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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해성사] 고해성사에 참여하는 마음가짐: 내 탓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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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호식 [ jpatrick ] 작성일2009-07-22

[전례 생활] 고해성사에 참여하는 마음가짐


내 탓이오!

 

 

사람은 완전하지 않다. 의도되었건 어떤 유혹에 이끌렸건 간에 죄를 짓는다. 부족함 때문에 잘못들을 범하게 된다. 하지만 거기서 머물 수는 없다. 늘 새롭게 죄를 용서받아야 한다. 상처는 치유되어야 하고 끊어진 것은 이어지고 골은 메워야 한다. 부족한 것은 채우고 왜곡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죄에 대한 고백과 용서는 바로 그와 같은 진실이고 정의이며, 하느님의 사랑의 실현이다.

 

고해는 자주 할수록 좋다. 연례 행사에 그칠 수는 없다. 고해성사는 ‘세례성사’ 이후 하느님의 자녀로 살아가는 데 중요한 성사이다. 세례로 원죄와 모든 죄를 용서받았지만, 그 이후에 범하게 되는 잘못들을 용서받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죄는 고해성사의 필수 고백 사항이다. 하지만 소죄도 자주 보는 것이 좋다. 소죄가 많다고 대죄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소죄에 대한 무감각한 인식은 대죄에로 쉽게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고해성사는 성찰(省察), 통회(痛悔), 정개(定改), 고백(告白), 보속(補贖)의 다섯 단계를 거치게 된다. 자기가 저지른 잘못을 살피고(성찰), 잘못을 진실하게 뉘우치며(통회), 다시는 그러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결심하며(정개), 그리고 사제에게 자신의 잘못을 고백한 다음(고백), 사제의 훈화를 듣고 명하는 기도나 선행 등으로 잘못을 기워 갚는(보속) 과정을 거치게 된다.

 

고해성사는 이러한 전과정을 필요로 한다. 단지 고백만으로 이 성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성실한 반성과 진정한 뉘우침과 새로운 결심 그리고 보속까지 모든 단계를 다 거쳐야 고해성사가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고해성사는, 죄를 지어 하느님과 단절되거나 멀어졌으므로, 하느님과 이웃과 화해하고 본래의 가까운 사이(친교)를 다시 회복하는 일이기에 ‘화해 예식’이라 부르기도 한다.

 

본당에서는 대부분 주일미사를 앞두고 고해성사가 이루어진다. 그러다 보니까 미사 시간이 촉박하고 마음이 급하다. 성사를 베푸는 사제도 마음이 급하다. 미사 시간이 다 되면 고해성사도 멈추어야 한다. 고해자도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한다. 자신은 일찍 성사를 보러 갔지만 사람이 많아서 못하는 경우도 있고, 시간이 촉박해 충분히 안정된 마음으로 고백하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 또한 주일미사에 더욱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자세를 가질 여유도 갖지 못하게 된다.

 

본래 전례 원칙에 따르면, 한 장소에서 두 개의 전례나 신심행사를 동시에 거행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만 사목적 이유로 한 사제가 미사를 드리는 동안 다른 사제가 고해소에서 성사를 주기도 하는데, 아무리 고해소 시설을 잘 꾸렸다 하더라도 미사 드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또 미사 중에 성사를 보려고 줄을 서있는 고해자는 미사 참여를 적극적으로 할 수 없게 된다.

 

성사를 받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마음가짐, 그리고 정성이 필요하다. 육신의 병을 치유하고자 기울이는 정성에 비하면, 우리가 영혼의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시키고, 하느님과 형제들과 불화하고 멀어진 것을 화해하고 친해지려는 데에 기울이는 정성이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성찰한 마음과 잘 준비된 자세로 고해성사에 임하도록 노력해 보자. 외적인 환경을 탓할 것이 아니라, 내적인 나 자신의 마음을 바꾸어야 한다. 내가 청하는 입장이므로 “내 탓이오!” 하는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 조건과 여건이 잘못되어 우리가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생각을 바꾸고 의식을 갖고 생활한다면 환경은 쉽게 바뀌게 된다. 우선 ‘나’에게서부터 해결점을 찾아보고, 성사생활에 임하는 나의 자세부터 하나씩 고쳐나가야 한다.

 

고해성사를 부담으로 여기고 수동적으로 대하면 결코 바뀔 수 없다. 삶을 반성하고 뉘우치며 끊임없이 다짐을 새롭게 하는 적극적인 행동양식이 삶의 중요한 일부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평일미사를 전후해서 넉넉한 시간에 성사를 보도록 삶을 바꾸어보자. 그러기 위해 일상 안에서 화해 예식을 위한 단계를 정성껏 준비하고 언제나 고해성사를 받을 마음의 준비가 되도록 해야 하겠다.

 

* 나기정 다니엘 - 신부 · 대구 가톨릭 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경향잡지, 2003년 2월호, 나기정 다니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