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사는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신 볼 수 있는 표지로서
은총을 표시하고, 표시하는 은총을 실제로 주는 것"
- 트리엔트 공의회 정의 -
성사란 인간이 하느님을 만날 수 있고 하느님의 은총을 실감할 수 있는 방법과 표지입니다.
가톨릭 신자들은 신앙의 내용을 믿을 뿐 아니라, 그 것을 전례안에서 상징과 예식으로 표현하는 성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성사생활을 통해 신자들은 초자연적인 신앙의 내용을 눈으로 볼 수 있고 체험될 수 있는 감각적 사물들을 통해 이해하고 알아 듣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성사를 통하여 우리 각자에게 필요한 은총을 베푸시고, 교회는 그리스도와 함께 성사를 집행함으로써 하느님께 공적 예배를 드립니다.
성사는 라틴어로 사크라멘툼(Sacramentum: 秘訣, 거룩한것, 신비스러운 것)이라 하며
그리스어로는 미스테리온(Mysterion: 神秘, 비밀)이라고 합니다.
하느님은 우리 인생사의 중대한 순간,
즉 출생, 성장, 굶주림, 병고, 혼인, 소명, 죽음 등
개개인의 삶의 여정에 함께 하시면서 그에 필요한 은혜를 베풀어 주시며
당신의 특별한 은총으로 현존 하십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의 자연적 생명의 과정과 비슷하게 성사를 세우셨습니다.
사람이 부모를 통해서 태어나듯이 우리는 교회의 세례성사를 통해서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아들 딸로 새롭게 태어 납니다.
이렇게 태어난 아이가 어느정도 자라면 성인(成人)으로 인정 되듯이,
견진성사를 받음으로써 영신적으로 어른이 되어 이웃에게 자신의 신앙을 증거하게 됩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자라기 위해서는 음식과 음료를 먹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영신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영혼의 양식이 필요한데, 이를 제공해 주는 것이 바로 성체성사입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여러가지 위험스러운 요소들과 죄와 악의 세력이 숨어 있고, 이것들은 우리를 내적, 외적으로 병들게 합니다.
우리가 병이 들면 약국이나 병원을 찾아가 도움을 받듯이 죄를 지어 영신적으로 병들면 고해성사를 통해 용서의 은총을 받고 다시 건강하게 됩니다.
육신이 병고에 시달리고 지치게 되면 힘과 용기를 얻기 위해서 병자성사를 받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성인이 되면 부모와 가정을 떠나서 나름대로 독립된 생활을 하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사제성소를 받아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게 되는데 성품성사는 이에 상응하는 은총을 전달해 줍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배우자를 찾아 가정을 이루어 사는 결혼의 소명을 받는데,
혼인성사는 부부의 사랑을 통해서 그리스도께서 당신 교회에 베푸신 사랑을 증거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시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은총이 아무리 강력하고 그르침이 없다고 해도 인간이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면, 은총이 그 효력을 낼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따사로운 봄 햇볕이라 해도 죽은 고목에는 효력이 미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살아 있는 나무만이 햇볕을 받아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 수 있듯이, 하느님을 향해 마음을 여는 사람만이 그 분 은총의 빛으로 변화되고 치유되며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비가 내리면 어떤 그릇을 놓느냐에 따라서 많이 받기도 하고 적게 받기도 합니다.
성사를 통하여 전해지는 하느님의 은총은 무한 하지만, 인간의 준비 여하에 따라 은총을 많이 받고 적게 받음이 판가름 난다고 하겠습니다.
성사를 받으면서 하느님 은총에 대한 굳은 믿음 안에서 그 은총이 "삼십 배,육십 배, 백 배" (마르 4,8)의 수확을 거둘 수 있도록 내면의 땅을 잘 고르고 정리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스도교의 입문 성사들"으로는 세례성사, 견진성사, 성체성사가 있으며
"치유의 성사들"로 고해성사, 병자성사가 있습니다.
또한, "일치를 위한 봉사의 성사들"로 성품성사, 혼인성사가 있습니다.
일생동안 한번만 받을 수 있는 성사가 있고, 여러 번 받을 수 있는 성사가 있습니다.
한번만 받을 수 있는 성사:
세례성사, 견진성사, 성품성사
여러 번 받을 수 있는 성사:
고백성사, 성체성사, 병자성사 ,혼인성사(사별후 재혼)
지금으로부터 약 50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성사의 가지수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는데 마르틴 루터에 의한 종교개혁(종교분쟁) 이후에 가톨릭 교회는 교리를 올바로 정립할 필요성을 느꼈고,
이 때 성사에 대한 각종 정의가 내려졌습니다.
특별히 성사의 수를 일곱가지로 정한 것은 전통적으로 일곱을 거룩한 숫자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성서에 의하면 하느님께서 세상을 육일 동안 창조하시고 칠일째 쉬셨다고 기록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복음서의 숫자인 4 라는 숫자와 삼위일체를 뜻하는 완전한 숫자로 여겼던 3을 더한 수가 7이었기 때문에 몇겹으로 완전하고 거룩한 숫자로 여겼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보이지 않는 은총을 인간이 감지할 수 있도록 인간이 갖고 있는 물성(物性), 영성(靈性)적인 면을 고려하여 전해 줍니다.
그래서 성사는 하느님의 초자연적인 은총을 인간이 보고(視), 듣고(聽), 느끼고(感), 깨닫고(覺), 체험(驗)할 수 있도록 사용되는 가시적(可視的)이고 물질적이며 상징적인 것으로 나타내 주는 매개체이며 도구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 상징적인 것은 우리 인간이 생활의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거나 어떤 의미를 내포하는 것입니다.
성사에 사용되는 상징은 하느님의 구원을 나타내 주는 표지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가톨릭에서는 실제로 하느님의 은총이 전달되는 효과를 갖는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느님의 은총을 나타내 주는데 사용되는 상징으로는 물, 기름, 안수, 등이 있으며 그것들은 성사예식 안에서 하느님의 신비로운 은총을 전해주고 인간은 그 구원적 의미를 체험하게 됩니다.
성사란 하느님의 보이지 않는 은총을 보이는 사물로 나타내 주는 표지의 역할을 합니다.
그러므로 이 성사에는 상징이나 표지로 사용될 질료(Materia)가 있고, 또한 그 질료를 거룩한 사물로 변화시키고 성사 자체를 이루어 주는 말씀이 있는 데 이 말씀을 형상(Forma)이라고 합니다.
질료와 형상이라는 개념은 오래 전부터 교회가 관습적으로 성사를 설명 하는데 사용해 왔던 용어입니다.
성사의 사효적 효과(事效的 效果, Effectum ex opere operato)란, 성사 자체가 갖고 있는 효력이 성사 거행을 통해 전달된다는 것입니다.
즉, 교회의 성사거행은 그리스도께서 구원의 방법으로 제정하신 것이기에 예수 그리스도의 행위가 되며, 거행자가 예수 그리스도의 뜻에 따라 행할 때 성사의 은총이 전달됩니다.
이 것을 성사의 사효성이라 합니다.
성사의 은혜를 합당하게 받기 위해서는 인간 측에서의 열성적인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성사의 인효성(人效性, Opus operantis)이라 합니다. 그리스도의 구속 행위에 대한 인간측에서의 응답이 필요한 것입니다.
하느님의 은총은 성사 안에서 그리스도의 행위로 인해 전달되지만 인간은 성사 안에서 인간을 만나러 오시는 하느님과의 상봉에 인격적인 파트너로서 적극적이며 능동적인 태도로 대면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성사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성사에 참여할 때 무관심적으로 받는 사람보다 더 큰 기쁨과 은총을 받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