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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미사 이야기18: 성찬 전례 - 그리스도의 최후 만찬 재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0-01-06 조회수2,170 추천수0

조학균 신부의 미사 이야기 (18) 성찬 전례 : 그리스도의 최후 만찬 재현

 

 

오래 전에 어떤 신자분이 개인 사정이 있어서 말씀 전례가 끝나고 성찬 전례부터 참여하면서 영성체를 했는데, 미사에 참여한 것으로 생각해도 되느냐고 물어왔다. 그리고 그분은 그날 성경을 전날 다 읽었고 기도 역시 하고 왔다고 했다. 미사는 크게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의 구조로 돼 있다. 그런데 한 쪽을 생략한 채 다른 한 쪽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집을 지탱하는 기둥이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성찬 전례(=성찬례)를 고찰해 보면, 미사를 주례하는 사제가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자들과 함께 다락방에서 최후 만찬을 하신 것을 재현하면서 빵과 포도주를 들고(예물 준비), 감사기도를 바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업적을 기념하고, 축성된 빵과 포도주를 분배(영성체)함으로써 주님 안에서 공동체의 일치를 이루고 상호간 친교를 이루는 예식이다.

 

이러한 성찬례는 구약의 파스카를 통해 이해될 수 있다.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떠나오면서 양의 피를 상인방과 좌우 문설주에 바른 예식을 통해 죽음을 면한 파스카(Pasqua, 탈출 12, 21-28) 그리고 홍해를 건너오면서 겪은 파스카(pass over, 혹 과월절)를 기념하는 사건이 이스라엘 예절 안에 정착됐다.

 

또 노예 생활에서 자유인 생활로 바뀐 이스라엘 백성이 구약의 주님과 거룩한 백성, 하느님 왕국의 선택된 백성으로서 계약을 맺은 것을 기념했다. 이런 역사적 가치를 지닌 구약의 파스카 계약은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에 오심으로써, 그리고 당신 몸과 피를 봉헌하심으로써 새롭게 갱신됨을 교회는 선포하고 있다.

 

신약의 파스파 개념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죽음과 부활 사건 안에서 이해되며,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는 성찬례에서 완벽하게 재현된다. 트렌토공의회(1545~1563)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자신을 봉헌하신 것과 같은 희생제물을 교회가 성찬 전례를 통해 똑같이 봉헌하고, 재현하고 있음을 선포하고 있다.

 

따라서 성찬 전례를 집전하는 사제는 예수 그리스도의 최후 만찬을 주관해 십자가상 제사를 다시, 지금 이 자리에서(Hic et nunc)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미사 중에 예수 그리스도를 기념하는 성찬례는 "최후 만찬의 형식과 절차에 따라 구성"돼 있으며, 성찬례 전체의 형식과 구조는 전례헌장의 개정 지침에 따라 미사경본 총지침(72항)에 자세히 설명돼 있다. 성찬례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죽음을 기억하고 재현함으로써 구원의 효과가 미사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현실화되고 체험됨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까지는 이 성찬례를 '신자들의 미사', '봉헌미사'라고 했는데 이는 초대 그리스도교 공동체에서는 말씀 전례가 끝이 나면 세례를 받지 않은 예비신자들은 자리를 비우고, 세례를 받은 신자들만이 미사, 즉 모임에 남아 성찬예식을 계속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는 예수의 십자가상 제사를 재현하고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영하는 성찬 전례에 대한 교리를 예비신자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않았을 상황에서는 불필요한 오해를 주지 않기 위함이었다.

 

※ 지난 호와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성찬전례' 다음이 '예물준비'입니다.

 

[평화신문, 2009년 12월 6일, 조학균 신부(예수회, 전례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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