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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미사

제목 [미사] 묵상, 축복, 파견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02 조회수2,533 추천수0

[전례 해설] 묵상, 축복, 파견

 

 

주일 학교 학생 미사 강론 중 이런 실습을 해보았다. “어린이 여러분, 양손을 들어 봐요. 자, 그러면 왼손은 입을 막고 오른손은 코를 꼭 쥐고 숨을 쉬지 말아요. 지금부터 시간을 잴텐데 2분 이상 견디는 사람에게는 원하는 것을 다 주겠습니다. 자, 시~작.” 어린이들은 30초도 못되어 킁킁 소리를 내며 입이나 코를 막은 손을 내리기 시작하였다.

 

사람의 목숨은 숨을 쉬지 않고 단 2분을 넘기지 못한다. 물을 마시지 않고는 24시간, 제아무리 끈질긴 사람이라도 36시간을 넘길 수 없다고 한다. 강한 듯 하지만 약한 게 인간이다. 그러면서도 공기나 물에 대하여 걱정도 감사도 한 적이 없다. 더구나 사람이 숨 쉬고 물 마시면서 살아가도록 세상을 창조 · 섭리하시는 하느님께 감사는커녕 까맣게 잊고 살아간다.

 

 

찬미와 침묵

 

예수님은 우리에게 음식의 형태로 오신다. 음식이 우리 육신을 기르고 건강하게 하듯이 그리스도의 몸인 성체는 우리 영혼을 영적으로 먹여 기르고 거룩하게 한다. 시편 98편은 온 세상이 다 하느님을 찬양하라고 권고한다. “바다도, 땅도, 그 위에 사는 것들도 모두 환성을 울려라. 물결은 손뼉을 치고, 산들은 다 같이 환성을 울려라.” 하느님이 함께 계시는 세상, 사람들을 먹고 마시며 즐겁게 살게 하는 한편 영원한 삶을 살도록 초대하시는 주님이 오신다. 그러니 어찌 찬미의 노래가 나오지 않겠는가.

 

영성체 성가는 그래서 생겨났다. 마음의 기쁨을 드러내고 다른 형제들과의 일치를 표시한다. 최후의 만찬 때 예수님도 사도들과 함께 시편을 노래하셨다. “그들은 찬미의 노래를 부르고 올리브산으로 올라갔다”(마르 14,26).

 

4세기 이후 영성체 행렬이 길어져서 시편 중심의 노래를 불렀고 10세기 이후에는 일반 성가가 중심이었다. 영성체할 동안에는 영성체송을 노래할 수도 있고 성가집의 응송이나 다른 성가를 부를 수도 있다. 이 노래는 공동의 찬미요 일치의 증거이다. 영성체 행렬은 순번을 기다리는 줄 서기가 아니고 최후 만찬에 동참하며 부활 잔치에 참여하는 것이다. 공동 축제이기에 기뻐 노래하는 것이다.

 

성가는 행렬과 함께 시작하고 행렬이 끝나면 마치는 것이 좋다. 노래하지 않을 경우에는 성체 분배 직전에 영성체송을 교우나 사제가 읽어야 한다.

 

영성체가 끝나면 사제는 제단으로 돌아가 남은 성체를 감실에 모시고 제병 가루가 떨어졌으면 성반 위에 모아 성합이나 성작에 넣는다. 빈 성체 용기는 포도주나 물로 닦은 후 사제 또는 부제가 마신다.

 

교우들은 잠시 침묵 중에 마음으로 감사의 기도를 바친다. 개인적인 감사는 성체를 모실 때부터 시작된다. 감사 기도는 본래 미사가 끝난 다음 자발적으로 남아서 하였으나 잘 실천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하나의 예식으로서 침묵의 기도를 삽입하였다. 이때 사제도 자기 자리에 앉아 침묵의 기도를 바친다.

 

사제는 영성체 직후 이렇게 침묵의 기도를 한다. “주여, 우리가 입으로 배령한 것을 깨끗한 마음으로 모시게 하시고, 또한 현세의 선물이 우리에게 영원한 신약이 되게 하소서.”

 

 

영성체 후 기도

 

“사제는 자신의 자리에 서서 또는 제단에서, 교우들을 향하여 ‘기도합시다.’ 하고 두 손을 펴들며 영성체 후 기도를 바친다. 기도 끝에 교우들은 ‘아멘’으로 응답한다”(미사 경본 총지침, 122항). 이 기도의 장소는 사제석보다는 제대가 더 좋고 적합하다. 미사의 중심은 제대이고 영성체도 제대로부터 분배되었으니 영성체 후 기도도 제대에서 바침이 좋다. 반면에 이 기도는 함께한 모든 신자들이 자기 자리에 앉아서 침묵으로 바치는 것이다. 그래서 사제는 영성체 후 기도를 자기 자리에서 바칠 수 있다.

 

영성체 후 기도의 참뜻은 무엇인가. 미사를 통하여 좋은 결실, 좋은 효과를 거두어 들이도록 하려는 것이다. 주님의 성체를 받아 모셨으니 모든 은혜 중에 가장 큰 은혜다. 또한 복되신 성삼위가 내 안에 현존하신다. 그러니 이제 하루하루의 내 활동이 사랑의 업적을 이루도록 하고 그 결과로 영원한 천상 은혜까지 재확인하는 것이다.

 

 

폐회식

 

‘미사의 순서와 구조”(본지 1991년 3월호 103쪽 참조)에서 설명하였듯이 미사의 시작 부분을 개회식이라 하였고 끝부분을 폐회식이라 하였다. 폐회식은 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인사와 축복이고 그 다음은 파견이다.

 

미사를 마치고 마무리하기 때문에 사회의 통념대로 “폐회”란 표현을 사용하였다. 그래서 그 내용도 개회식의 반대 순서로 진행된다. 즉 개회식 때에는 입당, 입당 성가, 제대 인사, 신자 인사, 미사 지향의 순서로 진행되는데 폐회식에서는 그 반대로 미사 맺는 말과 공지 사항, 신자 축복과 파견, 제대 친구와 제대 인사, 퇴장 성가, 퇴장의 순서로 되어 있다.

 

미사 끝에 성체 강복이나 성모의 밤 행사 등 다른 예식이 있으면 폐회식은 생략된다. 맺는 말은 그날의 미사, 전례 시기, 축일의 뜻을 요약하며 실생활에 옮기도록 권고하는 내용이다. 공지 사항이나 광고는 짧을수록 좋다. 긴 내용은 주보를 이용한다. 본당 행사에 관하여는 회장이나 신자 대표가 설명할 수 있다.

 

 

인사와 축복

 

사제가 두 손을 펴면서 “주께서 여러분과 함께”라고 인사하면, 교우들은 “또한 사제와 함께”로 응답한다. 곧이어 사제는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성자와 성신은 우리에게 강복하소서.” 하며 교우들에게 강복해 준다(미사 경본 총지침, 124항 참조).

 

“주께서 여러분과 함께”는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1991년 6월호 111쪽 참조) 주님과의 결합이요 일치를 뜻하는 인사이다. 신자의 사명과 임무에 충실하도록 격려하며 한 사람씩 손을 잡고 포옹하는 인사이다.

 

미사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말씀을 들었고 최후 만찬에 초대를 받아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셨다. 진정 당신은 주님과 함께 있고 축복받은 사람이다. 현존하시는 주님과 미사의 은총이 세상 생활 속에서도 지속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보다 더 복된 인사가 어디 또 있겠는가. 이보다 더 큰 존경과 환영의 인사말이 있겠는가.

 

이미 지적하였듯이 인사에 대답을 않는 것은 무례요 모욕이다. 그러니 힘차고 감격스럽게 대답하라. “또한 사제께도 주님이 함께 계시기를 빕니다.”

 

작별 인사에 이어 축복의 기원이 따른다. 사제 개인의 축복이 아니라 하느님의 축복을 빌어 준다. 그러므로 먼저 성부, 성자, 성신 삼위를 호칭하면서 사제는 오른손으로 큰 십자성호를 긋는다. “…… 우리에게 강복하소서.”라고 빌면 신자들도 십자성호를 하면서 “아멘”으로 답한다.

 

그 밖에도 장엄 축복과 백성을 위한 기도가 있다. 장엄 축복은 중세기에 영성체 전에 성당을 떠나는 신자들을 위하여 평화의 인사 직전에 거행하였다. 현재는 일정한 날과 기회에, 가령 대축일이나 수도 서원, 사제 서품 미사 후 또는 명절 때에 하느님의 특별한 보호를 간청하며 장엄 축복을 내린다.

 

승천하시는 예수님을 연상해 보라. 제자들이 땅에서 지켜 보고 있었다. 두둥실 하늘로 올라가시면서 예수님은 두 손을 들어 제자들을 축복해 주셨다. “이렇게 축복하시면서 그들을 떠나 하늘로 올라가셨다”(루가 24,51).

 

유다인들도 회당에서 이러한 사제의 축복을 받았다. “내 이름으로 복을 빌어 주면 내가 이 백성에게 복을 내리리라”(민수 6,27). 바오로 사도는 편지 끝에 항상 주님의 은총을 빌어 주었다. 초기 교회의 미사에서도 이런 축복이 있었을 것이다. 초세기에는 교황이 퇴장하면서 축복하였고 그 후 주교도 같은 형식의 축복을 하였다. 사제 축복이 시작된 것은 5세기경이며 12세기에 일반화되었다.

 

 

파견

 

미사(Missa)란 본래 무슨 뜻이었는가. 옛 로마인들이 회의를 마치고 마지막에 의장이 “오늘은 여기서 폐회를 선언합니다.” 또는 “재판이 끝났습니다.”, “황제의 알현이 끝났습니다.”라고 할 때 라틴어로 “이떼 미싸 에스트”(Ite, Missa est, 가시오, 해산입니다.)였다. 즉 미사는 “모임의 해산’을 뜻하는 명사였다. 어원적으로 파견(missio)에서 파생된 단어가 아니다.

 

이 말은 3세기부터 신자들 모임에서도 사용되었고 4세기에는 해산의 뜻뿐 아니라 모임 자체를 의미하게 되었다. 그 후 예비자 예배와 신자들의 성찬식을 미사라 하였고, 기도, 가르침, 성찬식, 영성체까지 통틀어 미사라 부르게 되었다.

 

5세기부터 미사란 말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제사를 재현하고 최후 만찬으로 전해 준 만찬 제사를 지칭하는 용어가 되었다. 또한 신학자들은 미사가 ‘미씨오’(missio)와도 관련되므로 ‘파견’한다는 뜻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강복이 끝나면 사제는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하고 교우들은 ‘천주께 감사합니다.”로 응답한다. 파견의 말은 간단하나 의미는 매우 중대하다. 즉 미사에 참여한 교우들이 각기 주님을 찬미하며 자기 일을 착하게 하도록 파견되는 것이다(미사 경본 총지침, 57항).

 

미사 중에서 신자들은 그리스도와 결합되었다. 즉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새로이 정신 무장이 되었다. 이제 세속에 나가서도 유혹이나 악에 물들지 않고 그리스도의 정신 곧 복음을 전한다는 사명을 받은 것이다. “내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 주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요한 20,21).

 

‘미사가 끝났다’고 학교 수업이 끝난 것처럼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신자의 기본 사명이 세 가지라고 하였다. 믿음을 축하하고, 믿음을 살며, 믿음을 증거하는 것이다. 믿음의 축하인 미사는 끝났지만 믿음의 삶인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고, 믿음의 증거인 복음 전파와 생활한 순교가 생활 가운데 계속되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나라에서는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를 덧붙였다. 나머지 사명을 잊지 말라는 뜻이다. 사명감에 불타 오르는 사람은 말에 힘이 있고 행동이 분명하다. 사명을 받은 신자는 크게 응답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그러므로 “천주께 감사’는 속으로 외는 것이 아니라 소리 높이 외치는 응답이어야 한다.

 

[경향잡지, 1992년 12월호, 안문기 프란치스꼬(천안 봉명동본당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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