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 테레시아(Teresia, 또는 데레사)는 프랑스 북서부 바스노르망디(Basse-Normandie)의 알랑송(Alencon)에서 시계 제조업을 하던 성 루이 마르탱(Louis Martin, 7월 12일)과 성녀 마리아 젤리 게랭 마르탱(Maria-Zelie Guerin Martin, 7월 12일)의 아홉 자녀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그녀의 원래 이름은 마리 프랑수와즈 테레즈 마르탱(Marie Francoise-Therese Martin)으로, 보통은 ‘성녀 소화(小花) 데레사’,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아기 예수와 성면(聖面)의 성녀 데레사’로 많이 불린다. 그녀는 5살이 채 못 된 1877년 8월 28일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 함께 리지외로 옮겨 가서 살았다. 어머니를 잃은 충격으로 내성적인 아이가 된 그녀는 둘째 언니인 마리 폴린(Marie Pauline)의 돌봄을 받으며 성장했다. 하지만 10살 무렵 둘째 언니마저 첫째 언니가 있는 리지외의 맨발의 가르멜 수녀원에 입회하자 그 상실감으로 인해 알 수 없는 병으로 고생하게 되었다. 그녀는 몇 달 동안 심하게 앓았는데, 때로는 경련과 환각을 일으키기도 하고 의식을 잃게도 했다. 어려서부터 성모 마리아에 대한 신심이 특별했던 그녀는 1883년 5월 13일 성모님의 발현을 체험한 후로 그 이상한 병에서 기적적으로 치유되었다. 그녀는 집에 있는 ‘미소의 성모상’ 앞에서 기도하던 중 성모님께서 미소 지으며 자신에게 다가오시는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그녀는 이듬해 11살의 나이에 첫영성체를 하고 그 얼마 후에 견진성사를 받았다. 성녀 데레사는 1886년 성탄 전야 미사 직후, 훗날 “자서전”에서 ‘완전한 회개의 은혜’라고 부른 특별한 은총을 받았다. 그녀는 자신의 영혼 안에 애덕이 깃드는 것을 체험했고, 또한 이웃을 위해 자신을 온전히 잊어야 하는 이타적 사랑의 필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며칠 후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를 그린 상본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영혼 속에서 불타오르는 열망, 즉 다른 영혼들을 돕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십자가 아래 머무르며 다른 이들의 영혼에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구원의 성혈을 전해주겠다는 결심을 했다. 성탄절의 특별한 회심의 은총을 통해 그녀는 예수 그리스도와 사람들에 대한 사랑의 삶을 자신의 소명으로 깨달아 갔다. 하느님을 위해 기꺼이 고통을 참아 받고 죄인의 회개를 위해 헌신하고 싶은 열망을 지닌 성녀 데레사는 14살 때 리지외에 있는 맨발의 가르멜 수녀원에 입회를 신청했다. 리지외의 가르멜 수녀원에는 이미 그녀의 두 언니, 즉 첫째인 마리 루이즈(Marie Louise)와 둘째인 마리 폴린이 입회해서 살고 있었다. 그런데 수녀원에서는 그녀가 21살이 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통보하였다. 성녀 데레사와 그녀의 아버지는 교구의 주교에게 입회 허가를 청했지만 이루어질 수 없었다. 그녀는 아버지와 언니인 마리 셀린(Marie Celine)과 함께 로마를 순례하면서 교황 레오 13세(Leo XIII)를 알현할 기회가 생기자 교황의 품에 달려들어 수녀원 입회를 허락해 달라며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다. 이때 교황은 “하느님께서 원하시면 입회하겠지”라고 대답했는데, 결국 성녀 데레사는 15살 때인 1888년 4월 9일 리지외의 가르멜 수녀원에 입회하였다. 고향으로 돌아온 후 로마에서의 일을 전해 들은 리지외 교구의 주교가 그녀의 입회를 특별히 허락해 주었다고 한다. 그 후 1897년 24살의 젊은 나이로 선종할 때까지 9년 반 동안 그녀의 수도 생활은 지극히 평범하였다. 그녀는 1889년 1월 10일 ‘아기 예수와 성면(聖面)의 데레사’라는 수도명을 선택하며 착의식을 거행했고, 이듬해 9월 24일에 첫 서원을 했다. 성녀 데레사는 다른 수녀들과 마찬가지로 성격이 까다롭고 질투심 많은 곤자가의 마리(Marie de Gonzague) 원장 수녀로 인해 생긴 공동체의 내부 분열로 고통을 당하기도 했다. 그녀는 수도원 내부에서 벌어지는 여러 갈등을 멀리하고, 자신의 기도 생활에 열중하였다. 수도원 규칙을 충실히 따르고 자신에게 부여된 작은 직무들을 성실히 이행하는 평범한 수녀였다. 그녀가 이룬 하느님과의 친밀감과 충실성은 그녀의 자서전이 출판되기 전에는 그 어느 수녀의 눈에도 띄지 않았다. 1893년 2월 20일 그녀는 수련장 보조자 발령을 받아 4년 동안 소임을 수행하였다. 이 시기에 그녀는 ‘작은 길’이라는 자신의 고유한 영성을 갖고 살았다. 그녀의 ‘작은 길’에는 새롭거나 특별한 것은 없다. 오히려 가장 기본적인 그리스도인의 삶의 이상으로,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모든 그리스도인이 따라 걸어야 하는 길일 뿐이었다. 그것은 어떤 삶의 방법이 아니라 영혼이 하느님 앞에 서서 지니는 가장 순수한 태도를 의미하였다. 1894년 7월 29일 아버지가 선종한 후 아버지를 돌보던 마리 셀린 언니까지 가르멜 수녀원에 입회해 네 자매가 함께 수도 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1886년 클라라 관상 수도회에 입회한 셋째 언니 마리 레오니(Marie Leonie)를 포함해 9남매 중 어릴 때 죽은 네 명을 뺀 다섯 자매가 모두 수녀가 되었다. 성녀 데레사는 1894년 10월 말 원장이 된 둘째 언니 폴린(수도명 예수의 아녜스)의 명으로 “자서전”을 쓰게 되었다. 그러면서 하느님께 받은 은총을 더욱 깊이 깨닫게 되었다. 1896년 4월 처음으로 결핵 증세가 나타나면서 각혈을 시작하면서 건강이 점점 나빠졌다. 하지만 그해 7월 병실로 옮겨 생활할 때까지 그녀는 수녀원의 기본 의무들을 충실히 지켰다. 병실로 숙소를 옮기고 마지막까지 고통을 겪으면서도 그녀는 “자서전”을 마무리해 나갔다. 이를 통해 자신이 경험한 ‘작은 길’을 모든 이들에게 알려야 할 사명을 수행하고자 했다. 1897년 8월 9일 마지막 성체를 모신 성녀 데레사는 9월 30일 저녁, “나의 하느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저의 소명, 마침내 저는 그것을 찾았습니다. 제 소명은 바로 사랑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교회의 품 안에서 제 자리를 찾았습니다. 저의 어머니이신 교회의 심장 안에서 저는 ‘사랑’이 될 것입니다.”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성녀 데레사가 선종하고 1년이 지나자 가르멜 수녀회는 통상적인 관습대로 그녀의 “자서전”을 비공식 출판해 여러 가르멜 수녀원으로 보냈다. 그런데 그녀의 “자서전”을 읽고 감동한 수녀와 신자들의 요구로 공식적으로 출판하게 되었다. 해가 갈수록 그녀의 글은 큰 관심을 받아 불과 10여 년 만에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되었고, 여러 나라에서 수백만 권이 넘게 보급되었다. 세계 여러 곳에서 일어난 성녀 데레사에 대한 반응은 가히 놀라운 것이었다. 교황 비오 11세(Pius XI)는 이 반응을 ‘폭풍과 같은 열광’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시복과 시성을 위해서는 적어도 사후 50년을 기다려야 하는 교회 관례를 무릅쓰고, 교황 비오 11세는 성녀 데레사가 선종한 지 26년만인 1923년 4월 29일 시복식을 거행하고, 곧이어 1925년 5월 17일 시성식을 갖고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로 선포하였다. 성녀 데레사는 아버지와 함께 로마를 순례했을 때 외에는 고향인 알랑송과 리지외를 한 번도 떠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일평생 다른 영혼의 회개와 구원을 위해 보속의 삶을 살았기에, 교황 비오 11세는 1927년 12월 14일 그녀를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Franciscus Xavier, 12월 3일)와 더불어 ‘선교 사업의 수호자’로 선포하였고, 교황 비오 12세는 1944년 5월 3일에 성녀 잔 다르크(Joanna Arcensis, 5월 30일)에 이어 프랑스 제2의 수호자로 선포하였다. 그리고 교황 성 요한 바오로 2세(Joannes Paulus II, 10월 22일)는 성녀 데레사의 선종 100주년이 되는 1997년 6월 10일 그녀를 보편교회의 교회 학자로 선포하였다. 그녀가 남긴 저서로는 “성녀 소화 데레사 자서전”, “성녀 소화 데레사의 마지막 남긴 말씀”이 있다. 2001년 개정 발행되어 2004년 일부 수정 및 추가한 “로마 순교록”은 10월 1일 목록에서 동정녀이자 교회 박사인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가 10대의 나이에 리지외의 가르멜회에 입회하여 단순한 삶을 통해 완덕의 길에 이르는 길을 가르쳐주고 9월 30일에 25살의 젊은 나이로 선종했다고 기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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