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숨결] 로사리오의 남양성모성지

이야기 하나, 순교지 남양

150년 전, 1868년 여름. 박해가 심해지자 충청도의 사위집으로 피신해 있던 김 필립보와 박 마리아 부부에게 남양에서 파견된 포졸들이 들이닥친다. 부부는 기도를 하고 있다가 포졸들이 온 것을 알고는 기도를 다 마친 뒤에 스스로 나가 ‘내가 바로 그대들이 찾던 신자’임을 자백하였다. 포졸들이 김 필립보를 남양으로 압송하려 할 때 그의 아내 박 마리아가 따라나섰다. ‘남편을 따라가 함께 죽겠다’고. 이들 부부는 남양 옥에 한 달 정도 갇혀 있으면서 문초와 형벌을 받았지만, 신앙을 굽히지 않고 교회 일은 하나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57세 동갑으로 전해지는 이들 부부는 1868년 8월 3일, 남양에서 함께 순교하였다.

※ 하느님의 종 김 필립보와 박 마리아 부부는 현재 시복을 기다리고 있다. 이분들 이외에도 김홍서 토마스와 정 필립보가 남양에서 순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야기 둘, 로사리오의 성모성지로 선포

1991년 10월 13일자 가톨릭 신문은 다음과 같은 소식을 전했다.

「수원교구는 10월 7일 오전 10시 30분, 로사리오 성모님의 동산(남양성지)에서 수원교구 및 남양순교성지 봉헌식을 개최했다. 로사리오 대축일과 교구 설정 28주년 기념일을 맞아 열린 이날 봉헌식에는 교구민과 각 교구에서 2만여 명의 신자들이 참석, 성모신심을 고양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초창기 교회를 비롯 박해시대부터 성모께 대한 신심과 애정을 지녀온 한국 교회에 성모순례지를 조성하기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개최된…」 그날 봉헌식을 통해, 순교지 남양은 평화를 위해 끊임없이 묵주기도를 바치는 한국 천주교회 로사리오의 성모성지로 공식 선포되었다.

이야기 셋, 평화의 모후 왕관의 열두 개의 별

2017년 6월 7일 오전 9시 30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의 종탑 광장.

흰색 무개차를 타고 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체현시대 앞에 서서, 중앙에 성체를 품에 안고 계시는 모습의 성모님 성광을 잠시 바라본 다음 손을 들어 축복한다. 이어 “평화를 위해 기도합시다.”라고 하면서 함께 성모송을 바친 후, 일반 알현장으로 이동하여 그곳에 모인 군중들에게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오늘 평화의 모후 협회가 제작한 성체현시대를 축복하여 한국의 남양 로사리오 성모성지로 보냅니다. 기억해 주시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함께 기도해 주십시오.”

※ 평화의 모후 협회는 ‘머리에 열두 개 별로 된 관을 쓴 여인’이라는 성경구절에서 영감을 받아 전 세계 열두 곳 - 무력 충돌, 국가 간 종교간 이해가 결핍된 곳, 평화와 화해의 원천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 - 에 기도의 장소를 마련하고 교황의 축복을 받은 성체현시대를 설치함으로써 평화를 위한 성체조배가 끊이지 않도록 하는 기도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남양성모성지는 전 세계 열두 개의 별 가운데 여섯 번째 별이다. 파티마 성모 발현 100주년의 마지막 발현 기념일이었던 지난해 10월 13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축복을 받은 성체현시대가 남양으로 옮겨져 경당에 설치되었고, 현재 그 앞에서 평화를 위한 성체조배가 지속적으로 바쳐지고 있다.

로사리오의 남양성모성지 www.namyangmaria.org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 남양성지로 112 ☎ 031) 356-58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