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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례성사] 추락하는 유아영세율, 대안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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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호식 [ jpatrick ] 작성일2010-12-08

[심층분석] 추락하는 유아영세율, 대안을 찾아라 (상)


자녀 영세는 신자 부모의 의무

 

 

유아영세율 감소 현실과 원인

 

2000년 9128명, 2008년 5759명, 2009년 2191명.

 

한국교회 1살 미만 유아영세자 숫자다. 지난해 1살 미만 유아영세자 수는 2008년에 비해 62%가 줄었다. 9년 전과 비교하면 1/4 수준이다.

 

최근 유아영세자 수 감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신생아 출생률, 부모 교리교육 부재, 교회 내 영성 빈곤 등 다양한 사회ㆍ교회적 문제가 감소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떠오르지 않는다.

 

유아영세자 수 감소 원인과 사목적 대처방안을 두 차례에 걸쳐 싣는다. 먼저 유아영세자 수 감소 원인을 짚어봤다.

 

안 치프리아노(35)씨는 첫 돌이 지난 딸을 아직 유아세례시키지 않았다. 딸이 성인이 됐을 때 스스로 종교를 선택하길 원한다고 했다.

 

"유아영세는 당사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뤄질 수밖에 없어요. 딸이 판단력이 생겼을 때 종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싶은 거죠. 물론 저는 딸에게 신앙인의 모범을 보이고, 천주교의 좋은 점을 이야기해 줄 거예요. 어떻게 보면 딸에게 선교를 한다고 말할 수 있죠. 천주교 신자인 아버지를 존경하게 되면 훗날 딸도 자연스럽게 천주교를 선택할 거라 믿어요."

 

안씨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부모들이 늘고 있는 현실은 수치로 금방 확인된다. 지난 10년 동안 유아영세자(출생~6살 이하) 수는 34% 감소했다. 2009년 한국의 신생아 수는 10년 전에 비해 38% 줄었다.

 

두 수치가 엇비슷해 점점 낮아지는 출생률이 유아영세자 수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간에 천주교 신자 수가 30%나 증가했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된다. 다시 말해, 유아영세자 감소 원인을 전부 출생률 저하 탓으로 떠넘기는 것은 맞지 않다. 현재 유아영세 대상자 10명 가운데 4명 정도만 세례를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아래 상자기사 참조>

 

 

유아 10명 중 4명 세례받아

 

유아영세자가 감소하는 주요 원인은 부모의 무관심이다. 유아영세는 전적으로 부모 의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남매를 키우고 있는 이 아녜스(33)씨는 두 아이 모두 유아세례를 시키지 않았다. 7살인 큰딸은 어느새 유아세례를 받을 수 있는 나이(6)가 넘었다.

 

"저는 솔직히 유아세례에 대한 교리지식이 없어요. 반드시 해야 할 이유를 알지 못하다보니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게 된 거죠. 또 아이에게 직접 세례명을 선택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어차피 이름은 선택할 수 없으니 세례명이라도 직접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죠. 아이가 커서 닮고 싶은 성인 이름을 세례명으로 정하면 더 좋지 않을까요?"

 

3살 된 아들이 있는 노 스테파노(36)씨는 20년 넘게 냉담 중이다. 유아세례를 받은 노씨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부모님 때문에 어렸을 때 신앙생활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당했다고 털어놨다.

 

"무슨 일이든 하라고 강요하면 더 하기 싫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저에게는 신앙생활이 바로 그거였어요. 강요에 의해 신앙생활을 하다가 머리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냉담을 하게 됐죠. 유아영세는 부모 욕심으로 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부모님이 저에게 했던 것처럼 자녀에게 신앙을 강요하고 싶지 않아요."

 

노씨는 "내가 냉담 중인데, 무슨 수로 아이를 성당에 데려가 세례를 시키겠느냐"면서 "훗날 자녀에게 신앙에 대한 선택권을 주겠지만 자녀가 천주교가 아닌 다른 종교를 믿겠다고 하면 선뜻 허락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부모들이 유아영세를 등한시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이유는 "자녀에게 종교 선택권을 주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 말은 언뜻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동시에 부모들이 교리지식이 부족한 것을 간접적으로 시인하는 말이기도 하다.

 

 

하느님과 자녀 잇는 '다리'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지난해 주님세례축일에 바티칸 시스틴성당에서 유아세례를 베푼 뒤 "유아세례는 강요가 아닌, 자녀를 안정되고 개방된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하는 축복"이라며 "유아세례는 하느님과 인간을 이어주는 '다리'이기에 아이들을 은총의 길로 이끈다"고 말했다. 또 "세례성사에는 부모, 대부모들이 자녀를 복음에 따라 키워야 하는 책임감이 함축돼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회법에 따르면 부모는 아기가 태어난 후 몇 주 내에 세례를 받도록 힘써야 할 의무가 있다. 또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는 유아세례는 (아기가 태어난 후) 100일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고 기한을 명시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유아세례를 시키지 않는 부모 대부분이 냉담 중이라는 사실이다. 유아세례를 흔히 '신앙유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신앙생활을 오랫동안 쉬고 있는 신자는 자녀에게 물려줄 신앙유산이 많지 않다.

 

2009년 한국교회 냉담교우 비율은 27.6%. 그러나 유아세례를 받지 않은 아이 비율은 냉담교우 비율보다 훨씬 높은 60% 정도다. 따라서 수계생활을 잘하는 부모들 중에도 자녀에 대한 유아영세 의무를 소홀히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성당에서 긴 시간 동안 멀어져있던 냉담교우는 본당 신부와 상담을 하고, 대부모를 정하고, 성당을 가야만 할 수 있는 유아영세에 무척 소극적이다. 냉담교우가 늘어날수록 유아영세자 수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유아영세 등한시?

 

한국교회는 유아세례 대상자 수를 따로 집계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상자 수를 집계한 수원교구 교세통계를 바탕으로 그 수를 가늠해볼 수 있다. 2009년 현재 수원교구의 한 해 유아세례 대상자는 전체 신자 74만 4000여 명의 1.3%인 9732명. 이 가운데 50%가 조금 넘는 5185명이 세례를 받았다.

 

이 비율을 한국교회 전체 신자 수(512만 명)에 대비하면 유아세례를 받아야 하는 신생아는 6만 7000명이다. 하지만 교세통계 결과 40%가 채 안되는 2만 5698명이 세례를 받았다. 이렇게 볼 때 수원교구는 타교구보다 유아세례율이 높은 편이다.

 

[평화신문, 2010년 11월 28일, 임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