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 이야기에 따르면 성 페레그리누스(Peregrinus, 또는 페레그리노)는 로마(Roma) 출신으로 교황 성 식스토 2세(Sixtus II, 257~258년 재위, 8월 7일)에 의하여 주교로 축성되었고, 오늘날의 프랑스인 갈리아 지방 선교를 위해 파견되었다. 그는 마르세유(Marseilles)에 도착한 후 그곳에서부터 설교를 시작해 리옹(Lyon)까지 가면서 많은 개종자를 얻었다. 그는 부르고뉴(Bourgogne) 지방 욘주(Yonne州)에 있는 오세르의 초대 주교로 임명되었고, 그곳에 최초의 대성당을 짓고 인근 지역 주민 대부분을 그리스도교로 개종시켰다고 한다. 그런데 오세르 남서쪽에 있는 인타라눔(Intaranum, 오늘날의 앙트레쉬르누앙[Entrains-sur-Nohain])은 로마 총독의 관저가 있고, 로마의 신들을 모시는 신전을 비롯해 수많은 우상 숭배의 중심지였다. 어느 날 그 도시에 유피테르(Jupiter) 신에게 바치는 신전 봉헌식이 거행될 때 성 페레그리노가 용감하게 그곳으로 가서 군중 앞에서 우상 숭배를 거부하라고 호소하였다. 그로 인해 체포되어 잔혹한 고문을 당한 후 총독의 명령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참수형으로 순교하였다. 그의 순교에 대해서는 “예로니모 순교록”(Martyrologium Hieronymianum)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그에 따르면 그는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284~305년 재위) 때인 304년경 오세르 근처 부이(Bouhy)에서 순교했다고 한다. 옛 “로마 순교록”은 5월 16일 목록에서 오세르의 초대 주교인 성 페레그리노가 교황 식스토에 의해 다른 성직자들과 함께 갈리아로 파견되어 복음 전파의 사명을 완수한 후 사형선고를 받아 영원한 왕관을 받았다고 전해주었다. 순교 시기에 대한 정확한 언급은 없었다. 그런데 다른 자료에 따르면 그를 파견한 교황은 성 식스토 2세가 아니라 성 식스토 3세(Sixtus III, 432~440년 재위, 8월 19일)라고 한다. 갈리아 지방에서 박해받는 그리스도인들을 돕기 위해 몇몇 동료와 함께 파견된 성 페레그리노 주교는 오세르 지역의 이교도들을 개종시켰고, 인타라눔에서 이교도의 우상 숭배에 도전하여 순교했다고 한다. 후대에 교황 레오 3세(Leo III, 795~816년 재위)가 그의 유해를 로마로 이장해 성 펠레그리노 성당(오늘날 바티카노[Vaticano]의 성 펠레그리노[San Pellegrino] 성당)을 건설하면서 그에 대한 공경이 널리 퍼졌다. 교회 미술에서 그는 뱀을 데리고 다니는 순례자로 묘사되기도 하는데, 이는 신앙의 순례자이자 뱀으로 상징된 이단에 맞서 투쟁한 그의 역할을 강조한 표현이다. 2001년 개정 발행되어 2004년 일부 수정 및 추가한 “로마 순교록”은 5월 16일 목록에서 프랑스 오세르 지방 부이라는 마을에서 그 도시의 첫 번째 주교로 공경받는 성 페레그리노의 순교가 있었다고 기록하며, 순교 시기를 4/5세기로 표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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