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음악자료실

제목 원주 원동(주교좌)성당 미사참례기
작성자김건정 쪽지 캡슐 작성일2000-07-30 조회수2,049 추천수7

성가 가족 여러분 더위에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강원도 원주시에 있는 원동성당 교중미사에 다녀 왔습니다. 원주교구는 과거 정치적으로 암울하던 시기에

고 지학순 주교님의 인권투쟁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모처럼 고속뻐스를 타고 영동선을 질주하니 상쾌하더군요. 원주시는 군 부대가 많고 산업시설은 적어서

환경이 잘 보존된 도시입니다. 우선 공기가 깨끗합니다. 주위에 산이 많은것도 복 이지요.

 

주교좌 원동성당은 6.25때 파괴되어 다시 지었는데 가난한 시절에 지은 성전이라 단층 구조에 벽돌로 짓고 내,외부는 인조석으로 마감하여 수수한 모양입니다. 그래도 종탑에 동그란 시계가 걸렸는데 시각이 대충 맞습니다.

 

내부는 단순 직사각형이고  천장은 콘세트 건물처럼 타원형이고 높이가 약 6미터 되어 공명이 좋은 편은 아닙니다. 좌석은 약 300석 정도이고 2층 성가대석은 약 30여 석으로 제대위에 십자고상과 성체등이 없다면 개신교 개척교회를 연상케 합니다. 그래도  장궤틀(젊은 신자들은 생소하지요?...무릅 꿇는 틀)이 모든 좌석에 있답니다.

 

교적상 신자 수는 약 4천명이고 성가대는 통털어 단 한개(청년+장년+장장년 연합)뿐 입니다. 그래봐야 20명(그중 남성은 5명)이고 지휘자는 수녀님 입니다. 역시 지방은 인력난이 심각함을 느낍니다. 일년내내 성가대 모집이 급하다보니 성당 입구 성수대 위에 성가대원 모집 안내문을 붙여 놓았더군요.

 

본론에 들어가겠습니다.

 

10시에 들어가 앉아서 보니 벌써 십 여명의 할머니들이 묵주기도를 하고 있다.

10시40분이 되니 성가대에서 자체 연습을 시작하고 10시50분이 되자 교우들에게 성가교육을 시킨다.

참례 신자 수는 대충 약 200여 명 ...

11시에 연중 제 17주일 교중미사 시작!

 

입당성가는  성가집 337장 미사시작(하이든 곡)을 제창.

성가대 규모가 작아도 우렁차게 나오고 템포가 빠른듯하게 나온다. 원래 1절밖에 없는 곡이나 노래가 긴 편이다. 사제와 복사가 제대 옆 문에서 나와 제대에 서니 노래가 끝나간다.

자연스럽게 입당성가가 끝난후 진행.

 

자비송은 미사곡 하나 성가집 306장(김대붕 곡)을 성가대가 합창한다.

옛날에 많이 부르던 평이한 곡이다. 악보에 성가대와 교우간 교창 표시가 없는 탓인지 성가대와 교우가 처음부터 끝까지 제창이다. 성가대 잘못이 아니고 성가집을 그렇게 작곡한 사람, 또는 그렇게 편집해 낸 기관의 탓이다. 대영광송도 그렇게 구분없이 불렀다.

 

제1독서후 화답송은 성가집 223장 으로 대신했다. 시편 143장에 나오는  주여,용서하소서 인데 오늘의 원래 화답송과 비슷한 가사를 취하여 성가대가 후렴과 1,2절을 하고 끝냈다.

이렇게라도 하는 게 옳지 않겠는가 ...한다.

 

알렐루야는 365장을 제창하고 독송부분은 가는 목소리의 여성이 독창을 했다.

그런데 마이크가 고장인지 두 번이나 소리가 끊긴다. 성당이 작으므로 이런 노래는 처음부터 마이크 없이 육성으로 좀 크게 부르는 것이 나을 뻔 -했다.

 

봉헌성가는 성가 70장 평화를 구하는 기도 를 성가대가 불렀다. 이런 노래는 제창이 어렵다.

낮은 음이 많아서 쉽지 않은 곡인데 네 번째 악절 두째 마디(용서를 구하며...미레레시도라..) 음정이 틀린다. 즉 흔히 틀리기 쉬운 곳인데 미레도시도라.. 로 불렀다.

2절까지만 부르고 성가 219장을 더 부르고 끝났다.

 

이후 모든 미사가 거의 완전한 음악미사로 진행되었다. 지휘를 맡은 수녀님의 감각이 어쩌면 나와 이리 비슷할까..하고 생각될 정도로 전례에 익숙한 분인것 같다.

 

거룩하시도다하느님의 어린양도 다함께 부르기는 마찬가지 인데 원래 가사가 바뀌기 전에 나온 곡에 바뀐 가사를 억지로

쑤셔 넣다 보니 영 어색하게 들린다. 일부는 편곡도 된 모양이다.

 

성체성가는 성가 153장 오소서 주 예수여 ..와 성가 444장 나는 주를 의지하리라  를 평범하게 제창했다.  성가대석 구조가 바깥 통로로 나와서 영성체 하게 되어 있어서 모두 내려오고 소프라노 1명이 성가대석에서 마이크를 잡고 제창을 유도했다. 지난주 필자가 주장한 한 방법인데 알고 했는지 모르겠으나 성가 중단 사태는 없었다.

 

 신자 수가 적은제 비하여 행렬이 오래 계속되어 성가대 특송이

있었다. 우리말 노래인데 일반 성가집에는  없고 수녀원 성가집에 있는 곡인 듯하다.

곡명이 축복의 잔이 아닐런지...?

 

합창자체는 혼성 4부 구성이나 불균형으로 인하여 남성은 존재 자체에 의미를 두는 그런 수준이다.

 

퇴장성가는 성가 405장 찬란한 광명이 내리던 날 로 복음성가풍의 노래였다. 2절까지 하고 성가대는

서둘러 해산!

 

오늘 미사는 음악 미사를 다 하고도 55분 걸렸다. (강론이 짧아서 그런것 일까?)

어떤 신부님은 한시간 내에 미사를 완료하려면 창미사곡을  하지 말고 성가를 줄여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시는 모양인데 여기 그렇지 않다는 사례가 있음을 공개한다.

 

 

 

원동 성당 성가대는 단복을 분명히 입었는데 자세히 보니 재미있다. 흔히 보는 까운이 아니고 주일학교 아동들이 흔히 입는 반팔 티셔츠를 흰색 바탕에 녹색으로  원동성당이라고 새겨서 입었다.

값싸고 실용적인 아이디어 이다. 삼복 더위용 임시 단복으로 이해한다.

 

아뭏든 전례에 충실하려 애쓰는 원주교구 주교좌 성당...작지만 아름다운 전례를 행하는

성가대와 본당에 갈채를 보낸다.

 

사족..

 

이 곳에서 과거 성가대 활동하던 부부(군인)을 만나 회포를 풀고  유명한 황골 엿과 안흥 찐빵을 선물로 받고 게다가 더 유명한 성지인 풍수원 성당(1988년 설립, 1910년 서울 명동 성당의 축소판으로 건축)을 순례한 기쁨이 컸다. 기념관에는 1940년대 제품인 일제 야마하 풍금이 있는데 건반을 눌러 보니 새 풍금 소리 같다. 놀라운 일이다. 지금은 신자 수 130 여명에 할머니들이 대부분이라 성가는 "주여 임하소서" 같은 곡 몇 곡만 느릿 느릿 늘 부른다고 수녀님이 전한다.  이 다음에 그런곳에서 성가 봉사하며 살면 좋겠다는 공상을 하며 서울로 돌아왔다.

 

개인적으로 휴가 가시더라도 성가대는  휴가가 없음을 잘 아시지요?

연중 무휴, 미사가 있는한 성가대는 본연의 임무를 다 한다.

(저의 복무 방침이었습니다.)

 

서울에서

김빠뜨리시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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