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으로는 이제 9월 15일이군요.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입니다. 어제가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이고 오늘 이 기념일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다만 왜 사순시기 근처도 아니고 왜 9월달에 이 기념일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혹시 아시는 분...?)
이 날 미사에는 지금 전례에서 네 개밖에 남지 않은 부속가(Sequentia) 중의 하나가 들어가 있습니다. 바로 ’십자가 길의 성모(Stabat Mater)’입니다. 십자가 길에서 예수님을 바라보는 성모님을 생각하며 바치는 기도입니다. 총 20절로 되어 있으며, 가톨릭성가 263장에서 그 가사를 볼 수 있습니다. 워낙 아름다운 가사인지라 그레고리오 성가(성가집 263 등) 외에 팔레스트리나, 페르골레지, 롯시니, 드보르작 등등 많은 작곡가들에 의한 성음악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아마 평일이라서 직접 미사에 참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겠고, 성가대가 부속가를 노래로 하는 경우는 더더욱 찾아보기 어려울 듯 합니다. 미사에서 생략하지 않으면 다행일지 모르지만, 참으로 절절하게 와 닿는 기도이니 잠깐 읽거나 성가 263장(’십자가의 길’ 할 때 부르는 멜로디)을 부르며 바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아래에다 가사를 복사해 놓았습니다. 이 가사에 의한 성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요.
고전음악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널리 유명한 작품은 Rossini의 작품일 것입니다. 다만 어쩔 수 없이 세속적인 오페라 냄새가 음악에서 많이 묻어나서 ’성음악’으로 적극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적어도 연주용으로는 좋은 것은 분명합니다. 전체 연주시간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거의 1시간에 육박합니다. 특히 제 2곡의 테너 독창 ’Cujus animam...’이 매우 유명한데, 무려 높은 C#까지 요구하는 난곡이기도 합니다.
Palestrina의 작품은 약 10여분 정도 소요되는 다성음악입니다. 애절하면서도 따뜻한 기도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Pro Cantione Antiqua (지휘 : Bruno Turner)에 의한 연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열렬하게 좋아하는 작품은 Pergolesi의 것입니다. 20절의 가사를 총 12부분으로 나누어 작곡되었으며 총 연주시간은 35분 내지 40분 정도입니다. 편성은 매우 작습니다. 여성 2중창(또는 2부합창)과 몇 개의 현악기, 오르간 반주가 전부입니다. 따라서 큰 다이나믹이나 장중함은 없지만, 오히려 그 소박함 안에서 애절한 기도의 마음이 절절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역시나 열렬한 애호가인 이호중 라파엘 형제는 불협화음과 협화음이 절묘하게 교차하는 것이 주님 수난을 너무나 간절하게 느끼게 한다는 얘기도 하더군요. ’악보 및 감상실’ 235번에는 이 중 제 1곡의 앙코르 및 미디파일(좀 느린 듯...)이 올라와 있습니다.
나와 있는 녹음은 물론 여러 가지 있는데, 저는 두 가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더 사고 싶지만... T_T)
- Emma Kirkby (Soprano), James Bowman (Countertenor), The Academy of Ancient Music, Christopher Hogwood (Conductor)
- Sebastian Hennig (Boy soprano), Rene Jacobs (Countertenor), Concerto Vocale, Rene Jacobs (Conductor)
처음 녹음의 소프라노 엠마 커크비는 빛나는 수정같은 소리를 가졌습니다. 그렇게 투명하면서 떨림과 flat이 전혀 없고 완벽한 기교까지 갖춰서, 바로크 근처의 종교음악에는 정말 잘 어울립니다. 함께 하는 지휘자 크리스토퍼 호그우드 역시 ’원전연주’의 대가 중 한명입니다. 다음 녹음은 대표적인 카운터테너의 하나인 르네 야콥스가 지휘와 노래를 같이 하고 있으며 보이소프라노가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역시 원전연주 형태를 따르고 있는데 좀더 작은 편성이고, 매우 경견한 분위기를 가집니다. 그리고 영화 Amadeus의 전반부에서 마지막곡 ’Quando corpus... Amen’이 감동적인 소년 합창으로 연주되는데, 왜 이 연주진(네빌 마리너 지휘의 소년 합창)이 전곡을 녹음하지 않았을까 하고 아쉬워하는 사람도 많더군요.
깨끗한 소리의 여성파트를 가진 성가대라면 사순시기 등에 연습해서 바치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단, 한글 가사로 된 악보라면 번역이 잘 되었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느 악보에서 매우 심각한 오역을 본 적이 있습니다.
참고가 될까 해서 잠시 적었습니다. 한국에 계시는 모든 성가 가족 여러분 항상 건강하시고, 힘내셔서 훌륭한 성가 바치시길 빕니다.
일리노이에서 이봉섭 드림.
1. 주예수님 높이달린, 십자곁에 성모서서, 비통하게 우시네.
2. 섧고슬픈 성모성심, 수난칼에 깊이찔려, 참혹하게 뚫렸네.
3. 여인중에 복된성모, 독생성자 수난하니, 그고통이 크시네.
4. 아들수난 보는성모, 맘을에는 비통중에, 하염없이 우시네.
5. 예수모친 이런통고, 받으심을 보는우리, 누가울지 않으리?
6. 십자가상 아들함께, 고통받는 성모보고, 누가통곡 않으리?
7. 아들예수 우리죄로, 채찍모욕 당하심을, 애처로이 보시네.
8. 기진하여 버려진채, 죽어가는 아들보고, 성모슬피 우시네.
9. 사랑의샘 성모시여, 저에게도 슬픔나눠, 함께울게 하소서.
10. 제마음에 주예수님, 사랑하는 불을놓아, 타오르게 하소서.
11.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맘속에 주님상처, 깊이새겨 주소서.
12. 저를위해 상처입고, 수난하신 주님통고, 제게나눠 주소서.
13. 사는동안 주님함께, 십자고통 아파하며, 참아받게 하소서.
14. 성모따라 십자곁에, 저도서서 한맘으로, 슬피울게 하소서.
15. 동정중의 동정이여, 괴롬슬픔 나누시어, 저도울게 하소서.
16. 예수님의 죽음수난, 깊은상처 마음새겨, 우러르게 하소서.
17. 아들상처 저도입고, 십자가위 흘린피로, 흠뻑젖게 하소서.
18. 정결하신 동정성모, 심판날에 저를지켜, 영벌면케 하소서.
19. 그리스도 수난공로, 은총으로 돌보시고, 저를길러 주소서.
20. 제가죽어 세상뜰때, 천국영광 주예수님, 만나뵙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