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라이네리우스(Rainerius, 또는 라이네리오)는 이탈리아의 피사에서 부유한 상인이자 선주인 간둘포 스카체리(Gandulfo Scacceri)의 아들로 태어났다. 젊은 시절 그는 여러 도시를 다니며 연주하는 음악가로서 세상의 즐거움을 쫓았다. 여행 중에 그는 산양 같은 동물 털로 짠 망토를 걸친 알베르토(Alberto)라는 거룩한 사람을 만났다. 그는 코르시카 출신의 귀족이었다. 알베르토의 권유로 그는 피사에 있는 성 비투스(Vitus) 수도원에 가서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며 그들을 위해 일하는 수도자들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 죄에 물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진실한 그리스도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그동안의 삶을 뉘우치는 뜻에서 먹기를 거부한 채 3일 동안 눈물을 흘렸는데, 그 후로 앞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 그의 어머니가 날마다 주님께 기도한 결과 하느님께서 기적을 베푸시어 영혼과 함께 육신의 눈도 다시 밝혀 주셨다. 1146년에 그는 예루살렘 성지를 순례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상인으로 변신했다. 그는 사업을 위해 여러 항구를 방문하고 선원들과의 무역을 통해 많은 재물을 얻게 되었다. 그의 여정은 어느덧 성지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그는 자신의 모든 부가 하느님께 나아가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모든 재물을 포기하고 완전한 가난 속에 살기로 결심했다. 그는 성지에서 7년을 마치 거지처럼 지내며 예루살렘과 팔레스티나(Palestina) 곳곳의 주님의 성지를 방문했다. 그는 타보르산에서 십자가를 그어 맹수를 쫓은 적이 있고, 빵을 많게 하여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 기적도 행했다고 한다. 1153년 성 라이네리우스는 고향인 피사로 돌아와 성 안드레아 수도원에 들어갔다가 다시 성 비투스 수도원에 들어갔다. 여기서 그는 설교가로서 명성도 얻었지만 계속해서 엄격한 생활을 하다가 선종하여 피사의 주교좌 성당에 안치되었다. 그는 생의 마지막 즈음에 이미 사람들로부터 성인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는 기적의 성수로 치유의 은사를 베풀고 악령을 쫓아내 ‘데 아콰’(de Aqua)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는 교황 알렉산데르 3세(Alexander III)에 의해 시성되었고, 피사의 수호성인이자 여행자들의 수호성인으로 공경을 받고 있다. 그는 라니에리(Ranieri)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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