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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5주간 수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5-01 조회수83 추천수5 반대(0) 신고

[부활 제5주간 수요일] 요한 15,1-8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연이 하늘을 자유롭게 날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먼저 연을 움직이게 하는 힘인 바람이 있어야 합니다. 연을 지탱하며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대나무살과 방향을 잡는데 도움을 주는 꼬리도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과 사람을 이어주는 끈, 즉 ‘연줄’이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언뜻보면 연줄이 굳이 필요할까 싶습니다. 오히려 연이 그 연줄에 속박되어 하늘을 자유롭게 날지 못하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연이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은 연줄을 통해 연을 날리는 사람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바람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줄을 팽팽하게 당겨주기도 하고 느슨하게 풀어주기도 하며 연 전체를 제어해주는 사람이 있어야만 연은 비로소 하늘을 훨훨 날 수 있는 것이지요. 만약 사람과 연결된 연줄이 끊어져 버리면 연은 이리 저리 바람에 휘둘리다가 곧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말 겁니다.

 

그런 점은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참된 자유를 누리며 기쁘게 살기 위해서는 주님과 맺은 단단한 유대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그 유대를 포도나무와 가지 사이의 관계로 설명하시지요. 가지가 나무에 단단히 잘 붙어있는 채로 줄기가 주는 수액을 받아먹어야 그 힘으로 살아가며 열매를 맺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 삶의 기둥이신 주님께 단단히 잘 붙어있으면서 그분께서 주시는 생명의 말씀을 받아먹어야 그 힘으로 살아가며 삶의 참된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 구체적인 과정을 ‘붙어있음’-‘머무름’-‘열매 맺음’이라는 3단계로 나누어서 설명하시지요.

 

우리 그리스도인은 세례 성사를 통해 사랑이신 하느님께 ‘붙어 있을’ 수 있게 됩니다. 하느님께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그분의 자녀로서 아버지이신 하느님이 주시는 좋은 것들을 받아누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단지 붙어 있기만 해서는, 즉 세례성사의 은총을 통해 수동적으로 얻게 된 그 지위에 안주하려고만 해서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합니다. 은총을 누릴 좋은 기회를 얻었다면, 그 기회를 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요. 그것이 바로 주님 안에 ‘머무르는’ 단계입니다. 주님 안에 머무른다는 것은 단지 물리적으로 그분께 붙어있는 상태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포도나무이신 주님께서 가지인 나를 통해 원하시는 열매를 맺으실 수 있도록 내 안에 있는 욕심과 고집을 비우고, 나 자신을 그분께 온전히 내어드리는 순명과 의탁을 해야한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주님이 내 안에 사시며 활동하시게 함으로써 그분이 지니신 ‘참 생명’을 공유하며 그분께서 소유하신 모든 좋은 것들을 함께 누릴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그런 노력을 소홀히 하면 나무에 붙어 있으면서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마른 가지’가 됩니다. 신앙인의 의무라니까 미사에 참여하기는 하는데 그 시간 내내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면, 기껏 들은 귀한 하느님 말씀을 마음에 담지 않고 흘려 버린다면, 성체를 입으로만 영할 뿐 주님께서 내가 사는 이유이자 힘이 되시도록 마음과 행동으로 그분을 따르지 않는다면 열심히 성당에 다니는데 마음에 남는건 아무 것도 없는 ‘발바닥 신자’가 되고 마는 겁니다. 그러니 마음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님을 따르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렇게 주님의 뜻과 사랑 안에 깊이 머무르며 삶의 알찬 열매를 맺는 ‘살아있는 가지’가 되어야 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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