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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위령] 교회와 장례 문화: 상장례 문화의 흐름과 묘지 개선 방안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0-01-07 조회수2,557 추천수0

[경향 돋보기 - 교회와 장례 문화] 상장례 문화의 흐름과 묘지 개선 방안

 

 

삶의 옷을 벗는 죽음 앞에서

 

필자는 8년 전 수도회 최고 장상에게서 생각지도 않게 수도회 장례위원의 소임을 제안받고 교회에 작은 도움이 되고자 한국 천주교회 장사시설 현황을 파악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단순히 각 교구청에 문의하면 되리라 여겼다가 부동산 투기하는 아낙으로 오해를 받는가 하면, 수도자가 할 일이 없냐고 핀잔을 받곤 하였다. 그리하여 의기소침한 가운데 여러 번 포기를 하면서도 용기를 내어 자료를 모았다.

 

요즈음엔 거의 병원에서 임종을 맞게 되어 임종을 돕는 아름다운 우리의 고유예식이 사라지면서 선종 봉사의 역할이 흐려지고 있다. 가가례이던 염습도 장례식장에 맡기면서 가족의 죽음을 타인의 손에 맡긴다. 옛 문헌을 보면 양반계급의 염습은 가족들 안에서 아녀자는 아녀자들이, 남자는 남자들의 손으로 하였음을 알 수 있다. 고인을 보내며 가족들은 마지막 시간을 정성을 다하여 예를 행하는 것이 우리의 관행이었으나, 상권이 자리를 잡은 현실에서는 이러한 예가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몇 해 전 한 교구에서 시작한 상장례학교에서 교구 사제 몇 분이 몸소 장례위원이 되고자 염습을 배우고 실습하는 아름다운 일이 있었으며, 당시 교구 원로사제가 선종하시자 사제단이 염습을 하는 모범도 보여주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나라 상장례 문화의 흐름과 우려되는 현실을 진단하고 의식의 전환과 묘지 활용 개선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상장례란 상례와 장례의 통합된 용어로서 사용되고 상장예식도 이러한 의미에서 사용된다. 장례는 임종에서 발인하여 매장이나 화장, 봉안하는 예식까지이며, 상례는 임종에서 탈상까지의 예식을 의미한다. 묘지란 분묘를 설치하는 구역으로서 커다란 의미이고, 분묘는 시신이나 유해를 매장하는 곳이며, 광중이란 시신을 묻는 구덩이 속을, 장사시설이라 함은 묘지, 화장장, 봉안당(납골당), 장례식장 등을 말한다.

 

 

장례 문화의 변천

 

우리나라의 상장례 문화는 가가례(家家禮)이므로 오랜 세월 동안 각 지방마다 가문별로 행하여 왔으며, 샤머니즘, 불교, 유교의 종교적인 영향을 받아오다 유교의 풍습이 현재까지 영향을 주어 매장(埋葬)이 관습처럼 자리를 잡았다. 장법(葬法)에서도 삼국시대 이전부터 토장(土葬)과 화장(火葬)을 해오다 성종 원년(1470년)에 발표된 “대명률직해”(大明律直解, 중국 명나라 법률서 대명률을 해석한 책으로 “경국대전” 편찬에 참고하였다.)로 화장을 금지하고 매장을 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재력 있는 가문에서는 이중장제(二重葬祭, 복장)를 하고, 이로 말미암아 1차적으로 초분(草墳, 초장)하여 3년 동안 상복을 입고 분묘를 지켜 육탈을 기다리며 명당을 찾아 2차 매장을 하였다. 또한 권조(재력이 없는 경우 길지를 못 구할 때 관을 가매장하는 경우), 풍장(風葬), 조장(鳥葬), 노장(路葬), 호식장(虎食葬) 등으로 1차장을 하고, 명당을 찾아 2차 매장을 하는 문화로 바뀌어왔다.

 

그러나 일제 치하에서 서울 홍제동과 신당동 등 몇몇 곳에 화장장을 설치하여 가난한 이들과 전염병이나 결핵으로 사망한 시신들을 화장하게 하였다. 이를 강제로 서민의 장법으로 화장을 하게 하니 화장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게 되었다. 또한 시설도 미흡해 분진과 악취로 혐오감을 갖게 하여 오늘날까지 화장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이기에 역부족인 현상이다. 서울과 대도시 몇 곳을 빼고 지방에서는 화장장 시설이 아직도 열악하며 화장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다. 이에 화장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키려 서울과 대도시를 비롯하여 근교 도시의 화장장은 이름부터 바꾸어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과 다채로운 행사를 통해 화장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홍보에 노력을 다하고 있다.

 

화장은 불교의 오랜 역사 안에서 다비 장법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면서 시신을 모시는 데 좋은 장법으로 자리 매김을 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성종은 화장금지령을 선포하였는데, 서민생활에 부담이 되는 화장에 쓰이는 목재 때문에 파생되는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벌목이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화장을 금지한 듯하다.

 

200년이 넘는 우리나라 천주교 역사에서도 화장은 장려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10여 년 전부터 국토의 효율성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시작된 시민운동은 화장을 장려하며, 시신, 장기, 안구 기증 등으로 국민의 의식을 바꾸는 데 큰 몫을 하며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또한 10년 전부터 몇몇 대학에 장례지도과를 설치하여 젊은이들에게 장례 문화를 계승하게 하고, 장례지도사로서 사명을 다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각 교구 역시 상장례학교를 운영하여 연령회 봉사자들의 사명의식과 전례에 올바로 참여하도록 교육을 하는 것이 오늘의 현주소이다.

 

그러나 이 모든 현실 안에서 정책과 법은 매장을 한시적으로 제한하고 화장을 권장하지만 화장장 시설과 봉안당 시설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서울시의 경우 화장률은 70% 이상인데도 이를 해결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상조회의 부정 예약이 생기고, 이를 막으려고 24시간 예약을 개방하여도 화장장 시설의 부족으로 3일장에서 4~5일 장으로 미루기도 하고 타지방의 화장장 시설을 이용하며 불편을 겪는 현상이 일어난다. 시민의 의식이 많이 바뀌면 정책도 뒷받침이 되어야 하는데 시설의 부족으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현실이다. 또한 국민은 당위성과 필요를 알면서도 오랜 관습에서 화장장을 혐오시설로 여겨 내 구역, 우리 지역만큼은 설치를 용납하지 않는 님비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장례 문화에 대한 국민의 의식

 

이러한 시점에서 현재의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한시적 매장제도를 입법화하였다. (모든 국민은 기본 15년 매장을 하되 각 지방의 조례에 따라 3회 연장할 수 있다. 기본법이 15년이므로 3회 연장하면 최대 60년까지는 매장을 하되, 조례에 따라 30년에서 45년이 되기도 한다. 합장인 경우에는 나중에 돌아가신 배우자를 기준으로 계산을 한다.) 이후 매장된 유해는 다시 개장하여 다른 방법으로 유해를 모시게 되어있는 것이 현행법이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제1조 보건 위생상의 위해를 방지하고,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였다. 정부는 복지라는 관점에 목적을 두고 장사 정책의 주요방향을 ‘첫째, 장사제도의 개선을 통한 장사행정의 역량 강화, 둘째, 매장 억제와 화장 후 봉안의 장려를 위한 시설 확충과 개선, 셋째, 국민의 의식과 관행 개선’에 초점을 맞추었다.

 

현시점에서 국가는 법으로 국민에게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복지를 보장하려고 하지만 국민의 “삶과 죽음의 공간은 공존할 수 없다. 우리 지역에 장사시설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는 의식이 이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다. 극명한 예로 얼마 전 학교 인근의 한 성당에 봉안당 설치를 두고 지역주민과 대립하게 되자 헌법 소원 끝에 사법부가 봉안당을 혐오시설로 규정하며 지역주민의 손을 들어주어 봉안당 설치가 무산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았다.

 

각 시도별로 장사시설을 설치하여야 하는 의무가 법에 명시되어 있어도 국민의 의식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기에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렇기에 사설 봉안시설만 남발하는 시행착오를 하여 국민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장사시설에서 장례식장 신설이 신고제로 되면서 어느 도시에서는 시신 1구에 빈소가 5곳이 될 정도로 난립해 관련업자들이 시신 유치에 사투를 벌이는 상황이 일어났다. 장례식장이 생긴 뒤로 우리의 장례 문화는 완연히 달라졌다. 상조회는 좋은 ‘두레’의 성격에서 벗어나 상술과 경쟁력과 상투적인 일을 해결해 주는 것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고인에 대한 예와 유가족의 슬픔을 위로하며 애도하는 정서적인 문화유산이 사라진 것이 매우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설 봉안당의 상술과 관련하여서는, 유골함을 비롯하여, 봉안유치를 위해 장례식장이나 화장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고운 눈으로 바라보기가 어렵다.

 

얼마 전 화장장에서 본 일이다. 화장예식을 마치고 유해를 봉송하다 상주와 유가족들이 영구차에 오르기도 전에 길목에서 상복을 모두 벗기에 슬며시 물었더니, 유해를 모시려는 곳에서 상복을 처리하기가 어렵다고 상복을 벗고 오라고 하였단다. 왜 상복을 입는지, 왜 예식을 하는지에 대한 의식이 사라지고 무너지는 이 현실이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장례예식을 마치고 삼우에 함께할 수 없으니 탈상한다고 상복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가는 유족들을 보면, 마치 고인이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안타까움마저 든다.

 

상조회에서 상업적인 것에 앞서 죽음과 고인을 떠나보내는 예를 갖추게 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배려에 기대를 모아본다. 그나마 천주교에는 장례미사와 고별식이 있고, 공동체 봉사자(통칭 연령회, 레지오 마리애 단원 등)를 통하여 상가를 방문하고 돌아가신 분과 유가족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는 문화가 있다. 사회적 문화적 정신적으로 결여된 우리의 상장례가 바로 서도록 종교 지도자들과 교육자들 그리고 각 가정의 주역들에게 기대해 본다.

 

 

만장이 된 교회 묘지에 대한 개선방안

 

지금까지 우리나라 장례 문화의 흐름과 국민의 의식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마지막으로 만장이 된 교회 묘지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각 교구별로 요즘 봉안당 설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에 노력을 하고 있는데, 성당을 신축하면서 봉안당 설치를 함께하면 여러 가지 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새로운 묘지를 매입하여 부지를 조성하고 기존에 있는 묘지 안에 봉안당을 설치하는 것은 부정적이라 하겠다. 이것은 미래 역사의 시간을 두고 바람직하지 않으며, 신앙의 후손들에게 짐을 지워주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시설이란 100년을 유지하기가 어렵고, 경제적인 면에서 시설의 보수와 관리, 증개축에 드는 경제적 부담으로 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대신 봉안평장(납골매장) 제도를 소개하고자 한다. 봉안평장 제도는 개장하는 것에 긍정적일 때 가능한 까닭에 절대적으로 지도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는 기존 분묘 1기가 개별적이라면 봉안평장을 하게 되면 ‘개인분묘’가 ‘가족분묘’의 형태로 바뀌는 것이다. 봉안평장 제도는 현행법을 가장 잘 실천할 수 있으며 국토가 부족한 데서 오는 매장의 어려움을 해결하며 수백 년 동안 땅을 사용할 수 있는 장법이라 하겠다. 봉안평장은 화장한 유해(유골)나 개장한 유골을 땅에 묻어 장사 지내는 장법이다(국립현충원에서 하는 장법으로 화장하여 땅에 묻는 장법).

 

각 교구별로 조사한 바로는 교회 묘지가 거의 만장이 된 상태였다. ‘이 매장된 분묘를 언제까지 유지하여야 하는가?’ 하는 과제와 아울러 자유로이 개장할 수 있는 법안이 없는 문제가 있다. 그러기에 만장된 개인분묘를 가족분묘 설치 구역으로 만들어 개인묘지를 가족묘지로 전환하여 묘지를 영구히 보존하게 하는 장법이 봉안평장이다. 곧 지금의 매장법으로는 9.9㎡(3평)의 구역에 1구의 시신을 모실 수 있으나, 화장을 하면 최대 16구를 안치할 수 있다. 현재 모신 분묘를 개장하여 유골만 수습하여 광중(유골을 안치하는 곳)의 크기를 60×40cm(가로×세로)로 하면 유골을 모실 수 있다. 이렇듯 화장을 하여 모시면 다음의 도표에서 볼 수 있듯이 효율적으로 분묘를 설치하여 교구의 부담을 덜고, 관리 부분에서도 신자들의 부담도 덜어주는 다중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봉안평장 묘지 설치 면적

 

합장 60×40cm, 50×50cm(개장 유골)

       50×40cm, 40×30cm(유골함 포함)

단장 30×30cm, 25×25cm(유골함 포함)

       20×20cm(유골함 제외)

 

 

봉안평장 묘지 설치 시 최대 기수

 

또한 이미 교구마다 조성된 묘지는 만장 상태이다. 이를 해결하려고 새로운 부지나 봉안당을 설치하는 대신 현재 설치된 분묘를 개인마다 개장 설치하도록 허가를 부여하면 된다. 그러면 가문별로 설치를 하여 묘지 조성을 계속 유지시키고, 조상에게 성묘하는 아름다운 문화유산과 더불어 교회의 정신을 이어 산 이와 죽은 이의 통교를 자연스럽게 연결해 주는 고리를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얼마 전 이 일을 위해 기존의 유림들과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모임을 갖고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시대가 시대여서인지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보았다. 교회가 앞장서면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또 하나의 제안은 염습할 때 거룩한 성령의 궁전이었던 이들의 마지막 지체를 어렵지만 우리의 정성으로 몸을 닦고 옷을 입히는 예절을 상권에 부여하지 않기를 공동체에 바란다. 또한 화장할 경우 염습할 때 수의 대신 고인이 입던 고운 한복이나 양복으로 대신할 것을 제안해 본다.

 

요즘 시신 메이크업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데 굳이 수의를 사용하지 않고 고인이 평소에 아끼고 좋아하던 의복으로 친근감을 더하는 예절로 지향되기를 바라면서 고인이 사용하던 화장품으로 마지막 화장을 하는 것도 권하고 싶다. 또한 비싼 관보다 고인을 위해 위령기도를 바치며 올바른 미사 지향으로 마음을 다하고, 경감되는 비용으로 가난한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는 것을 권해본다.

 

우리 교회의 상장례 역사는 순교의 역사와 같다. 한 분의 순교자 탄생에는 공동체의 상장례 봉사자들의 숨은 순교가 있었음에, 빛나는 순교자들의 후손임과 동시에 이 일에 함께하는 봉사자들에게 자부심과 감사를 전한다. 다시 한 번 교회 공동체가 상장례 정신이 바로 서도록 최선을 다하는 선구자가 되기를 바란다.

 

주님! 세상을 떠난 모든 영혼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 이명숙 율리아나 -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원관구 소속 수녀. 서울보건대학 장례지도과를 졸업하고,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장례위원으로 일한다.

 

[경향잡지, 2009년 11월호, 이명숙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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