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품성사] 공동체를 위한 성사2: 성품성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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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호식 [ jpatrick ] | 작성일2011-01-16 | |||
[알기 쉬운 교리상식] 공동체를 위한 성사 2 - 성품성사
“말씀이 사람이 되어서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 말씀이 사람이 되신 그 분이 바로 나자렛 예수님이시다. 그분께서는 말씀으로 하느님의 나라를 가르치셨고, 삶에 지친 사람들을 사랑으로 보살피셨으며, 인간의 죄와 죽음을 극복하시기 위하여 자신의 목숨까지 바치셨다. 예수님께서는 이 일이 계속되기를 원하셨고, 이 일을 위하여 제자들을 불러 모으셨으며, 그 중에서도 열둘을 뽑아 사도단을 구성하셨다.
사도들은 예수님으로부터 특별교육을 받았던 사람들이었지만 예수님의 수난과 십자가상 죽음 때에는 인간적인 나약함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오순절에 성령의 임재하심으로 인해 이들은 힘과 용기를 얻어 담대하게 예수님의 일을 계속할 수 있게 되었다. 초기에 사도들은 자기들이 직접 또는 사람을 파견하여 새로운 공동체를 지도하였지만, 공동체의 수와 규모가 점점 커져 감에 따라 차츰 여러 가지 명칭의 보조자들을 선발하여 그들에게 안수와 기도로 그 사목권한을 전하여 주었다.
예수님의 일을 계속하기 위하여, 즉 사람들에게 구원의 진리를 가르치고, 예수님의 희생으로 얻으신 영원한 생명을 전하며, 예수님의 양떼를 돌보기 위하여 봉사자가 필요한데 이 봉사자를 축성하기 위한 성사가 성품성사이다. 세례성사나 견진성사, 고해성사, 성체성사, 병자성사 등이 개인의 구원을 위한 은총을 구하는 성사라면 성품성사는 타인을 위한 봉사의 성사요 교회공동체를 위한 봉사의 성사이다.
이 성품성사에는 주교품, 신부품, 부제품이 있다. 그리고 주교, 신부, 부제로 서품되어 교회의 직무를 맡은 사람들을 성직자라 부른다. 우리는 흔히 신부서품을 사제서품으로 부르는데 틀리는 말은 아니지만, 주교도 사제(sacerdos)에 속하기에 신부서품이라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또 한 가지 신자들이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있다. 신부를 주교의 전 단계로, 부제를 신부의 전단계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주교, 신부, 부제는 각각 상위 단계의 전 단계가 아니라 자체로 완성된 고유한 직분이다. 역사적으로는 부제에서 주교로 서품된 경우도 있고, 한국에서는 아직 시행되고 있지 않지만 종신부제(終身副祭) 제도도 있다.
사제는 무엇하는 사람들인가?
교회 전통은 오랫동안 성품성사로 주어지는 권한의 핵심을 성체와 성혈을 축성하는 ‘축성권’과 죄를 용서하는 ‘사죄권’으로 보아 왔다.(특히 1545년 트리엔트공의회) 신부는 ‘미사지내고 고해성사 주는 사람’ 정도로 이해되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성경 안에서 예수님의 의도와 초대교회의 모습을 연구하여 교회 봉사자들에 대한 보다 폭넓은 본래의 의미를 되찾았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성품성사로 성직으로 불림 받은 사람들은 예수님의 일을 계속해야 한다. 예수님의 일을 전문용어(?)로 하자면 예언직, 사제직, 봉사직(왕직)이다. 여기서는 ‘사제’라는 일상적인 명칭으로 사제의 직분을 요약해 본다.
1. 말씀에 봉사하는 사람(예언직)
세 가지 일이 다 중요하지만 공의회에서는 말씀을 전하는 일을 우선순위로 꼽고 있다. “주교들의 중요한 의무 중에서 복음을 설교하는 의무가 첫째이다.”(교회헌장 25) “주교의 협력자인 사제(신부)의 첫 의무는 하느님의 복음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일이다.”(사제교령 4) 예수님께서 지상에서 마지막 하신 말씀은 모든 민족들을 예수님의 제자로 삼으라는 명령이었다.(마태, 28,18 이하 참조) 말씀을 듣고 사람들이 모여야 성사도 집행하고 공동체를 구성하여 사목도 할 수 있다. 사제는 예언자(預言者 : 맡길 예)가 되어야 한다. 여기서 예언자는 앞날을 미리 예측하는 그 예언자(豫言者 : 미리 예)가 아니라, 맡겨진 말씀을 전하는 사람, 즉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그 말씀을 전하는 사람이다. 복음을 잘 전하기 위해서는 사제 자신이 복음을 충실히 듣는 사람이어야 한다.
2. 전례에 봉사하는 사람(사제직)
사제들이 전하는 복음의 핵심은 주님의 죽음과 부활이고, 복음을 전하는 목적도 사람들을 주님의 이 파스카의 신비에 참여하게 하여 성화시키는 것이다. 전례거행이나 성사집전을 통하여 사제는 하느님과 인간의 중개자가 되고 사람들을 성화시킨다. 사제들은 신자들이 더 열심히 성화의 기회를 갖도록 정성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야단치는 고해소가 아니라 주님의 용서를 전해주는 고해소, 의무로 참여하는 주일미사가 아니라 기쁨으로 참여하는 주일미사가 되는 것이 어찌 사제들만의 바람이겠는가?
3. 공동체에 봉사하는 사람(왕직, 봉사직)
양떼를 돌보는 사람을 목동, 혹은 목자라고 부른다. 구약시대부터 하느님의 백성은 양떼로, 주님은 목자로 비유되었다. 그래서 하느님의 백성을 돌보는 일을 사목이라 하고, 본당신부를 사목자라 부른다. 사목에 있어서는 예언직이나 사제직 수행에서보다 개인의 인간적인 요소가 작용될 여지가 크기 때문에 사목자에게는 교회공동체를 위한 투철한 봉사정신이 필요하다.
사목자는 ‘주님의 양떼’를 돌보는 사람이다. 양떼의 주인은 자신이 아니라 주님이시다. 예수님께서 하신 것처럼 돌보아야 한다. 사목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예수님처럼”이다. 예수 성심 대축일을 사제 성화의 날로 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 하창호 신부는 1992년 사제수품, 큰고개성당 보좌, 오스트리아 인스브룩 유학, 4대리구 주교대리 보좌, 구룡포성당 주임을 거쳐 현재 제5대리구 사목국장으로 사목하고 있습니다.
[월간빛, 2011년 1월호, 하창호 가브리엘 신부(제5대리구 사목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