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12지파 중 베냐민 지파에 속한 유다인이자 로마 시민권을 가졌던 사도 성 파울루스(Paulus, 또는 바오로)는 당대의 유명한 유다인 랍비인 성 가말리엘(Gamaliel, 8월 3일)의 문하생으로 예루살렘(Jerusalem)에서 공부하였다(사도 22,3). 그는 회심하기 전까지 사울(Saul)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천막 만드는 일을 생업으로 삼던 그는 엄격한 바리사이로 그리스도교에 대한 열렬한 박해자였다. 그는 첫 순교자인 성 스테파노(Stephanus, 12월 26일) 부제의 순교 현장에도 있었다(사도 7,58). 또 다른 그리스도인들을 체포하기 위하여 다마스쿠스(Damascus)로 가던 중 그는 “사울아, 사울아, 왜 나를 박해하느냐?”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다.” 하시는 그리스도의 환시를 체험하였다(34~36년 사이). 이 환시는 그의 극적인 개종을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위대한 이방인의 사도로 다시 태어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사도 9,1-22). 그 후 그는 3년 동안 아라비아에서 지낸 후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다마스쿠스로 돌아왔다. 그는 즉각 유다인들의 맹렬한 반발에 직면했고 그에 대한 위협은 죽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아레타(Aretas) 왕의 총독이 성 바오로를 잡으려고 성문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제자들의 도움을 받아 밤을 이용해 비밀리에 성벽에 난 구멍을 통해 도시를 빠져나갔고, 39년경에 예루살렘에 가서 사도들을 만났으나 모두 그를 두려워하였다. 박해자였던 그가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 그는 사도 성 바르나바(Barnabas, 6월 11일)의 도움으로 예루살렘의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받아들여졌다(사도 9,23-27). 그러나 유다인들이 계속해서 그를 없애려고 하자 고향인 타르수스(Tarsus)로 가서 몇 년을 지내다가(사도 9,29-31) 43년경 그를 찾아온 성 바르나바를 따라 안티오키아(Antiochia)로 갔다. 그곳에서 그는 교사가 되어 많은 사람을 가르쳤다(사도 11,25-26). 이것이 성 바오로가 이방인을 상대로 하는 본격적인 선교의 시작이었다. 45년경부터 성 바오로는 세 차례의 선교 여행을 하게 되었다. 45년부터 49년까지 그는 안티오키아 교회의 파견을 받고 성 바르나바와 함께 키프로스(Cyprus), 페르게(Perge), 피시디아의 안티오키아(Antiochia in Pisidia), 리카오니아(Lycaonia) 지방의 이코니온(Iconion)과 리스트라(Lystra)에 가서 복음을 전했고, 이 여행에서 이름을 바오로로 개명했다(사도 13,9). 첫 선교 여행을 마치고 49년경에 예루살렘에 온 그는 사도 성 베드로(Petrus, 6월 29일)와 성 야고보(Jacobus, 5월 3일) 및 다른 사도들을 설득하여 이방인 출신 그리스도인들은 유다인처럼 할례를 받을 필요가 없음을 확신시키는 데 성공하였다(사도 15,1-21). 그럼으로써 그리스도교의 보편성 확립에 이바지한 한편, 그의 이방인 선교를 예루살렘 교회가 인정하도록 하는 등 교회의 체제 면에서도 한층 더 진보된 단계를 맞이하였다. 안티오키아로 돌아온 직후 성 바오로와 성 바르나바는 제2차 선교 여행을 계획했다(49~52년). 제1차 선교 여행 중에 세운 교회 공동체를 재차 방문하고자 했는데, 성 요한 마르코(Joannes Marcus, 9월 27일)를 동반하려는 성 바르나바와 의견 차이가 생겨 서로 갈라지고 말았다. 그래서 성 바르나바는 성 요한 마르코를 데리고 키프로스로 떠났고, 성 바오로는 성 실라스(Silas, 7월 13일)와 함께 시리아와 킬리키아(Cilicia, 오늘날 튀르키예 남동부의 지중해 연안 지방)의 여러 곳을 두루 다녔다(사도 15장). 성 바오로는 트로아스(Troas)에서 마케도니아에 관한 환시(사도 16,6-10)를 보고 마케도니아를 가로질러 가서 최초로 유럽에 복음을 선포하였다. 그는 필리피(Philippi), 테살로니카(Thessalonica), 베레아(Berea)에 교회를 세웠으나 아테네(Athenae)에서는 ‘알지 못하는 신’을 비판하는 ‘아레오파고스’에서의 설교로 다소 효과를 내었을 뿐 신통한 열매를 맺지는 못했다(사도 16,11-17,34). 그 뒤로 그는 아테네를 떠나 코린토(Corinthos)로 가서 생업이 같은 유다인 성 아퀼라(Aquila)와 성녀 프리스킬라(Priscilla, 이상 7월 8일) 부부를 만나 함께 지내며 1년 6개월 동안 복음을 전했다. 그리고 에페소(Ephesus)와 예루살렘을 거쳐 안티오키아로 돌아왔다(사도 18,1-22). 안티오키아 교회로 돌아온 사도 성 바오로는 다시 제3차 선교 여행을 계획했고(53~58년), “하느님께서 원하시면 여러분에게 다시 오겠습니다.”(사도 18,21)라고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났던 에페소로 가서 선교를 시작했다. 그는 에페소에서 예수님의 복음을 전하던 아폴로(Apollo)라는 유다인을 만나 격려했고(사도 18,24-28), 회당과 티란노스 학원에서 토론하며 유다인과 그리스인에게 복음을 전했다. 당시 에페소에는 아르테미스 여신을 섬기는 신당이 있었고, 데메트리오스라는 은장이와 여러 장인이 그 모형을 만들어 팔며 돈벌이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성 바오로 때문에 생계에 방해를 받는다고 생각해 사람들을 선동해 큰 소란을 일으켰다(사도 19,1-40). 그런 소동을 겪은 후 마케도니아로 건너가 테살로니카와 필리피를 거쳐 코린토 교회 공동체를 방문하고 다시 배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갔다. 58년에 예루살렘에 돌아온 그는 성 야고보를 만나 보았고, 이레 동안의 정결 기간이 거의 끝날 무렵 유다인들에게 곤욕을 치르다가 출동한 로마 군인들에게 체포되었다. 이때 그는 자기의 개종 과정과 이방인의 사도가 된 경위를 설명하고 로마 시민권을 행사하기도 했다(사도 21,27-22,29). 여러 차례 심문을 받은 그는 황제에게 상소하여 60~61년 사이에 몰타(Malta) 연안을 따라 로마(Roma)까지 가서 가택 연금 상태로 지내며 비교적 자유롭게 복음을 전할 수 있었다(사도 23-28장). 제4대 교황이 된 로마의 성 클레멘스(Clemens, 11월 23일)에 따르면 그 후에 성 바오로가 에페소, 마케도니아, 그리스 등지를 재차 방문했고(63~67년), 트로아스에서 또다시 체포되어 로마로 끌려와 사도 성 베드로와 같은 날에 처형되었다고 한다(교회사가 에우세비우스의 견해). 테르툴리아누스(Tertullianus) 교부에 의하면 그는 네로 황제(54~68년 재위)의 그리스도교 박해 때 참수형을 받고 순교하였다. 사도 성 바오로는 역사상 가장 뛰어난 그리스도교 저술가로 꼽힌다. 로마서(코린토에서 57~58년), 코린토 1서(에페소에서 54년), 코린토 2서(필리피에서 57년), 갈라티아서(에페소에서 54년), 콜로새서, 필리피서, 에페소서, 필레몬서(로마에서 61~63년), 테살로니카1 · 2서(코린토에서 51~52년) 및 사목 서간인 티모테오서와 티토서를 써서 보냈다. 히브리서는 아마도 다른 저자인 듯하다. 옛 “로마 순교록”과 2001년 개정 발행되어 2004년 일부 수정 및 추가한 “로마 순교록”은 교회의 오랜 전통에 따라 6월 29일에 사도 성 베드로와 사도 성 바오로의 대축일을 기념한다고 적었다. 물론 이날이 그들이 함께 순교한 날은 아니다. 히포(Hippo)의 성 아우구스티노(Augustinus, 8월 28일)는 그의 강론에서 두 사도의 순교를 기념하기 위해 교회에서 하루를 지정했는데, 비록 순교한 날은 다르지만 그들은 하나이기에 같은 날 기념한다고 했다. 이날은 동방 정교회에서 두 사도를 기념하는 날이기도 하다. 교황 하드리아누스 1세(Hadrianus I, 772~795년 재위)는 6월 30일에 사도 성 바오로의 기념일을 추가해 사도 성 베드로와 서로 다른 날에 기념하도록 했다. 그래서 1969년 로마 보편 전례력 개정 전까지 6월 30일은 성 바오로를 기념하는 특별한 날이었으나 그 뒤로 두 사도를 함께 기념하도록 했고, 6월 30일은 로마 교회의 초기 순교자들을 기념하는 날로 지내게 되었다. 사도 성 바오로는 6월 29일 외에도 1월 25일을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로 지내고 있다. 그의 회심과 개종을 통해 이방인의 사도로서 모든 이에게 구원의 복음을 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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