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8에서 윤원중님께서 올리신 글을 보고 약간 찔리는게 있어 제 생각을 몇 가지 적고자 합니다. 저 역시 대구에서 가톨릭 음악원을 경영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반성하는 부분도 많습니다. 오늘 저는 이 글에서 한국 교회에서 시행되고 있는 전례음악 교육에 대해서 말하고자 합니다.
우선 국내 대학교에서 전례음악을 공부할 수 있는 곳은 대구 효가대의 종교음악학과 (학사, 석사과정)와 가톨릭대의 석사과정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교육부의 인가를 받고 학교 당국에서 정책적으로 키우고 있는 학과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문제는 이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이 제대로 대접을 받으며 자신들이 배운 것을 사용할 곳, 즉 취직할 곳이 없다는데 가장 큰 문제가 있기에 신입생의 지원율이나 학생의 자질에 문제점이 있다고 봅니다. 대학을 졸업해도 각 교회나 교회 단체에서 정상적인 급여를 받으며 활동할 곳이 거의 전무합니다. 우선 교사 자격증이 없어 학교에서 일할 수 없고, 본당에서 이들을 채용하는 곳이 아주 극소수이기 때문입니다. 교회 당국과 학교에서 이들의 취직을 위해 적극적으로 상의하고 그 해결책을 찾아야만 좋고 많은 학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학과들의 운영이 갈 수록 힘드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이 해결책만 모색된다면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대학들의 어떤 학과보다도 더욱 매력있는 학과가 될 수 있다는 것 역시 틀림이 없습니다.
위에 언급한 학교를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입니다. 교회음악을 사랑하여 봉사 활동하기 위해 정식으로 공부하고 싶어도 여러가지 사정, 특별히 나이 때문에 입학이 불가능한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이런 분들을 위해 각 교구에서 교회음악을 전공한 신부님들이 음악원, 종교음악연구소, 성음악 연구소 등의 이름으로 가톨릭 교회음악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작년에 김00이라는 분이 냉소적으로 지적하였듯이 교회음악을 꽤 아신다는 분들은 각 교구마다 음악공부 조금 했다는 신부들이 제 마다 학교를 열어 이런 시설이 너무 난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으실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이와는 달리 적어도 각 교구마다 이런 전례음악을 배울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진다는 것은 여간 다행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나마 이런 교육을 하는 시설이 교구마다 없다면 누가 어디에서 전례음악에 대해 초보적인(?) 것이나마 배울 수 있겠습니까? 그 분의 지적에는 많은(?) 연구소들이 통폐합하여야 한다는 말씀이었지만, 교회음악 연수는 통폐합할 성질의 것도 아니고 (전례헌장은 각 교구마다 성음악 위원회 등의 설립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교육을 받는 수요자의 입장에서도 여간 불편하지 않거나 거의 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할 수 있습니다. 대구 사람이 서울까지 가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이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설이 가능하면 교구마다 존속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권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서울 같이 여러 개의 시설이 있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각 연구소의 목적이나 연구생들의 수준이 다를 수도 있기에 가능할 수도 있겠죠?
윤 원중님의 글에서 문제는 이러한 단체들이 단지 몇 개월만 교육하는 학원 수준이라고 하셨는데 4개월 과정인 서울의 가톨릭음악원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개의 연구소들이 1년 혹은 2년 과정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대부분의 단체에서는 기초 과정을 연수하고 전공반이라는 것이 있어 계속해서 조금은 전문적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더구나 부산 가톨릭대 부설 성음악 연구소 같은 곳에서는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가르치기도 합니다. 지적하신 대로 가르치는 것이 학원수준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렇다고 체계적이지 않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나름대로 본당에서 전례음악 봉사자로서 활동하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을 가르칠려고 짜여진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설령 일반 음악대학에 비해 수준이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음악을 전공으로 하지 않기에...) 그나마 성가에 관심있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배울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다만 지적하신 대로 이러한 교회음악 교육단체들이 전국적으로 그리고 유기적인 관계를 맺지않고 있음은 저도 인정합니다. 아마 책임자들이 느끼셔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이 모여 커리큘럼도 연구하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전례음악 봉사자들의 자질을 향상 시키는 방향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들을 나누어야 하겠지요.
서울과 대구의 것이 이제 15년 가량 되었고 기타 교구의 경우 길게는 10년 (부산) 그 외의 연구소들은 이제 겨우 설립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만 1 - 2년 내로 좋은 결실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어느 분의 말씀대로 제마다 잘 나서 유기적인 단체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누가 많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또 한가지.
제주도 서귀포에서 있었던 단 기간 연수의 효율성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며칠 간의 연수로 과연 얼마만큼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가? 하는 지적이었습니다. 음대에서 4년 동안 교회음악을 배운 사람만큼은 배울 수 없겠지요. 그러나 이 것 역시 필요하지 않을까요? 제주도에는 전례음악에 대해 말씀해 주실 분이 없답니다. 또 지리적인 여건으로 어느 곳에서 가서 공부하기가 힘든 곳입니다. 전례음악에 대해 알고자 하는 그곳 성가대원들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방법이 이 단 기간의 연수 외에 또 있을까요? 저도 1990년에 몇 몇 독주자와 음악원 합창단을 이끌고 가서 제주 교구 성가대원들을 위한 강습회와 음악회를 예술회관에서 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조건이 좋은 곳에서 사시는 여러분은 상상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저는 그 좋은 재원과 자원으로도 이런 강습회 한번 하지 않는 서울교구가 의아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연수 과목에 대해서는 저는 조금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발성법, 라틴어 딕션, 전례 음악 이론 등은 성가대원들에게 꼭 필요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중점적으로 그레고리오 성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한번 재고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 역시 별명이 chant man일 정도록 그레고리오 성가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한국 교회에서 신학교나 수도원, 수녀원 혹은 전례음악을 연구하는 곳이 아닌 일반 본당의 성가대원들이 그레고리오 성가를 배우기 위해 그런 시간, 돈, 정열을 쏟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본당의 성가대원들도 조금이라도 알면 여러 면에서 좋겠지만 그 시간과 정열을 오히려 성가집 안의 노래나 성가대의 특송 혹은 시편 성가를 배우는데 사용했으면 하는 안타까움입니다. 제주도 어느 본당에서도 그레고리오 성가로 미사를 바칠 수 있는 신부나 성가대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번 맛만 보고 마는 것이겠지요. 맛 보는 것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반 성가를 제대로 부르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니까요... 그렇지만 근 10년 동안에 겨우 세 번 정도 개최된 연수회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 자주 할 수도 없는 그 곳 신자들의 사정을 생각한다면 성가대원들이 활동하면서 필요한 것들이 연수회에서 다루어지고 연수가 끝나고도 실질적으로 본당에서 성가대원들이 잘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