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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흩어져도 죽지 않는다(부활 3주 수)
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0-05-12 조회수2,344 추천수2 반대(0) 신고

2000, 5, 10 부활 제3주간 수요일 복음 묵상

 

 

사도 8,1-8 (교회를 박해하는 사울, 사마리아에 전해진 복음)

 

흩어져 간 신도들은 두루 돌아다니며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였다.

 

 

요한 6,35-40 (생명의 빵)

 

그 때에 예수께서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바로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고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이미 말하였거니와 너희는 나를 보고도 나를 믿지 않는다. 그러나 아버지께서 내게 맡기시는 사람은 누구나 나에게 올 것이며 나에게 오는 사람은 내가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 뜻을 이루려고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이루려고 왔다.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은 내게 맡기신 사람을 하나도 잃지 않고 마지막날에 모두 살리는 일이다. 그렇다. 아들을 보고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는 것이 내 아버지의 뜻이다. 나는 마지막 날에 그들을 모두 살릴 것이다."

 

 

<묵상>

 

푸른 잔디밭에 하얀 솜털같은 머리를 삐죽 내밀고 있는 민들레는 눈엣 가시처럼 다가옵니다. 괜한 심술에 민들레 솜털을 발로 차버립니다. 그러면 이내 이 솜털은 힘없이 그리고 간데 없이 흩어져버리고 맙니다. 그렇지만 며칠 후 힘없이 흩어졌던 민들레 솜털에서 새 생명이 피어오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더 많이 여기 저기에서 민들레는 자신의 생명력을 과시합니다. 오히려 자신을 발로 차 흩어지게 한 것이 고맙다는 듯 말입니다.

 

밟혀도 죽지 않는 생명력, 밟힐수록 더욱 굳건하게 피어오르는 민들레의 굳셈에서 생명을 봅니다. 그리고 박해자들에 의해 쓰러지고 흩어졌던 신앙의 선배들의 삶을 봅니다. 박해 때문에 흩어졌던 선조들은 당신들이 떨어졌던 척박한 불신의 땅에서 주님을 증거하고 믿음의 싹을 틔웠습니다. 박해가 죽음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명으로 되살아나게 한 것입니다.

박해 때문에 흩어진 사람들은 결코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거나 주님에 대해 실망하고 주님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떨어져 나간 그 곳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초대 교회 신자들이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예수님처럼 자신의 뜻이 아니라 자신들을 보내신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았기 때문입니다.

 

초대 교회 때 박해 상황과는 전혀 다른 경우이기는 하지만, 오늘도 신앙인으로 살아가면서 교회 안에서 받은, 동료 신앙인들에게서 받은 크고 작은 상처 때문에 흩어진 형제 자매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형제 자매들의 삶의 모습은 초대 교회 신자들의 그것과는 참으로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받은 상처 때문에 하느님과 교회를 떠나고, 심지어는 그 반대편에 서서 비난하고 복음이 전해지는 것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형제 자매들은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 자신의 뜻에 따라 사는 것입니다. 이 형제 자매들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이유로 신앙인으로서 악표양을 보임으로써 이들을 떠나가게 만든 사람들 - 비록 이들이 외적으로는 교회 안에서 열심한 신앙인으로서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도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 자신의 뜻에 따라 사는 사람일 뿐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결코 우리 중의 단 한 사람이라도 잃는 것을 바라지 않으십니다. 당신 외아들 예수님을 영원한 생명의 빵으로 우리에게 내어주신 것도, 십자가 위에 희생 제물로 삼으신 것도 바로 이러한 당신의 원의 때문입니다.

 

우리가 참된 믿음을 가지고 있다면 어찌 이러한 하느님의 뜻을 저버리고 자기의 뜻에 따라 자기의 길만을 고집할 수 있겠습니까? 결코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자신의 뜻에 믿음의 생활을 맞추려는 형제 자매들이 우리 주위에 많이 있고, 우리도 그 중의 하나일 수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다시 한번 교회 안에 함께 하고 있는 이들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제 자신부터 말입니다. '우리'라고 표현할 수 있는 이들을, 그리고 흩어진 형제 자매들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안에서 "한 사람도 잃지 않고 모두 모아 살리시려는' 하느님의 뜻을 일구어내는 작은 도구로 거듭 나고 싶습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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