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냐 북동부 카탈루냐(Cataluna) 지방의 페냐포르트에서 태어난 성 라이문두스(Raymundus, 또는 라이문도)는 바르셀로나(Barcelona)의 주교좌성당 부속 학교에서 공부한 후 그곳에서 논리학과 수사학을 가르쳤다. 그 후 이탈리아로 가서 볼로냐(Bologna) 대학에서 8년 동안 법학을 공부해 1218년 교회법과 민법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강의를 했다. 바르셀로나로 다시 돌아온 그는 1222년 알렉산드리아의 카타리나 수도원에 들어가 도미니코회의 수도자가 되었다. 그는 또한 성 베드로 놀라스코(Petrus Nolasco, 1월 28일)가 ‘노예 해방을 위한 속량의 성모회(메르체다리오회, Mercedarian Order)를 설립하는 데도 큰 도움을 주었다. 이 수도회는 에스파냐 남부와 북아프리카에서 무슬림에 의해 포로로 잡혀 노예가 된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돈을 내고 구출하는 사업을 위해 시작되었다. 이미 바르셀로나와 볼로냐에서 학문 연구와 풍부한 강의 경험이 있던 성 라이문두스는 1230년 교황 그레고리우스 9세(Gregorius IX)의 부름을 받고 로마로 가서 교황궁 고해 사제와 교황청 내사원의 원장으로 임명되었다. 그는 신학교와 대학교의 교과서로 사용하기 위해 그때까지 반포된 역대 교황들의 교령을 수집하라는 교황의 명을 받고 이를 수행했다. 그는 수집한 것을 모두 묶어서 “그레고리우스 9세 교령집”(Decretales Gregorii IX)을 편찬하였다. 이 교령집은 1234년 교황 칙서로 공포되었다. 성 라이문두스는 1235년 아라곤(Aragon) 왕국의 수도인 타라고나(Tarragona)의 대주교로 임명되었으나 사양하고 다음 해에 바르셀로나로 돌아와 오로지 설교 임무에만 전념하였다. 명예에 관심이 없었던 그는 1238년에 동료 회원들의 추대로 도미니코 수도회 제3대 총장으로 선출되었다. 그는 설립자인 성 도미니쿠스(Dominicus, 8월 8일)가 적용한 관습을 보존하면서도 설교자 수도회로서 도미니코회의 회헌을 개정하였다. 2년의 총장직을 마치고 다시 에스파냐로 돌아온 그는 이후 35년 동안 이단과 싸우면서 유다인과 무슬림의 개종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했다. 그즈음에 그는 성 토마스 데 아퀴노(Thomas de Aquino, 1월 28일)를 격려하여 “대이교도대전”(對異敎徒大全, Summa Contra Gentiles)을 쓰도록 격려했고, 도미니코회 학교에서 히브리어와 아랍어 학과를 설치하도록 했다. 100세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도를 위한 생애를 살았던 성 라이문두스는 1275년 1월 6일 선종하였다. 그의 시신은 처음에 바르셀로나의 카타리나 수도원 성당에 안치되었다가 1878년에 바르셀로나의 주교좌성당의 요한 바오로 소성당으로 옮겨져 안치되었다. 교회법 연구의 기초를 놓은 공로로 교회법 학자의 수호성인이 된 그는 1601년 교황 클레멘스 8세(Clemens VIII)에 의해 성인품에 올랐다. 그의 축일은 1671년에 1월 23일로 로마 보편 전례력에 추가되었으나, 1969년 전례력 개혁을 하면서 그의 선종 다음 날인 1월 7일로 변경하여 기념하고 있다. 교회 미술에서 그는 자신의 긴 망토를 이용해 바다를 항해하는 모습으로 종종 표현된다. 이는 그의 관련된 기적적 일화에서 유래한다. 성 라이문두스가 아라곤의 왕 제임스 1세(James I)의 고해 사제로 있을 때 무슬림의 개종을 위해 마요르카(Mallorca)섬에 간 적이 있었다. 왕은 그를 돕기 위해 방문하면서 아내가 아닌 다른 여인과 함께 왔다. 성 라이문두스는 왕의 잘못된 행동을 비판했으나 왕은 그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왕과 함께 더는 머무를 수 없다며 바르셀로나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화가 난 왕은 그가 섬을 떠나는 것을 금지하고 그의 출발을 돕는 선장도 처벌하겠다고 위협했다. 성 라이문두스는 해변으로 가서 하느님께 기도한 후 자신의 망토를 바닷물에 적셔 지팡이를 이용해 돛대처럼 만들고 그 위에 올라타 바르셀로나까지 무사히 바다를 건너갔다. 많은 이들과 선원들이 그 모습을 보고 놀라워했고, 이에 두려움을 느낀 제임스 1세 왕도 참회하고 올바른 길을 걸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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