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전례/미사

제목 [전례] 전례주년6: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15 조회수3,270 추천수0

[전례] 전례주년 6 :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

 

 

제3장 전례주년의 중심


파스카 신비의 뜻

 

심장은 신체의 기관 중 가장 중요한 기관이다. 거기에서 피가 흘러 나오고 다시 그곳으로 흘러 들어간다. 심장은 생사를 좌우하는 기관으로서 아주 가는 모세혈관에 이르기까지 몸의 모든 지체에 피를 공급한다. 심장에 관한 이러한 우리의 이해는 전례주년이나 그의 구조가 탁상에서 이루어지거나 깊이 생각하여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생사의 중심인 심장에서 흘러나와 발전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분명히 말해서 전례주년의 생사의 중심, 심장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다.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는 모든 시대의 모든 사람을 위한 구원의 샘이다. 하느님께서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까지 당신 자신을 버리시고 순명하신 것을 속죄와 화해의 제사로 받아들이셨다(필립 2,6-9 참조).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예수님의 이 구원의 업적에 대해 자주 히브리인들의 파스카 축제와 비교해서 “파스가 신비”라고 했다. 히브리말의 페사크(Pesak)에서 나온 ‘파스카’라는 표현은 “지나가다”, “건너가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사실 파괴자 천사가 히브리인들의 집을 “지나가고”, 이스라엘이 갈대바다를 “건너가” 에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된 것처럼 예수님께서는 고통과 죽음의 바다를 “건너가시어” 하느님의 새로운 백성을 아버지 하느님께 이끄셨다.

 

‘파스카 신비’는 믿는 이들에게 아버지께 가는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 그 새로운 길은 그리스도의 지체인 교회 공동체 안에서 하느님의 자녀로서 살아가며, 또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 영원한 생명의 친교를 나눌 바람을 가지고 사는 것을 말한다. ‘파스카 신비’라는 용어는 부활날 아침에 일어난 예수님의 부활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수난과 죽음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므로 성목요일 저녁부터 부활주일까지 전체를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 부활하신 주님의 지극히 거룩한 삼일”(성 아우구스티노, 편지, 55,24)이라고 하는 것이다.

 

예수님의 이러한 구원의 핵심 신비말고도 그분의 삶에서 보여준 여러 가지 활동도 구원의 의미를 갖는다. 그분의 강생과 탄생으로 시작되어 승천과 성령의 파견에 이르는 사건들이 그것이다. 예수님의 이러한 사건들과 활동들은 모두 “우리 사람을 위한, 우리의 구원을 위한” 것이라는 신앙을 고백하게 한다.

 

 

파스카 신비의 재현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는 유일회적인 역사적 사건이다. 그래서 과거 사건처럼 보인다. 사실, 여러 역사적 사건들은 때때로 계속적인 효력을 내지만 더 이상 현재에 재현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전례주년의 가장 핵심인 파스카 신비는 그렇지 않다. 예수님의 사랑에 가득 찬 헌신과 죽음에 이르는 순명은 영광스럽게 되신 신-인(神-人) 안에서 계속된다. 예수님의 구원 의지는 보편적이기 때문에 그분께서는 모든 시대와 민족의 사람들이 구원받기를 바라신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선언하고 있다. “그리스도께서는 이렇듯 위대한 사업을 완수하기 위하여 교회 안에, 특별히 전례 거행 안에 언제나 현존하신다. 그리스도께서는 미사 성제에, 특히 성체의 형상 안에 현존하시지만 사제의 인격 안에도 현존하신다. 곧 전에 십자가 위에서 당신 자신을 바치신 같은 분이 지금도 사제들의 봉사를 통하여 제사를 봉헌하고 계신다. 그리스도께서 성사들 안에 몸소 현존하시기 때문에 누가 세례를 줄 때에는 그리스도께서 친히 세례를 주시는 것이다. 또한 당신 말씀 안에도 현존하시니, 교회에서 성서를 읽을 때 말씀하시는 이는 그리스도 자신이시다. … 교회가 기도하거나 노래할 때 거기에도 그리스도께서는 현존하신다”(전례헌장, 7항).

 

여기에서 말하는 그리스도의 현존은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것이다. 또한 정적인 것이 아니라 역동적인 것이다. 비오 12세의 회칙에 따라 말하면, 그리스도의 현존은 “과거에 일어난 사실을 효과없이 재현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다른 시대에 일어난 일을 단순히 생각으로 되살리는 것도 아니다. 전례주년은 교회 안에 언제나 살아계시고 당신의 신비에 접촉하도록 한없이 자비를 베푸시고 그 신비를 통하여 살아가게 하시는 그리스도 자신이시다. 그리스도의 신비는 영원히 현존하고 실현된다”(하느님의 중개자, 140항).

 

그리스도의 구원 업적이 현존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연중 제2주일 예물기도의 한 문장을 인용한다. “전례를 통해, 특히 성체성사 안에서 우리의 구원사업이 실현된다”(전례헌장, 2항). 성체성사 거행을 통하여 그리스도께서는 새로운 계약의 대사제로서 제사를 봉헌하시며 참여자들을 당신의 봉헌과 하나 되고 아버지와 맺고 있는 친교를 이루도록 현존하신다.

 

그러나 대사제의 행위는 다른 성사 거행 안에서도 이루어진다. 그 성사들도 파스카 신비의 발산이며 열매이고 또한 구원하시는 그리스도와 만나는 것이다. 준성사를 포함해서 그리스도 공동체가 바치는 기도와 말씀 전례도 이 점에서는 같다. 성서를 봉독할 때에 그리스도께서 몸소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우리가 기도할 때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이끄시고 우리와 함께 기도하신다. 또한 그리스도께서는 교회의 활동이 더욱 완전하게 효과를 내게 하신다.

 

태양은 모든 시대에, 모든 대륙에, 모든 도시와 마을에 쉬지 않고 빛을 내고 열을 낸다. 백만 년이 지나도 없어지거나 약해지지 않고 빛을 낸다. 이와 마찬가지로 그리스도께서는 전례를 거행하기 위해 모인 공동체가 있는 곳이면 어느 곳이나 빛을 비추시는 구원의 새로운 태양이시다.

 

로마의 카타콤바의 벽화를 보면 막대가로 바위를 쳐 거기에서 물이 솟아나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이 그림은 모세를 생각하게 한다. 모세는 광야를 건널 때 하느님의 힘으로 이 기적을 행하였다. 그러나 모세는 하느님의 백성을 새로운 계약의 그리스도께 이끄는 인도자의 표상이요 전형이었을 뿐이다. 그리스도께서는 골고타의 바위 위에서 구원의 샘이 솟아나게 하시어 파스카 신비를 거행하기 위해 당신의 공동체가 모이는 곳에 그 샘을 흐르게 하셨다.

 

* 김종수 요한 - 주교회의 사무총장 · 신부.

 

[경향잡지, 1997년 10월호, 김종수 신부]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