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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병자성사] 병자성사를 받으면 병이 저절로 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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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호식 [ jpatrick ] 작성일2010-08-13

병자성사를 받으면 병이 저절로 나을까요?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로서 가톨릭 신자입니다. 가끔 중병 환자들 중 신자가 있으면 신부님을 모셔 와서 병자성사를 받게 합니다. 그런데 어떤 분은 병자성사만 받으면 병이 나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계신 것까지는 좋은데, 그게 도가 지나쳐 약도 먹지 않고 치료도 거부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또 어떤 분은 신자가 죽기 전에 병자성사를 한번 거쳐야 하는 과정인 양 여기면서 그 효과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합니다. 병자성사를 받는 환자들이 중병을 앓고 있는 분들이라서 병자성사 후 대부분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에, 어떤 이는 아예 병자성사가 아무런 효과도 주지 못하는 하나의 예식에 불과한 것이라 하여 거부하기까지 합니다. 병자성사의 참뜻과 그 효과는 무엇인지요.

 

주님께서는 당신의 자비로우신 사랑과 기름바르는 이 거룩한 예식으로 성신의 은총을 베푸시어 이 병자를 도와 주소서. 또한 이 병자를 죄에서 해방시키시고 구원해 주시며, 자비로이 그 병고도 가볍게 해 주소서. (환자에게 성유를 바르며 하는 기도문)

 

 

병자성사는 병을 고쳐 주는 마술?

 

이미 밝힌 바 있지만, 성사는 마술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서 성사를 받았다 해서 저절로 성사의 은총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병자성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교회는 환자가 병자성사를 받으면 저절로 건강이 회복된다고 가르친 적이 없습니다.

 

역사를 살펴볼 때 또는 현재 우리 신자들의 성사에 대한 태도를 살펴볼 때, 병자성사가 신자들에게나 비신자들에게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켜 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아직도 많은 신자들이, 병자성사를 받는다는 것은 그가 이제 살아날 가망이 없다는 것으로 알아듣는 경우도 많고, 이때문에 마지막 성사라는 의미로 병자성사를 종부성사로 부르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 성사만 받으면 무조건 육체적 병이 나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가 정작 병이 낫지 않으면 하느님을 원망하거나 자신의 신앙을 의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병자성사는 의학이 아니다

 

병자성사의 대상은 임종을 앞둔 사람만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중병을 앓고 있는 사람임은 이미 밝혔습니다. 이 말은, 환자가 병자성사를 받음으로써 질병으로부터 쾌유될 수도 있음을 뜻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병자성사가 의학적 치료를 대신한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일부 개신교 기도원에서 현대 의학 대신 성령으로 난치병을 치료한다고 하다가 사람을 죽이거나 고질병으로 몰고가는 경우가 있어 물의를 일으키기도 하였는데, 우리 가톨릭 교회는 병자성사로써 육체적 질병을 무조건적으로 치료한다고는 주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의학 역시 하느님의 선물이므로 의학의 고유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한 인간의 질병을 치료함에 있어 현대 의학과 협력합니다. 따라서 치료는 의술에 맡기되, 교회는 나름대로 환자의 건강 회복에 도움을 베풉니다.

 

 

병자성사의 효과는 영적인 것에만 있다?

 

어떤 이는 말하기를, 병자성사는 영적인 효과, 즉 소죄(小罪)의 용서와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김으로써 오는 심리적 효과만을 가져올 뿐이며, 육체적 건강의 회복은 심리적 안정으로 인해서 가끔 올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 말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이 영혼과 육신으로 되어 있고, 이 둘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병자성사의 효과를 영적인 것에만 두는 것은 무리가 따릅니다. 일반적으로 보아서도 정신력으로 육신의 병을 이겨낼 수도 있고, 몸이 아플 때 정신도 흐려지게 됨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병자성사는 바로 이 영혼과 육신으로 되어 있는 인간 전체의 건강, 즉 육신의 건강과 죄로부터의 해방을 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병자성사로 영적인 힘을 얻은 환자가 의술의 도움으로 더 빨리 더 효과적으로 치유를 얻게 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병자성사로 파스카 신비에 참여함

 

하지만 병자성사의 효과가 이렇게 현세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우리는 병자성사로써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수난과 죽음과 부활)에 동참하며, 그리스도와 더불어 새로이 태어날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됩니다. 따라서 질병으로 인한 고통은 더 이상 무의미한 고통이 아니라 우리를 그리스도의 수난에로 이끌고, 나아가서 하느님께 대한 최종 희망을 갖게 합니다.

 

종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병원이 아닌데도 환자들을 돌볼 목적으로 일할 자원자들을 요청하는 경우를 가끔 보게 됩니다. 이는 환자들이 종교적 신념과 위로에 의해 삶에 대한 의욕을 가지게 될 때 질병의 치료도 훨씬 효과적으로 이루어짐을 인정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신앙에 의한 심리적 안정감이 이 정도의 효과를 준다면, 자신의 질병과 고통을 그리스도의 수난과 결부시켜 그것을 믿음 안에서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면 의학적 효과는 얼마나 크겠습니까? 또 우리의 선익을 위해 주시는 하느님의 은총은 얼마나 크겠습니까? 인간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병자성사 병이란 결국 우리로 하여금 인간답게 제대로 살 수 없게 만드는 것입니다. 질병이 우리 육신을 손상시켜서 인간다운 삶을 제약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죄 또한 우리 인간을 하느님과 멀어지게 만들어 인간의 최종 목표인 하느님과의 일치를 무산시킵니다. 병자성사는 바로 이 두 가지 병을 치료하고자 하는 것이니, 환자에게 기름을 바르면서 외우는 기도문을 볼 때, 병자성사는 육신의 병뿐만 아니라 영혼의 병에도 그 효과를 미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마술도 의학 자체도 아닌 병자성사, 우리 신자들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에로 이끄는 병자성사, 하느님의 다정한 손길을 체험하는 공간인 이 병자성사를 우리는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요.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홈페이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