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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견진성사] 그리스도인의 성인식 - 견진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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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호식 [ jpatrick ] 작성일2010-10-06

[알기 쉬운 교리상식] 그리스도인의 성인식 - 견진성사

 

 

각 나라들의 성인의식을 보면 다양하기도 하고 흥미롭다. 번지점프가 남태평양 바누아츠 공화국 남자들의 성인식에서 유래한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마사이족은 사바나초원에서 사자와 싸워 이김으로써 성인남자로 인정을 받고, 인디언의 어느 부족은 곰과 싸워서 그 곰의 발톱을 뽑아오면 성인으로 인정받는다 한다. 영국의 성인의식은 신사적이다. 열쇠그림이 있는 카드를 주면서 축하를 해 주는데 귀가제한시간이 풀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스스로 책임지는 사람이 되었음을 인정해 주는 것이라 보면 되겠다.

 

견진성사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성인식이라 할 수 있겠다. 견진(堅振)이라는 말마디가 의미하듯이 견진성사는 세례성사를 통해서 받은 은총을 굳건하게(堅) 해 주고 키워준다(振). 견진성사는 신자들로 하여금 하느님의 자녀로서 더욱더 뿌리를 내리게 하고, 그리스도와 굳게 결합하게 하며, 성령의 선물을 증대시키고, 교회와의 유대를 더욱 튼튼하게 하고, 교회의 사명에 더욱 깊이 참여케 하며, 말과 실천으로 그리스도교 신앙을 증거하도록 도와준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303, 1316항 참조) 엄밀히 말하자면 성인으로서의 인정을 받는 성사라기보다는 안수와 도유를 통하여 신앙이 더욱 성숙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 성사라고 할 수 있다.

 

견진성사는 세례 받은 신자가 주교로부터 안수와 축성성유의 도유를 통해서 성령의 은혜를 받는 성사이다. 교회전통은 견진성사를 통하여 성령의 일곱 가지 은혜(성령칠은)가 주어진다고 가르치고 있다. 슬기와 의견과 통달과 굳셈, 지식과 공경, 그리고 두려움(하느님께 대한 경외심)이다. 이 모든 은혜는 내적으로 나의 신앙을 강화하고, 외적으로 신앙을 용감하게 고백하고 증거할 수 있는 은혜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오순절 사건에서 알 수 있다. 겁쟁이이던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잡히시자 뿔뿔이 흩어졌고, 그토록 큰소리치던 베드로도 세 번씩이나 예수님을 모른다고 하였다. 예수님의 부활 이후에도 제자들은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문을 닫아걸고 지내고 있었다.(요한 20, 19 참조) 그런데 오순절의 성령 강림 후 이들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숨고 도망만 다니던 제자들이 주님의 복음선포자로 탈바꿈된다. 이것은 그 누구도 설명할 수 없는 신비이다. 그러므로 견진성사는 개인적인 성령 강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견진성사를 통하여 그리스도인은 교회에 더욱 일치하게 된다. 견진성사의 통상적인 집전자가 주교인 이유이기도 하다. 신앙인들의 공동체가 교회인 것은 맞지만, 예수님께서는 사도들에게 교회를 맡기셨고, 주교들은 사도들의 후계자들이므로 교회의 책임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교(혹은 위임 받은 주교대리)로부터 견진을 받음으로써 교회에 더욱 일치하게 되는 것이다.

 

성령의 은혜를 제대로 받았는지는 그 열매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사도 바오로는 갈라디아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성령의 열매를 나열하고 있다. “성령께서 맺어주시는 열매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친절, 선행, 진실, 온유, 그리고 절제입니다.”(갈라 5,22) 내 안에서 성령의 은혜가 제대로 영글고 있는지 점검해 보자. 엉뚱한 열매가 달려 있다면 더 자라기 전에 솎아내 버려야 할 것이다.

 

[월간빛, 2010년 8월호, 하창호 가브리엘 신부(5대리구 사목국장 겸 해평성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