 숙이고 그리스도께 강복을 청하는 기도를 바친다(132). 그리고 복음 낭독 전에 행렬과 분향이 있으며 복음 낭독 후에는 ‘복음집’에 경의를 표한다(133-134). 이와는 대조적으로, 독서자는 독서 전에 축복을 청하지도 않고 독서 후에 ‘독서집’에 경의를 표하지도 않으며 독서 전후에 어디 다른 곳에 절하는 법도 없다. 이 모든 것이 복음 선포에만 유보되어 있는 특권인 것이다.

 

 

본당의 실정

 

본당에서 독서자가 독서 전후에 어디에 절을 하느냐고 묻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독서자는 합당한 예복을 입고 입당 행렬을 하여 먼저 제대에 예를 갖춘 뒤 자신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있다가 독서할 때에 되어서야 독서대로 나아가며 비로소 어디엔가 절할 곳을 찾기 때문이다. 이는 전례적으로 ‘무례한’ 것이다.

 

둘째는 독서자의 자리가 제단 안의 합당한 곳이 아니라, 신자들의 좌석 한편에 마련되어 있어서, 독서할 때가 되어 독서자가 제단 밖의 자리에서 독서대가 있는 제단 안쪽으로 올라가려니 어디엔가 절을 해야 할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독서는 하느님 말씀의 선포이며, 독서자는 말씀으로 현존하시는 그리스도를 자신의 음성을 통하여 신자들에게 드러냄으로써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이다. 독서자는 신자의 대표가 아니라 하느님 편에 서서 하느님을 섬기며 하느님의 일을 하는 사람이므로, 그에게 합당한 자리는 신자석이 아니라 제단 안에 위치하는 자리이다. 때로 성당의 제단이 너무 좁아서 독서자의 자리를 배정할 수 없는 경우도 있는데, 성당을 지을 때부터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었어야 했다.

 

미사는 말씀전례와 성찬전례가 하나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단일한 예식이며, 말씀과 성체는 둘 다 그리스도의 현존으로서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존엄한 것이니, 미사 중에 말씀에 봉사하는 독서자가 자신의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고 전례 · 사목적으로 배려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미사는 ‘거행되는 말씀’인 것이다.

 

* 신호철 비오 - 부산 가톨릭 대학교 교수 · 신부. 전례학 박사.

 

[경향잡지, 2010년 6월호, 신호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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