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선조들의 발자취] 첫 성경 번역자이자 초대 총회장 최창현 요한(1759-1801)

한국 천주교회가 설립된 1784년부터 신유박해가 일어난 1801년 이전까지 교회를 이끈 인물은 평신도 지도자 최창현 요한이다. 1759년 한양 입정동(현 서울 중구 입정동)에 있는 중인 역관(譯官) 집안에서 태어나 1784년 이벽에게 천주교 교리를 배운 즉시 입교했다.

1791년 신해박해 이후 일부 양반 지도층 신자들은 교회를 멀리하였지만, 그는 꿋꿋하게 교회를 지키며 성직자 영입에 앞장섰는데, 1794년 말 주문모 신부가 입국한 뒤 정식으로 총회장에 임명되었다. 언제나 말씀과 함께 하는 삶 속에서 미사를 정성스럽게 준비하며 교리 연구와 복음 전파를 위해 노력하는 한결같은 신앙생활로 당대에 가장 존경받았다.

다블뤼 주교는 ‘조선 순교사 비망기’에서 그의 성품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하느님의 뜻에 지극히 순명하여 그에게는 겸손이 천성과 같았으므로, (중략) 또한 덕성으로나 평판으로나 그는 교우들 가운데 으뜸이어서 그를 사랑하지 않고 신임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또한 최창현은 디아즈(Diaz, 1574-1659) 신부가 저술한 한문으로 된 주일과 축일의 복음 성경인 ‘성경직해’(聖經直解)를 처음으로 한글로 번역하여 교회사적 측면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이를 통해 한문을 모르던 초기 신자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직접 접할 수 있었다.

1801년 신유박해 발발과 함께 최창현은 천주교의 우두머리로 지목되어 체포되었다. 의금부에서 처음 문초를 받을 때, 그는 한때 마음이 약해져 용감하게 신앙을 증언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재판이 진행되며 계속되는 형벌을 받으면서 그는 전날의 약했던 마음을 뉘우치며 용감하게 신앙을 증거하였다. “천주와 예수 그리스도를 위하여 전날에 천주를 배반하였던 것을 통절히 뉘우치면서 죽고자 할 따름입니다.” 끝으로 그는 자신이 ‘천주교의 우두머리’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사형선고를 받은 후, 서소문 밖에서 참수형으로 1801년 4월 8일 42세에 순교하였다.

그의 삶은 평신도 지도자의 모범으로 전해져 순교한 터에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서울시 중구 칠패로 5)와 ‘서소문 역사박물관’(2019년 6월 1일 개관)을 조성하여 기념하고 있다. 2014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124위 복자 시복식에 앞서 이곳을 먼저 참배하였다.

신앙 선조와 함께 하는 삶과 기도

주님, 회심의 은총으로 당신의 말씀 안에서 힘을 얻어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해주소서. 복자 최창현 요한이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말씀 묵상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 내 양들을 돌보아라’(요한 21,17)

참조

한국천주교회사 연구소 ‘한국천주교회사 1’, 시복시성위원회 ‘복자 124위의 약전’,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시복시성 주교 특별위원회 ‘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자료집’, 수원교회사연구소 교회사학 제10호 ‘최창현의 삶과 신앙’(방상근).

[2020년 6월 28일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의정부주보 3면, 순교자공경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