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음악의 세계] 전례 성가의 음악적 형식 시나 소설, 수필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문학 형식들이 존재하고, 다양한 화풍이나 형식을 따른 회화들이나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조각품들이 예술 세계 안에서 창작되듯이, 전례문 또는 전례 거행을 위해 합당한 방식으로 창작된 가사(전례헌장 121항 참조)에 적합한 멜로디를 입힌 전례 성가 또한 그 가사의 음악적, 문학적 성격이나 전례 안에서 수행하는 기능과 역할에 따라 다양한 음악적 형식을 지니게 됩니다. 이번 호에서는 전례 성가들이 지니는 다양한 음악적 형식들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전례 안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행렬을 따르는 노래들이 있습니다. “행렬 노래(Cantus processionalis)”라고도 불리는 이러한 형식의 전례 성가로는 미사 시작 때에 행렬지어 입당하는 사제와 봉사자들을 맞이하며 부르는 “입당 성가(Introitus)”와 성찬례를 위한 제물을 가져오고 그것을 제대 위에 차릴 때, 또 신자들이 제단을 향해 행렬하며 자신의 예물을 봉헌할 때 부르는 “예물 준비 성가(Offertorium)”, 그리고 영성체를 하는 동안 부르는 “영성체 성가(Communio)”가 있습니다. 장엄한 전례에서 부제가 복음 봉독을 위해 복음서를 들고 독서대로 향해 행렬해 가거나, 또는 복음서 행렬 없이 사제나 부제가 복음 봉독을 위해 독서대로 가는 동안 부르게 되는 “복음 환호송” 또한 그 전례적 기능상 행렬 노래에 속한다고 하겠습니다. “환호(Acclamatio)”의 성격을 지닌 노래들도 있습니다. 복음 환호송으로서 주님을 찬미할 것을 힘차게 외치는 “알렐루야(Alleluia)”는 대표적인 환호의 노래라 할 수 있으며, 성변화 후 신앙의 신비를 외치는 사제의 환호와 거기에 응답하는 백성의 노래, 사제가 주례자로서 바치는 기도들과 마침 영광송(Doxologia)을 장엄하게 마무리하는 “아멘(Amen)”, 복음 선포 전후에 “주님 영광 받으소서.”,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하며 외치는 백성의 환호, 그리고 주님의 기도의 맺음 환호인 “주님께 나라와 …” 등이 이러한 환호의 성격을 지닌 노래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례 거행을 위해 모인 회중을 향한 외침들 중에는 특정한 목적을 지닌 “선포(Proclamatio)”의 성격을 지닌 노래들도 있습니다. 보통 장엄한 전례 안에서 부제(副祭)가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며 외치는 노래들이 주로 여기에 해당되는데, 미사 중에 평화의 인사를 나눌 것을 권고하거나 미사가 끝났음을 알리며 백성을 파견할 때, 또는 특별한 전례 안에서 성대한 행렬의 시작을 알리거나 무릎을 꿇을 것과 일어날 것을 권고할 때 외치는 노래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대화구(Dialogus)”의 형식도 있습니다. 사제와 백성이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또한 사제와 함께” 하며 인사를 주고받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며, 감사기도(Prex eucharistica)를 시작하며 사제와 백성이 성대하게 주고받는 세 번의 대화와, 우리말 미사 전례서에는 생략되어 있지만 주교가 주례하는 미사에서 파견 강복 전에 주교와 백성이 주고받는 대화 또한 여기에 해당됩니다. “낭송창(朗誦唱)” 또는 “영창( 唱)”으로 해석될 수 있는 ‘Cantillatio”는 말 그대로 마치 시(詩)를 낭랑한 목소리로 외듯이 단순하고 소박하게 노래하는 음악적 형식을 말하는데, 보통 몇 개의 음을 가지고서 노래하되 그중 한 음이 주된 낭송음(主音)의 역할을 하며 나머지 음들은 장식음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시편 선창자가 “화답송(Psalmus responsorialis)”의 시편구절들을 노래할 때나 “성경의 독서들(Lectiones)”을 노래로 선포할 때 이러한 창법(唱法)이 적용되며, “주례 사제의 기도”(본기도, 예물기도, 영성체 후 기도 등), “감사송(Praefatio)”, “마침 영광송(Doxologia)”, “주님의 기도(Pater noster)” 그리고 “신경(Credo)” 등이 노래로 바쳐질 때에도 이 “Cantillatio”의 형식이 적용됩니다. “도문(禱文)” 또는 “호칭 기도”로 번역되는 “Litania”는 기도를 뜻하는 그리스어(lite)에 그 어원을 두는데, 다양한 형태의 행렬들, 특히 참회를 위한 성대한 행렬 안에서 반복되며 불리던 노래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되던 용어로서, 오늘날에도 “성인 호칭 기도(Litaniae sanctorum)”와 같은 다양한 호칭 기도들 안에서 그 전통과 음악적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사 중에 노래되는 “자비송(Kyrie)”, “보편 지향 기도(Oratio universalis)” 그리고 “하느님의 어린양(Agnus Dei)” 등이 이러한 음악적 형식에 속하는 전례 성가들이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찬미가(Hymnus)”와 “찬가(Canticum)의 형식을 들 수 있는데, 이는 개신교의 예배 안에서 주로 사용되는 대중 찬가 형식의 노래들을 일컫습니다. 온 회중이 운율에 맞게 창작된 여러 절(節)의 가사를 함께 노래하는 형식이 있고, 후렴을 반복하면서 절을 바꾸어 가며 노래하는 형식도 있습니다. 전례 성가에 있어서는 성령 안에 모인 교회가 하느님 아버지와 어린양께 찬양과 간청을 드리는 “대영광송(Gloria)”이 대표적인 찬미가이며, 영성체 후에 회중 전체가 부를 수 있는 찬미의 노래(미사 경본 총지침 88항 참조) 또한 여기에 속합니다. “Hymnus seraphicus”라고도 불리는 “거룩하시도다(Sanctus)” 또한 이러한 형식의 노래에 있어서 탁월한 모범이 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전례 성가의 음악적 형식에 대해서 알아보았고, 그 가사의 문학적 성격이나 전례적인 기능에 따라 전례 성가들이 다양한 음악적 형식으로 노래됨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음악적 형식이 추구하는 바와 의미를 잘 생각하며 전례 성가들을 노래한다면, 우리가 거행하는 전례는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고 그분을 닮아 더욱 거룩해지고자 하는 우리 삶에 더욱 풍성한 결실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월간빛, 2011년 6월호, 곽민제 미카엘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전례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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