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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제대와 분향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02 조회수3,406 추천수0

[전례 상식] 제대와 분향

 

 

제대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259항)은 “성사의 표지로 십자가 상 제사가 재현되는 제단은 하느님의 백성이 미사에 참석하기 위하여 모여 오는 주님의 식탁이다. 또 제단은 성체성사로 완성되는 감사의 중심이기도 하다.”며 제대가 지닌 이중적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제단 축성 예식’은 이를 좀더 자세히 설명해 준다. “주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 상 제단에서 성부께 바치실 제사를 기념하기 위한 예식을 제찬(祭粲)의 형식으로 제정하시면서 당신의 파스카를 지내기 위하여 모여 오는 신자들이 둘러앉을 상을 거룩하게 하셨다. 그러므로 제단은 제상이요 잔칫상이다. 여기서 사제는 주 그리스도를 재현시켜 드리면서 주께서 친히 행하시고 제자들에게 당신을 기념하기 위하여 행하라고 위임하신 그 예식을 거행하는 것이다”(3항). 또 “그리스도교 제단이야말로 본질적으로 특수한 제상이며 파스카 잔칫상이다. 특수한 제단이란 것은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세세에 십자가 상 제사를 신비로이 계속하기 때문이고, 잔칫상이라 함은 교회의 자녀들이 하느님께 사례하고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받아 모시기 위해 둘러앉는 상이기 때문이다”(4항).

 

교회 공동체는 성찬례를 거행하기 위해 단순한 탁자에 만족할 수도 있다. 실제로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비싸고 품위 있는 재료로 만든 제대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리스도 신자들은 매우 일찍부터 제대가 지닌 의미가 잘 드러나도록 제대를 제작했다. 재료로는 돌을 선택하고, 모양으로는 어떤 것은 제사의 성격을 강조하고 또 어떤 것은 식탁의 의미를 강조하여 제작했다. 또 그 둘의 의미를 함께 지닌 제대도 발견된다. 제대에 대한 이러한 이해는 이마 성서와 교부들 안에서 발견되는 다음의 원리로부터 나온 것이다. 즉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희생 제물이며 동시에 사제요 제단이시라는 것이다. 이것은 그리스도께서만이 제찬을 가능케 하실 수 있음을 뜻하는 동시에 믿는 이들은 나무나 돌로 된 제단 없이도 오직 그리스도와 일치하고 그리스도를 통해서 아버지께 거룩한 제물을 봉헌할 수 있음을 뜻한다. 그리스도만이 천상 예루살렘의 살아계신 제단이시다. 그렇지만 실천적인 이유에서라도 탁자는 필요하다. 성찬례를 거행하면서 빵과 포도주를 손에 들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성당의 중심적 제단은 여러 관점을 지닌 표징이요 상징이다. 제단 축성 기도는 이 점을 잘 표현하고 있다. “…… 이 제단이 우리에게 그리스도의 표지가 되게 하소서. 그리스도의 찔리신 심장에서 피와 물이 흘러내렸으며 그로써 교회의 여러 가지 성사가 세워졌나이다. 이 제단이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모여드는 축제의 잔칫상이 되게 하시어 당신 안에서 수레와 짐을 벗어 놓고 지상 여정을 마치기 위하여 새로운 마음의 힘을 얻게 하소서. 주님과 갚은 일치와 평화를 얻는 장소가 되게 하시어 성자의 성체와 성혈을 받아 모서는 우리에게 그리스도의 성신을 받아 더욱 깊이 주님을 사랑하게 하소서. 교회 일치와 형제들 화목의 원천이 되게 하시어 이곳으로 함께 모이는 당신 신자들이 여기서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얻게 하소서 …… 이 제단이 우리의 찬미와 감사의 중심을 이루게 하소서”(성당 축성 예식서, 48항).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은 사람들은 모두 하나이며, 한 몸을 이룬다. 그리스도께서 머리이시고 세례받은 이들은 지체들이다.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영적인 제단을 표상한다. 그들은 주님을 본받아 이 제단 위에서 거룩한 삶의 제사를 드린다. 그러기에 참된 하느님의 제단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제단에서 미사를 드릴 때마다 제단을 다만 도구로 이용할 뿐만 아니라, 제단을 통해서 그리스도를 만나고 자신의 신원을 확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분향

 

숯 위에 향기 있는 송진 가루를 뿌리며 향을 피우는 관습은 지중해 문화권 안에 널리 퍼져 있었던 것이다. 당대의 사람들은 향을 피우며 주변의 공기를 향기롭게 하고자 했다. 그러나 좋은 향은 서민들이 사용하기에는 값이 비쌌다. 그러니 자연히 부유하고 여유 있는 가정만이 향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분향을 점차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 특히 황제와 황궁의 고관들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받아들이게 했다. 황제를 숭배한 결과로 나타난 의미의 변화이다.

 

초기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도 향의 사용은 비슷한 발전 과정을 겪는다. 처음에는 그리스도인들 역시 예배가 행해지는 장소의 공기를 좋게 하려는 목적에서만 향을 사용했다. 그러나 변화하는 사회 관습에 영향을 받아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도 고위 성직자나 성물 앞에서 존경의 표시로 드리는 것으로 분향의 의미가 바뀌었다.

 

변화의 역사야 어떻든 분향에서 또 다른 의미를 찾으려는 이들이 있다. 그 대표적인 사람으로 로마노 과르디니를 꼽을 수 있다. 그는 분향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맑은 향알을 숯불에 얹어 향로를 저으면서 피어오르는 향의 연기에는 매우 청아한 아름다움이 있다. 선율과 향기 그윽한 가락과도 같다. 목적을 따로 두지 않는 노래처럼 순수하다. 귀중함의 아름다운 낭비이다. 신심으로 모든 것을 내주는 사랑처럼……. 향을 피우는 일도 그렇다. 아무런 목적도 따로 두지 않고 그저 자유로이 피어오르는 아름다움의 신비가 여기 있다. 타고 태우면서 죽음을 지나가는 사랑의 신비가 여기 있다……. 이것은 향기의 제헌이다. 바로 성서에 이것은 성도가 올리는 기도라고 하였다. 분향은 기도의 표상이다. 특히 아무런 목적도 두지 않는 기도, 성영 한 편이 끝날 때마다 이어지는 영광송처럼 그저 아무 소원도 없이 하느님께로 올라가는 기도, 오직 그토록 훌륭하시기에 하느님께 숭배와 감사를 올리는 그런 기도의 상징이다”(분도 소책 4, 거룩한 표징, 46-47면).

 

이러한 상징성을 지닌 분향은 현행 미사에서 여러 순간들에 행해진다. 입당 때의 행렬을 동반하고 미사 시작 때에 제대에 분향한다. 또 복음을 봉독하기 위한 행렬을 동반하고 복음의 선포 때에 분향한다. 그리고 제물을 봉헌할 때에는 제물과 제대, 집전 사제, 백성에게 분향한다. 요즈음은 잘 하지 않지만 성체 축성 후 성체와 성혈을 들어 보일 때에도 각각 분향했다.

 

미사 시작 때의 제대와 십자가에 대한 분향은 제대와 십자가가 상징하고 있는 그리스도께 대한 인사와 존경의 표시이다. 이러한 의미는 이미 제대에 대한 깊은 절과 친구(親口)로도 표현되었다. 복음서에 대한 분향도 비슷한 뜻을 지닌다. 복음서를 통해서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그리스도께 대한 존경과 인사의 표시로 분향하지만, 이것은 더 나아가 그리스도의 말씀, 가르치심에서 발산하는 좋은 향기를 상징하기도 한다. 봉헌 때에 올려지는 향구름은 아버지께 올리는 그리스도의 제사와 천상을 향해 올라가는 신자들의 기도를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요즈음 이처럼 훌륭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분향을 번거롭다는 이유로 많은 사제들이 외면하고 있다. 그러나 충분한 수의 보조자들에게 도움을 받는다면 분향을 동반하는 미사 봉헌을 통해서 형식적이고 건조해져만 가는 신자들의 마음을 촉촉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이럴 때 우리는 거행되는 전례와 마음으로부터 일치하는 능동적 참여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사전에 전례 교육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경향잡지, 1994년 2월호, 김종수 요한(주교회의 사무차장 ·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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