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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주일의 성서적 기초와 교회의 전통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02 조회수1,703 추천수0

[전례 상식] 주일의 성서적 기초와 교회의 전통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바로 그날에 기원을 갖는 사도들의 전통에 따라, 교회는 ‘주님의 날’ 혹은 주일이라고 적절하게 불리는 여덟쨋 날마다 파스카 거행한다”(전례 헌장, 106항). 공의회의 이 가르침은 주일의 본래의 의미뿐만 아니라 사도적 전통과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실제적인 체험 안에서 얻은 경축의 특성을 일깨워주는 기초가 된다.

 

 

신약성서의 기록

 

성 유스티노가 2세기 중엽에 쓴 그의 유명한 “호교론”(I, 67)에 따르면, 시내와 교외에 사는 그리스도인들이 “소위 태양의 날”(일요일)에 한 장소에 모였다고 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주간 파스카 축제 거행을 다음과 같이 잘 요약하고 있다: “그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들어 한 자리에서 빵을 떼어 먹음으로써 일치를 이루고, 기도하기에 항구하여…… 하느님을 찬양하고 모든 백성에게 인심을 얻었다’(사도 2,41-47). 그로부터 오늘날까지 교회는 파스카 신비를 거행하기 위해 함께 모이기를 그친 적이 없었으니, 이때에 그리스도께 관한 모든 성경을 낭독하고 그리스도의 죽으심의 승리와 개선을 재현하는 거룩한 성찬례를 거행하고, 또한 동시에…… 하느님께 감사하기를 잊지 않았다.”(전례 헌장, 6항).

 

주일은 시작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신약 성서에서 그 기원과 기초를 갖는 연속성이 있다. 사도행전은 주일의 모임을 드로아에서 이미 관습이 된 사실로 묘사하고 있다(20,7). 요한 묵시록 1장 10절은 “주님의 날에” 저자가 받은 “계시”를 묘사하고 있는데, 이것은 부활하신 주님의 발현을 전하고 있는 요한 복음 20장 19절과 26절이 보이고 있는 한 주간의 간격을 설명해 준다. 이 한 주간의 간격은 제자들이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기 위해 한 주간마다 한자리에 모였다는 사실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집회는 주일의 원초적이고 기원적인 사실과 연결된다.

 

 

교부들이 전하는 주일, 주님의 날

 

초기 그리스도 공동체는 부활의 체험을 “주님의 날”(kyriache hemera) 또는 간단하게 “주일”(kyriache)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고자 했다. “주님의 날”은 승리하신 주님의 날 혹은 부활의 기념일을 뜻하는 것이었다. 주님의 날이라는 표현은 일찍이 1세기말 혹은 2세기초의 문헌인 “디다케” 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리스도의 파스카와 그리스도인들의 주일은 모든 전승의 기본적이고 일관된 이해이다. 테르툴리아노는 “주님의 부활의 날”에 대해서, 또 체사레아의 에우세비오는 “주일은 그리스도의 구원적 부활의 날이다.”고 말하며, “매 주간 구세주의 주일에 우리는 우리의 파스카 축일을 지낸다.”고 전해 준다. 성 바실리오는 “모든 다른 날들의 첫물인 주님의 부활로 장식된 거룩한 주일”이라고 말하며, 성 예로니모는 “주일은 부활의 날이요, 그리스도인들의 날이며, 우리의 날”이라고 단언했다.

 

이러한 증언들을 기초로 전례 헌장은 “주일은 신자들의 신심을 일깨워 주는 최초의 축제”(106항)라고 선언한다. 주일은 전례 주년의 기초요 핵이다.

 

 

안식일과 주일

 

그리스도인들이 시작부터 남다른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자 했던 주일은, 의미 없이 택한 날도 아니고 히브리인들의 안식일을 단순히 다음날로 이동시킨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 두 관습을 명확하게 구분짓는 만족한 해결책은 아직 찾지 못했다. 안식일의 신학은 하느님께서 6일 창조 후에 쉬셨다는 창세기의 기록에 기초를 두고 있다. 안식일이라는 말은 “중단하다” “쉬다”를 뜻하는 ‘shabbat’라는 말에서 따온 것이지만, 하느님의 휴식을 모방한 것만은 아니다. 이날은 예배와 감사 및 기도의 날이었던 것이다.

 

사도들과 첫 제자들은 유다인으로서 그들의 관습을 그대로 유지하기도 했지만(마태 24,20 참조), 사도 바오로와 그의 그리스계 그리스도 공동체에서 반-안식일 논쟁이 시작된다(골로 2,16; 로마 14,5-6). 그들은 더 이상 안식일 계명을 준수할 의무감을 느끼지 않음으로써, 일요일, “안식일 다음날”을 주일로 지내게 된다(1고린 16,2; 사도 20,7). 주일은 처음에 히브리인들의 안식일에서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은 듯했으나, 4세기부터 옛 관습을 복구시키게 되었는데, 이 현상은 다음의 두 가지 사실로 설명된다. 그 첫째는 321년 3월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사회를 그리스도교화하기 위해 일반인에게도 주일의 휴식을 법으로 의무화한 사실이고, 또 하나는 희한하게도 여러 지역에서 주일의 완전한 준수를 위해 옛 안식일을 완전히 지키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두 날을 “형제의 날”이라고 부르기도 했다(니싸의 그레고리우스). 즉 주일에 앞서는 안식일은 의무적 휴식의 날이고, 주일은 예배를 위한 의무의 날이 된 것이다. 이러한 의무는 305~306년의 엘비라 공의회에서 처음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해서 4세기부터 주일의 점차적인 “안식일화”가 이루어졌다. 변천 과정이야 어떻든 그리스도인들의 주일은 히브라인들과는 달리 주님의 부활을 경축하고 기념하는, 주님께 봉헌된 예배의 날이다.

 

[경향잡지, 1993년 11월호, 김종수 요한(주교회의 사무차장 ·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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