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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축일] 성모 승천 대축일(8월 15일)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0-29 조회수3,998 추천수0

성모 승천 대축일 - 사랑이라는 구원의 징표

 

 

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상징을 본다. 우리는 무언가 의미하는 바를 드러내려고 기호 같은 것을 쓴다. 간판글씨도 그렇고 거리의 교통 신호등 색깔도 마찬가지이다. 이 가운데 어떤 강한 메시지를 띠고 있는 상징으로 고유한 것을 ’징표’ 또는 ’표징’이라 말한다. 이 가운데서도 고전적이고 흔한 징표를 들라 한다면, 아마도 ’사랑의 징표’를 말할 수 있겠다. 옛날에는 연인 사이에 그들만의 사랑의 징표로 어떤 물건을 주고받거나 나누어 갖기도 하였다. 요즈음 젊은이들 사이에는 흔히 광고에서 볼 수 있듯이, 문자 메시지로 그 징표를 나타내기도 하고, 의미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통신 수단을 이용하기도 한다.

 

우리는 직접적이고 피부에 와닿는 표현이 아니더라도 지속적이거나 항구한 징표들을 볼 수 있다. 상대방에 대한 변함없는 태도와 일관된 자세는 항구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상황에 따라 변하는 자세가 아니라, 지속적이고 영구적인 태도도 하나의 징표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징표와 표징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가 지혜롭게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내용으로 잘 이해해야 한다.

 

우리 신앙을 이해하는 데에도 이러한 징표를 잘 읽어야 한다. 교회생활 자체가 수많은 표징과 상징들로 싸여있다. 우리 신앙의 가장 큰 바탕은 ’주님 부활에 대한 신앙’이다. 주님께서 사람이 되셔서 우리 인간들 가운데(역사 안에서) 사시다가, 수난하시고 고통을 받으셨으며, 십자가 죽음을 맞으셨다는 것, 그리고 부활하시고 승천하셨으며, 성령을 보내셨다는 것과 그 성령의 힘으로 우리 교회가 살고 있음을 믿고 있고 실재로 그렇게 살고 있다.

 

그런데 우리 신앙의 보증이 되는 예수님의 부활의 징표는 어디에 있는가? 복음서를 보면, ’빈 무덤 이야기’가 그 징표로 나온다. 여인들이 예수님의 무덤을 찾았을 때 주님은 계시지 않고 무덤이 비어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제자들에게 ’부활하신 모습’으로 나타나셔서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하셨다는 것이다. 그것이 부활의 징표이다.

 

8월 15일은 성모 승천 대축일이다. 이날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많다. 우리는 성모님께 대한 공경과 신심이 매우 큰 편이다. 그래서 무더운 여름 날씨에도 이날을 큰 축일로 지낸다. 또 이날은 우리 나라의 광복절이다. 해방 기념일이다. 그래서 성모님의 승천과 연관지어 우리 인간이 이 세상에서부터 하느님께로 다가갈 수 있는 자유를 주셨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다. 성모 승천은 하느님께서 가장 온전한 인간이신 성모님의 영혼과 육신 모두를 당신의 하늘나라로 불러주신 것이다. 그래서 우리도 교회의 모델이신 성모님을 따라 하늘나라에서 영광을 누릴 수 있음을 생생히 보여주신 것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성모 승천 대축일은 어떻게 생겨나고 발전한 것일까? 일찍이 초대교회 때부터 성모님의 승천에 대한 신심은 있었다. 하지만, 전례문에 나타나는 것은 8세기에 이르러서이다. 처음에는 ’성모님의 안식’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났다가, 성모님을 공경하는 신심이 확대되자 9세기에 와서 ’성모 승천’이란 말이 나온다.

 

중세를 지나는 동안 성모님 승천에 관한 영성과 신심이 더욱 확산되어, 천주의 모친 대축일이었던 8월 15일을 성모 승천 대축일로 지내고, 천주의 모친 대축일은 1월 1일로 옮겨 지내도록 하였다. 1950년 비오 12세 교황은 성모 승천을 믿을 교리로 선포하게 된다. 성모 공경과 함께 성모님께서 온전히 하늘로 들어올림을 받으셨다는 것에 대한 믿음이 굳어지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무슨 징표로 성모님이 승천하셨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을까? 그것은 성모님의 ’빈 무덤에 대한 징표’이다. 처음 전례문에 나온 ’성모님의 안식’이란 표현대로, 성모님도 돌아가셔서 무덤에 묻히셨다. 하지만 무덤이 빈 것이다. 확신을 갖지 못하고 성모님을 공경하였지만, 오랜 세월을 지내면서 승천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으며, 성모님의 빈 무덤을 승천의 징표로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성모님의 승천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것을 뒤따르는 본보기로 우리에게 보여주신 커다란 징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를 구원하시겠다는 주님 사랑의 징표가 성모님의 승천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하느님 나라에 대한 그리스도의 약속이 제일 먼저 성모님에게서 이루어졌고, 이제 우리에게 그 약속이 실현될 것임을 성모님의 승천이라는 표지로 드러내주신 것이다.

 

성모님은 교회의 모델이자 우리들의 모범이시다. 성모 승천 대축일을 맞아 우리의 마음을 하느님께로 열자. 그래서 생각과 말과 행위들이 성모님처럼 하늘을 향한 진정한 자유인이 되도록 묵상해 보자.

 

[경향잡지, 2000년 8월호, 나기정 다니엘 신부(대구효성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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