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8 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08-01 조회수1,395 추천수7 반대(0)

지금은 아련한 추억이 되었지만 해마다 여름이면 본당에서는 여름행사가 있었습니다. 초등학생은 주로 여름성경학교를 하였습니다. 성경을 주제로 만들기를 하고, 노래도 부르고, 문제를 풀기도 합니다. 물론 물놀이와 간식은 필수였습니다. 저도 주일학교 다닐 때 그렇게 여름성경학교에 참석했습니다. 선생님들은 푸짐한 선물도 주셨습니다. 학용품도 있고, 과자도 있고, 장난감도 있고, 성경책도 있었습니다. 중고등학생은 34일 정도 여름신앙학교를 하였습니다. 말씀의 전례로 시작하였고, 미사로 마쳤습니다. 그 사이에 여러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주일학교 교사들은 몇 달 전부터 자료집을 만들고, 프로그램을 준비하였습니다. 학생들에게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불놀이와 추적놀이입니다. 선생님들은 낮부터 나무를 높이 쌓아놓고 저녁 무렵이면 나무에 석유를 적셔 놓습니다. 높은 나무에 줄을 연결해서 불꽃이 학생들의 고함과 함께 내려오도록 합니다. 그러면 어둠을 밝히는 불꽃이 타오릅니다. 불꽃 아래 학생들은 장기자랑을 하고 선생님들의 특별한 공연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여름날의 추억이 쌓이게 됩니다.

 

추적놀이는 학생들이 조를 이루어 미션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하나의 미션을 통과하면 다음 미션으로 갈 수 있습니다. 미션을 수행하면서 성서에 대한 공부를 하기도 하고, 미션을 수행하면서 조원들이 지혜를 모으기고 하고, 미션을 수행하면서 조원들이 서로를 챙겨주기도 하고, 미션을 수행하면서 정이 깊어집니다. 추적놀이의 절정은 어둠이 깊어지면서 담력을 키우는 미션입니다. 선생님들은 무덤가에서 귀신으로 분장을 하기도 하고, 캄캄한 밤에 무서운 소리를 틀어놓기도 합니다. 잔뜩 긴장한 학생들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어둔 밤을 헤쳐 나갑니다. 고학년 학생들은 이것이 선생님들이 마련한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어둠은 늘 긴장입니다. 저학년 학생들은 어둠이 두렵고, 무섭습니다. 더러는 울기도하고, 소리를 지르지만 여름에도 한기를 느끼며 미션을 모두 수행하게 됩니다. 그렇게 하나가 된 조원들은 뿌듯한 마음으로 불놀이 장소로 가게 됩니다. 미션을 수행했으니 수박과 옥수수를 먹는 것은 선물입니다. 인터넷과 게임으로 무장한 아이들에게는 닿을 수 없는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앙은 어쩌면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추적놀이가 아닐까요? 공동체가 힘을 모으고, 지혜를 모아서 주어진 미션을 잘 수행하면 하느님께서는 축복을 주십니다. 자손을 많게 해 주셨습니다. 새 하늘과 새 땅을 주셨습니다. 추적놀이를 하면서 가끔 엉뚱한 곳으로 가서 헤매는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 곳에서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정해진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안내해 줍니다. 낭떠러지와 같이 위험한 곳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도 엉뚱한 곳으로 갈 때가 있었습니다. 우상을 섬기기도 했고, 하느님의 계명을 따르지 않고, 세상의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했습니다. 그런 경우에 하느님께서는 예언자들을 보내 주셨습니다. 예언자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지도를 주기도 했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계속 따르지 않는다면 고통과 시련이 다가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예언자들의 말을 들으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위로를 얻었고,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절망 중에서도 희망을 보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자비로우신 분이심을 기억해 냈기 때문입니다.

 

복음은 예수님께서 마련하신 추적놀이같습니다. 제자들은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 떡 다섯 개로 오천 명을 먹이는 미션을 수행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광주리가 12개나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주신 미션은 가진 것을 나누면서 풀 수 있었습니다. 기꺼이 나눌 수만 있다면,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면 가난과 굶주림은 하느님의 축복으로 해결 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 미션은 풍랑이 심하게 부는 어두운 바닷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물 위로 걸어오셨지만 제자들은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분장을 한 선생님을 귀신으로 착각했던 학생들처럼 제자들도 예수님을 보고 악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둠이 깊었고, 풍랑이 심했습니다. 제자들의 두려움은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게 했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용기를 내서 주님을 향하여 어둠을 뚫고 물위를 걸었습니다. 마치 고학년 학생이 조원들을 이끌고 미션을 수행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어둠이 무서웠습니다. 풍랑이 두려웠습니다. 눈앞에 주님을 보면서도 그만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주님께서는 베드로의 손을 잡아 주시면서 말씀하십니다. ‘왜 이리 믿음이 약하냐?’ 그렇습니다. 우리가 고통의 바다와 같은 이 세상에서 권력과 자본 그리고 욕망과 교만이라는 풍랑 속을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주님께 대한 믿음이 필요합니다. 주님께 대한 믿음으로 고통의 바다를 건너면 좋겠습니다. 주님께 대한 믿음으로 마음에 이는 풍랑을 이겨내면 좋겠습니다.

 

이 믿음이 약한 자야, 왜 의심하였느냐?”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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