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사] 성사란 무엇인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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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호식 [ jpatrick ] | 작성일2010-08-13 | |||
성사란 무엇인가?
"개신교 형제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가톨릭을 비방하는 단골 메뉴 가운데 하나가 성사(聖事)에 관한 것입니다. 가톨릭 신자들은 성사라는 마술을 통해서 구원을 얻는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전적으로 신앙에 의한 구원을 가르치는 성서 말씀과 반대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과연 성사는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요?"
성사는 어려운 것?
가톨릭 신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사란 우리가 알아듣기 힘든 것 또는 신비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성사가 무엇입니까 하고 물어 보면 꽤 오래 신자 생활을 한 사람들까지 잘 대답하지 못하는 것을 보아서도, 성사 중심으로 살고 있으면서도 정작 성사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도 성사가 너무 심오한 교리라고 생각하고는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이나 "성사란 따져서는 알지 못하고 그저 믿어야 할 것"이라고 제쳐 둔 데 그 원인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하느님을 보여 주는 표지로서의 성사
그리스도교 본래의 성사는 그렇게 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생활과 아주 가까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성사에 대한 정의를 쉬운 말로 내리자면,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 또는 그분의 은총을 우리에게 전해 주는, 눈으로 볼 수 있고 만져 볼 수 있는 표지 또는 상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름다운 산을 보고 우리는 가끔, "아, 참 아름다운 산이로구나. 하느님의 솜씨는 참으로 놀랍단 말이야" 하고 감탄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 산은 분명 하느님 자신은 아니지만, 이 산이 우리에게 하느님의 존재를 생각하게 만든다면, 이 산은 하느님을 보여 주는 표지 역할을 하게 됩니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 갖가지 색깔의 꽃들도 우리에게 하느님의 아름다움을 상상하게 만들어 주는 도구, 표지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 모두가 하느님의 성사가 될 수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버림받은 사람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는 마더 데레사 수녀나 남대신 죽어 간 막씨밀리아노 꼴베 신부처럼 자신의 삶을 통해 하느님의 모습을 증거 하는 사람들 역시 하느님을 우리에게 보여 주는 성사라 할 수 있습니다.
전례 안에서의 성사: 칠성사와 준성사의 제정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모습 또는 그분의 은총을 우리에게 전해 주는 표지, 상징 모두가 성사라 할 때, 어떤 것은 성사이고 어떤 것은 성사가 아니다 하는 식으로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시대, 장소에 따라 하느님의 모습을 전해 주는 표지들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2 세기에 들어와 일부 학자들이 큰 성사와 작은 성사를 구분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하느님의 구원 사업과 그에 따른 은총을 우리에게 전해 주는 뛰어난 표지 일곱을 확정하기 시작하였으며, 이러한 사상은 16 세기 트렌트 공의회에 의해 칠성사에 관한 교의로 발전되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칠성사에 끼지는 못하였지만 나름대로 하느님의 은총을 전달해 주는 작은 표지들은 준성사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성사가 우리에게 전해 주는 것은 무엇인가?
흔히들 성사란 눈에 보이지 않는 은총을 우리에게 전해 주는 눈에 보이는 표지라고 말들 합니다. 이 말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자칫 성사의 본 목적을 오해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성사는, 빠스카 신비(주님의 수난과 죽음, 부활 신비)를 우리에게 전해 줌으로써, 우리가 빠스카 신비를 살 수 일도록 도움을 주는 외적 표지 또는 예식입니다. 은총은, 우리가 주님의 제자답게 빠스카 신비를 우리 삶 안에서 구현할 때 그 결과로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은총의 전달이 성사의 목적 자체가 아니며, 이 점을 명심할 때 우리는 개신교 형제들의 쓸데없는 오해를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칠성사: 빠스카 신비의 큰 표지
하느님을 우리에게 보여 주는 표지들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고, 또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회는, 수많은 표지들 가운데 성서와 교회의 전통에 근거하여 주님의 빠스카 신비를 뚜렷이 드러내 주는 것들을 선택, 보존하여 교회의 전례로 삼았습니다. 성찬례(성체성사), 세례, 견진, 혼인, 병자의 도유(병자성사), 서품, 고해와 같은 행위 또는 예식은 하느님의 구원 신비와 그분의 뜻을 우리에게 보다 직접적으로 우리에게 전달해 주는 까닭에 이 일곱 표지를 교회는 칠성사라 하여 큰 가치를 부여하였던 것입니다.
신앙의 표지로서의 성사
성사가 목적하는 바는 우리가 주님의 빠스카 신비를 우리 생활 안에서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가끔 성사 생활의 결과로서 따라오는 은총을 받기에만 급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제사에는 관심 없고 젯밥에만 눈독들이는 태도라 할 것이며, 이러한 신앙 태도가 바로 개신교 형제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하겠습니다. 행여 우리는 성사 생활을 습관적, 미신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홈페이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