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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편 133편에 나오는 아름다운 형제애.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20-09-19 조회수1,443 추천수0 반대(0) 신고

 

한 달 전쯤인가 문자를 하나 받았습니다. 문자의 내용은 베드로씨, 잘 지내고 있죠?” 하는 내용의 문자였습니다. 짧은 문자였지만 반가운 문자였습니다. 전주교구에 사시는 한 자매님이었습니다. 이제 어느덧 알게 된 인연으로 지낸 시간이 무려 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유섬이길 도보순례 첫 해에 만났습니다. 그때 문자로 덕분에 잘 지낸다고 했습니다.

 

지금 문자를 확인해보니 한 달 남짓 되었네요. 안부를 문자로만 나누었습니다. 사실 이분에 대해 몇 번 언급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요즘은 문득문득 생각이 많이 나는 분입니다. 저보다 14세 많은 연상의 자매님이십니다. 나이를 떠나서 신앙 안에서 영적으로 뭔가 매력이 있는 분이었습니다. 처음엔 전혀 몰랐습니다.

 

사실 고백을 하자면 전주교구청에서 출발 전에 사전 미팅인 오리엔테이션을 가진 시간에 뵈었을 때 너무 무모한 도전을 하시는 건 아닌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아무튼 첫 이미지는 그랬습니다. 막상 도보를 하면서 그런 생각이 여지없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도보 첫날부터 저랑 후발 주자로 같이 나란히 걸었습니다. 그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대화의 내용은 잘 기억을 할 수가 없습니다. 느낌만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는 걸으면서 신앙적으로 뭔가 매력을 가지고 있으시다는 걸 느낀 것이었습니다.

 

아무튼 첫날을 그렇게 해서 걷다보니 대화 속에서 뭔가 생각과 여운을 남기고 가슴에 잔잔한 감동도 주었습니다. 오리엔테이션할 때 자료를 보고 대충 연배를 알고는 있었지만 확실한 나이는 알지 못했습니다. 저는 의도적으로 나이라고 했습니다. 연세라고 하긴 좀 어감이 그래요.

 

나이라고 하면 예의가 없는 건지는 모르지만 저는 분명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나이라고 하고 싶어요. 오히려 제 맘은 이렇게 표현하는 게 그분에 대한 저의 작은 애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연배는 좀 차이가 나지만 어딘가 모르게 호감이 갔습니다.

 

물론 신앙 안에서 말입니다. 1011일을 같이 도보를 하면서 때로 누나처럼 참 살갑게 잘 대해주셨습니다. 도보 끝나고 언제 한번 제가 전주에 갔을 때 다른 형제님과 만나 차를 함께하면서 제가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분이 저를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출발 전에 있었던 어떤 사실 하나 때문에 저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지금까지 안부 문자나 간혹 전화 통화로 이런저런 신변잡기를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다 유익한 이야기였습니다.

 

아무튼 이분과 여러 에피소드를 말씀드리려면 삼천포로 흐르는 것 같아 이 정도만 하겠습니다. 사실 오늘은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본론은 지금부터입니다.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를 하면 이해가 잘 되지 않을 수가 있어서 이해를 돕고자 말씀드린 것입니다. 요즘 많이 생각나고 해서 오늘은 목소리를 한번 듣고 싶어 제가 6시에 모처럼 전화를 드렸습니다.

 

마침 강아지랑 산책을 하시는 중이라고 하셔서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원래 전화를 드렸을 땐 길어야 십분 정도 간단하게 안부를 묻는 정도로만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통화를 하고 난 후에 통화시간을 확인했습니다. 1시간 4분 통화를 한 걸 확인하고 놀라웠습니다. 느낌은 길어야 20분 정도로 느껴졌는데 1시간을 통화를 했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오늘 자매님과 통화를 한 후에 한 생각이 있었습니다. 확실히 그때 제가 이분을 바라본 제 눈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오늘 감동적인 체험담을 하나 들었습니다. 누구에게도 하지 않은 이야기였다고 하셨습니다. 이 이야기 외에도 가슴 뭉클한 이야기도 있지만 이분의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에서 제 가슴에만 고이 간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알려드리지 못한 점은 조금 아쉽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분과 나눈 대화 중 이분께 드린 말씀의 일부분 하나만 소개하고자 합니다.

 

하느님은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 여기서 아름답다는 건 남을 사랑하는 맘이 가득하고 누군가의 가슴이 아프다면 어루만져주고 함께 아파하는 그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사랑하실 거라고 했습니다.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린 이유가 있습니다. 이분이 어떤 말씀을 하셔서 그 말씀에 제 의견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이분과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눈 후에 방금 제가 한 말씀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묵상을 하고자 묵상 주제 하나를 떠올렸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하면 곰보 얼굴의 곰보도 보조개로 보인다는 말입니다. 깊이 생각해보면 우리 그리스도인이 깊이 생각해봐야 할 말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랑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혼자 하는 가슴 아픈 짝사랑도 있을 겁니다.

 

누구나 짝사랑 한 번쯤 안 해본 사람이 없을 겁니다. 저는 중학교 때 처녀 영어 선생님을 짝사랑해서 영어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34년 전 선생님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다른 이목구비도 이쁘지만 특히 선생님의 눈빛은 가히 독보적입니다. 정말 아름답습니다.이국적인 얼굴을 가지졌습니다. 졸업 후에 선생님을 8년 만에 어렵게 어렵게 찾을 수 있어서 진주에서 뵐 수가 있었습니다.

 

8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물론 결혼을 하신 후에 자녀 하나만을 두셨다고 하셨는데 중학교 때 선생님의 그 모습이 아니였습니다. 아니 저는 선생님 같은 분은 세월도 비껴갈 것 같았습니다. 생각보다는 많이 변하셨지만 그래도 선생님을 뵈니 예전에 선생님을 향한 애틋한 그리움이 새록새록 생각났습니다. 저는 행운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비 오는 날 선생님과 몇 번 학교 하교 길에 우산을 같이 쓴 적이 있었습니다. 그 기억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는 추억입니다.

 

제가 다닌 모교가 교문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거리가 상당히 먼 거리입니다. 근데 그 거리가 평소에는 정말 먼데 선생님이랑 걸을 땐 어떻게 그렇게도 금방 빨리 도착하는지 모르겠어요. 짝사랑은 조금은 가슴 아픈 사랑이지만 이런 맘으로 신앙 안에서 동성, 이성을 떠나 형제자매를 만약 그렇게 사랑하는 맘이라면 그 사랑은 정말 멋진 사랑일 겁니다. 하느님께서도 그런 형제애를 보신다면 참으로 기뻐하실 겁니다. 제가 조만간에 전주를 가겠다고 했습니다.

 

자매님께서도 한번 만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신앙 안에서 누구나 모든 사람이 이런 맘으로 서로 사랑할 수만 있다면 그런 사람은 이미 하느님을 만난 사람이 될 겁니다. 사랑은 혼자만 노력한다고 아름다운 형제애를 가질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자매님과 저처럼 서로 상대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존중하는 배려 속에서 아름다운 형제애가 싹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랑을 할 때 그 계명이 서로 사랑하라라는 말씀 속에 서로라는 조건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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