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음악의 세계] 노래미사(창미사 : Missa Cantata)의 세 단계 세상에는 인간의 내면세계를 드러내주는 다양한 매체(媒體)들이 존재합니다. 다양한 문학적 형식의 틀 안에서 말과 글을 통해 나름의 주제와 사상을 전개하는 문학작품들을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가 하면, 회화나 조각품 같은 예술작품들을 통해 작가의 정신세계를 엿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순수소리예술”로서의 음악만큼 인간의 다양한 감정이나 내면세계를 잘 드러내주고 전달해 주는 매체는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모든 종교의 의식(儀式)들이 거의 예외 없이 음악적인 요소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음도 바로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가톨릭 교회의 공적 예배인 전례 안에서도 음악은 “성대한 전례의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며, “거룩한 예식을 더욱 성대하고 풍요롭게 꾸며주는” 역할을 합니다.(전례헌장 112항 참조) 따라서 각 계급의 집전자들이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고 백성이 참여하는 전례 의식이 노래로 거행될 때 그 의식(儀式)은 더욱 고귀한 형태를 갖추게 되며, 그 안에서 기도는 더욱 감미롭게 표현되고, 거룩한 전례의 신비와 교계적이고 공동체적인 성격이 더 뚜렷이 드러나게 되며, 소리의 일치로 마음의 일치는 더 깊어지고 거룩한 사물들(제의, 제구, 성물 등)과 더불어 정신은 더 쉽게 천상으로 올려져서 천상 예루살렘에서 거행될 전례를 더욱 분명하게 앞당겨서 보여주게 된다고 교회는 가르칩니다.(성음악 훈령 5항 참조) “노래되는 전례”가 이토록 귀중하고도 거룩한 효과를 지니기에, 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성음악 훈령(Musicam Sacram, 1967)”을 통해 모든 본당이 그들에게 가능한 수준에서 “노래미사(창미사; Missa Cantata)”를 드릴 수 있도록 세 단계의 점진적 성식화(盛式化) 제도를 예시합니다. 이 성식화의 단계에서 그 성격상 더 중요하기에 우선적으로 노래되어야 할 부분을 선정하는 일반적인 기준은, 사제나 다른 직무자가 노래하고 회중이 응답하는 부분, 사제와 회중이 동시에 함께 노래하는 부분, 회중에게만 또는 성가대에게만 속하는 부분의 순입니다.(성음악 훈령 7항 참조) 흔히 “노래미사”라고 하면 입당성가, 예물준비성가, 영성체 성가, 파견성가를 노래하고, 자비송, 대영광송 등과 같은 미사의 통상문(通常文; Ordinarium)들을 노래하는 미사를 생각합니다만, 이번 기회에 어떤 부분이 그 성격상 전례 안에서 더 중요한 부분이며, 따라서 우선적으로 노래되어야 하는가를 잘 알아 두시면 좋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훈령은 사목적인 유익을 고려해서 노래미사의 세 단계를 집전양식으로 제시합니다. 각 단계를 적용하는 데 있어서도 나름의 규칙이 있어야 함을 가르치고 있는데, 제1단계는 제1단계만으로도 노래될 수 있고, 제2단계와 제3단계는 빠뜨림 없이 다 노래하든지 아니면 부분적으로 노래할 수 있으나 이 경우 제1단계의 노래들을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각 단계에 해당하는 노래들은 다음과 같습니다.(성음악 훈령 28-31항 참조) - 제1단계 : 사제의 인사와 백성의 응답부분, 본기도, 복음 봉독 전후의 환호, 예물기도, 대화 및 거룩하시도다를 포함한 감사송, 마침 영광송, 초대와 후속 기도를 포함한 주님의 기도, ‘주님의 평화가 항상…’, 영성체 후 기도, 파견 양식문 - 제2단계 : 자비송, 대영광송, 하느님의 어린양, 신경, 보편지향기도 - 제3단계 : 입당 및 영성체 행렬 때의 노래, 화답송, 복음 환호송, 예물준비성가, 노래로 하는 것이 더 적당하다고 여겨질 경우의 성경독서 한편, 복음 환호송은 비록 제3단계에 속해 있지만 “알렐루야나 복음 전 노래를 노래로 부르지 않을 때는 생략할 수 있다.”는 미사 경본 총지침(63항)을 고려한다면 그 성격상 전례 안에서 우선적으로 노래되는 것이 합당하다고 여겨지므로 제1단계에 속하는 부분들과 같이 다루어지는 것이 옳다고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교회가 가르치는 노래미사의 세 단계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흔히 우리가 미사 중에 노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또 실제로 본당 미사 전례 안에서 주로 노래되는 부분들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부분에 속하는 노래들이 많다는 것을 아셨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그리스도의 인격으로(in persona Christi)’ 전례를 거행하며 회중을 이끄는 사제들은 자신에게 속한 부분이 전례 안에서 그 성격상 중요하고 우선적으로 노래되어야 하는 부분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전례에 참여하는 우리 모두도 자신에게 속한 부분을 능동적인 자세로 충실하게 노래함으로써 거룩한 예식을 더욱 성대하고 풍부하게 만들어 나가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월간빛, 2011년 5월호, 곽민제 미카엘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전례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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